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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21. 2019

나에겐 맑고 깨끗한 피(Blood)가 필요해.

혈액의 품종개량이 절실할때..


내장들이 사라지고 2년정도 우왕좌왕 하다보니 하나둘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지 결론들이 매듭 지어진다. 장기없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나 선례들이 없어 몸으로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하루하루가 어찌될지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날들이다.


위장,비장,췌장,대장이 없는 나같은 경우 음식을 먹었을때 소화액은 오로지 간과 쓸개에서 나오는 간담즙에 전적으로 의존할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변의 누리한 색상이 바로 간담즙에 의한 변색이다. 간담즙에 이상이 생기면 변의 냄새와 칼라가 달라진다. 


비장의 가장 중요한 역활중 하나가 면역력과 더불어 혈액의 정화 기능이다. 2년정도 비장이 없이 살아보니 그 결과물에 대한 답안지가 나온다. 혈액 정화가 안되 슬러지 라는 지꺼기들이 쌓이고 담낭에 그것이 뭉쳐 석화가 된다. 당남에 돌이 생겨 관을 막는 '담낭석' 이란 증상이다.



일반인들에게야 담낭 절개도 하루면 퇴원할수 있는 별것 아닌 수술이지만 나에게는 마지막 최후로 남은 소화액 장기이면서 생명선 이기에 무조건 사수 해야만 하는 최후의 장기가 된다. 담석증은 성인 열명중 한명에게 발병되는 흔한 병으로 심하지 않을 경우, 일반인의 경우 위장 내시경을 통해 간단한 시술로 담석 제거가 가능하다. ( 맥주 마시면 저절로 빠져 나오기도 한다는 요로 결석과는 다른 종류이다.)


문제는 나의 경우, 내시경을 밀어넣을 위장이 없다란 현실이다. 내몸에 칼을 대고  한번 더 절제하는건 너무도 위험해서 수술로 절제도 불가하고 내시경도 불가하고.. 마지막 방법은 외부에서 구멍을 내 관을 삽입해서 돌을 빼내는 방법이다.


관을 삽입하고 호스를 꼽고  수차에 걸쳐 돌을 부수고 빼내는 시술을 받았는데 입원한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지만 병원측에서 아직 퇴원시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병원측에서도 아직 나같은 환자에 대한 데이터는 확립되지 않은것 같고 모든 치료가 결과를 예측할수 없는 실험들이다. 시술 끝난지 꽤 됐음에도 호스를 안 뽑고 그냥 마개만 닫아놓는걸로 봐서 여차하면 다시 쓸개즙 주머니를 차게 하겠다는 이야기 다. 열흘이 넘는동안 매일같이 혈액 수치와 혈압 검사만  해댄다.


그나마 내 몸에대한 완벽한 데이터가 있는 암센터니까 나같은 환자의 석증에도 대처가 가능하지 내가 일반 병원에서 일반인들 대상으로 하는 담석치료를 받게되면 잘못될 확률이 무지 크다. 일반적 관점에선 담낭관을 생명선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담석때문에 암센터를 찾는일 또한 없을것 이므로 암센터에서 받는 나의 담석치료는 오로지 나를 위한 맞춤형 치료이다. 다른 일반적 담석 치료와 비교하면 안된다. 의사가 내 담즙 주머니에 매달려 있는 호스를 가리키며 생명선이니 조심하라는 말은 내몸 상태를 알기때문에 할수있는 말이다.



계속 금물(식염수)과 설탕물( 포도당) ,항생제, 세 종류의 링겔을 맞고 있으므로 두 시간마다 400-500ml 정도 소변을 보는데 잠드는 시간에도 예외는 없다. 간호사에게 사정해서 소변줄을 제거했기에 두 시간마다 깨어서 화장실을 간다. 하루 4-5L 소변을 통해 몸안의 찌꺼기들을 내보내고 있다.


보통 상처가 클수록 통증도 클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통증은 어디를 건드리느냐 그 부위 신경의 예민함에 통증의 강도가 좌우된다. 담낭관의 경우, 일반적으론 죽을때까지 자극을 받지 않는 가장 깊숙한곳에 숨겨진 장기 외부 자극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없는 극도로 예민한 부위이다. 그곳을 돌이 지나간다던가 관이 지나가고 호스를 꼽고 있으면 그야말로 기절하고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아프다. 단순히 수술후 복수를 빼내기 위해 호스를 꼽는것과는 통증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나의 경우는 외부에서 관을 내 담낭에 구멍을 내게 되므로 내장은 마취도 먹히지 않고 오로지 진통제에 의지해서 시술을 하게 되는데 수차에 걸쳐 나눠 하는 이유가 무리하게 한번에 진행 하다간 고통의 한계에 밀려 환자가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번 관을 건드리면 그 충격 강도는 보통 3일 간다.


일반적으로 다른 담석증 환자들은  나같은 시술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 역시 2년전, 복강경 담석 제거 시술을 받았는데 본인이 시술 받은것조차 모르실 정도로 전혀 충격이 없다.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경우다.


1차 시술때 기절할만큼 아팠던지라 2차는 마음 단단히 먹고 치사량에 가깝게 진통제를 미리 주사맞고 시술대에 누웠는데 조영제 투입하고 보니 다행히 돌이 1차 지난후 저절로 말끔히 제거되 있어서  3차까지 예상하고 있다가 허무하게 종료됐다. 1차 시도때 잘게 부수어 놓은 담석 덩어리들이 며칠간 담즙을 따라 저절로 배출된 경우다.


지금의 통증은 호스를 꼽고 있어야 하는것에 따른 필연적 통증이다. 담석은 다 제거됐는데 호스를 일주일 지나도록 뽑고 있는것은 수치 변화가 어떻게 될지 공용 데이터가 없으므로 결과물을 병원측에서 계속 지켜보겠다란 의도이다. 일반인들은 하루면 퇴원할수 있는 치료지만 나의 경우는 2주가량을 오로지 마약 진통제로 버티며 혈액 검사만 매일 하고 있다.



답은 나왔다. 나의 경우 비장이 없이 살아가려면 혈액의 품종개량 없이는 계속 담석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슬러지가 쌓이지 않도록 콜레스트롤이나 찌꺼기들이 뭉치지 않는 맑은피를 유지해야만 한다. 일주일 넘게 담즙 주머니를 차고 담즙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슬러지 상태를 관찰했는데 금식을 하면서 계속 담즙을 흘려보내니 슬러지가 점점 줄고 액이 점점 맑아 지는것이 확인된다.


혈액 도 매일 점검 하는데 아직 수치상 미흡한 부분이 있기에 담석 제거가 다 끝났음에도 호스 제거를 안하고 할일도 없이 퇴원을 안 시키면서 검사만 매일 하고 있는것 같다. 두번째 주말을 또 넘기면서 조기 퇴원에 대한 희망은 접었다. 수치가 밖으로 내보낼만 하면 내보내 주겠지다. 나는 정상이라고 생각해도 뭔가 수치상으로 수상하니 그러는것일 테지.


의사들의 판단은 언제나 수치 데이터에만 의존하게 된다. 처음 배가 긁는듯 아파 응급실 와서 CT 찍고 나니 의사가 급하게 시술을 해야 하는데 못 깨어날 확률도 있으니 보호자 연락 하라고 내가 듣기엔 완전히 생뚱맞은 소리를 해대서 웃었다 그냥.물론, 와줄 보호자도 없다.  


"안 죽어요 걱정 마세요 선생님. 그냥 하세요. " 내가 도리어 의사를 안심 시켜야했다. 자신이 죽을지 아닐지는 본인이 잘 안다. 그러나 시술이나 수술 전날밤엔 항상 죽어도 몰라 본인이 싸인을 해야 한다. 몸을 다시는 째거나 구멍 뚫는일 없게 하고 싶었는데 내 몸아 미안.. 또 구멍내고 관을 심는구나..


슬러지가 계속 누적되 쌓이는 상태에선 당장 담석을 제거한다 한들 시한부 치료로 언젠간 다시 똑같은 자리로 되돌아 와야만 한다. 특히나 나에겐 간담은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써 암이 전이가 된다면 간쪽이라고 그럼 끝장이라고 이미 2년전 이야기를 들었던 터이다. 담석염은  담낭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물러설 자리는 없다.



살려면 일단은 피를 맑게 만들고 유지 시키는데 당분간 총력을 기울여야 할것 같다.장기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것인지 하나둘 모범 답안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오로지 경험으로 밖에는 답을 낼수 없는 것들이다.


나에겐 혈액의 품종을 개량 하는것이 당장 살기위한 당면 과제이다. 일반인들 이야 장기들이 전부 있으므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겠지만 피를 거르지 못하는 나의 경우는 남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라 할지라도 나에겐 독이 될수 있음이다. 동물성 단백질이 대표적인 예로 피를 탁하게 만드는 대표식품이다.


가급적 오염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음식을 먹지말고 피를 맑게 유지 시키는것, 이 두가지만 익히면 장기 없이도 무리없는 생활이 가능할것 같다. 피를 진득하게 만드는 맛있지만 불량한 음식들에 대한 식탐을 뿌리칠수 있는 강단만 있으면 된다.


부모님과 모여 식사한것을 마지막으로 다음날 새벽 응급실로 들어와 일주일 가량을 물 한모금 안 먹고 지냈는데 정말 범죄자 처럼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숨어서 하는 흡연 외에는  할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맨숭맨숭 하루를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육체를 즐겁게 하려면 뭔가 맛있는걸 먹거나 기호식품을 즐겨야 한다. 자신의 몸에 꼭 맞는 기호식품과 음식 찾는것이 쉽지가 않다.


금식 풀리고 병문안 온 지인에게 사 달라고 부탁한 도미 성게알 광어 초밥..요 정도가 내가 먹을수 있는 분량이다. 일본 바다의 오염으로 이제 수산물도 자제할 생각이다.


누에가 뽕잎을 먹듯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하는 팔자라면 이슬만 먹는거고 소화 장기가 없이 살아 가려면 없는대로 맞춰야지 별수없다. 육식 동물의 습성을 버려야 산다면 과거를 붙잡고 한탄하기 보다는 순응하고 그렇게 진화해 나가는것이 순리다...... 그러나....


찾아 오겠다는 친구에게 시가 담배와 KFC 치킨을 사오라고 주문하는 이건 도데체..  하는일 없이 집에도 안 보내주고 매일 검사한다며  피만 뽑아가는 병원안 이니까 이상 생기면 알아서들 해주겠지 라는 배짱인듯... 


* 새벽에 답글로 농담삼아 갑자기 의사가 달려와 수치가 정상됐다고 호스뽑고 급하게 퇴원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적었더니 아침 9시 돼자마자 현실에서 글쓴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며칠간 코빼기도 안비치던 의사 두명이 갑자기 내방으로 달려와 많이 좋아졌다고 오늘 호스빼고 내일쯤 퇴원 시켜 준다고 하고는 휙 가버린다. 의사에게 귀신이 씌웠다.. ㅎ 소원이나 기도는 함부로 남발하면 안된다는걸 잘 알았겠지..  



나중에 전문 의사분이 다시 오셔서 설명 하는데 말이 달라졌다. 호스는  당장 못뽑는단다. 갑자기 빼면 담낭관이 모양이 안 잡혀 위험해 질수 있다고 한다. 내일 그냥 꼽은채 퇴원해 집에서 진통제로 버티기 하다가 최소 2주 지나고 담낭관이 제대로 아문후 외례로 와서 뽑아야 한다고... 뽑고 나서도 1주일은 통증이 남아 있을거라고 한다. 전문가 말이니 맞겠지. 


나에게 잔인한 10월의 이야기는 매년 반복 된다..올해도 10월달은 첫날부터 끝날때까지 마약 진통제로 버티는 달이 되버렸다. 11월 중순까지 한달반동안 그래 놀자 고통아...어처구니 없음에 그저 웃어야지 ㅎ


By on był tu....Anna Maria Jopek & Pat Metheny:

https://youtu.be/drLYMBr8S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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