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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4. 2019

가을 그리고 혼자 존재하는 겨울..

I'm Home


이틀째 밤에 잤는지 안 잤는지 나도 헷갈리는 날들을 지나 이것저것 밀린 일들 처리하러 외출.. 오늘이 수능 보는날이고 상당히 춥다는 말을 들어 겨울 복장으로 집을 나섰는데 밖은 낙엽이란것이 아직 풍성히 남아있어 짙은 가을색을 띄고있다.


며칠전에 친구가 터미네이터 극장표 끊어줘서 영화보고 온 뒤로 퇴원후 두번째 외출이다. 호스빼고 반창고 때고 한달만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니 껍데기가 때로 다 밀려 나온다. 자동차 정비하고 쿠폰 사논것 마감 날짜가 다 돼서 새로 나왔다는 버거킹 메뉴 사들고 헤이리 들러 나홀로 커피한잔 마시고 귀가..



한달만에 바깥 공기를 제대로 쐬는것 같은데 낙엽들이 아직 많이 남아서 가벼운 산책겸 사진으로 오늘을 기록.. 사실은 가을이 가기전, 핑크뮬리 꽃밭이 펼쳐져 있다는 노을숲길을 산책 하려고 간건데 커피마시고 나니 혼자는 귀차니즘이 발동해 다음으로 미룬다. 올해 못보면 내년이 또 있으니까.. 햄벅 먹고 커피 마시고 나니 두리번 욕망이 다 채워져 버렸다. 



왜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이 쓸쓸하다 라고 표현하는지 혼자 산책하는 오늘날씨가 딱 그렇다. 혼자됨을 두려워 하는 타인 의존형 사람들도 많지만 (특히나 중년 여성들)혼자라서 편한 부분도 많다. 특히나 나처럼 커피외엔 특별히 같이 사람들과 즐길만한 외식꺼리가 없을땐 더더욱 쓸데없는 사람 만나는것이 즐겁지가 않다. 술먹는 재미라도 있어야 그나마 여행도 갈맘나고 사람도 만나서 즐겁고 하다.



겨울이 좋은점중 하나는 두툼하니 위아래 패딩을 껴입으면 외출할시 47킬로 뼈만남은 체형을 어느정도 가릴수 있다는 점이다.(겨울옷 세겹을 껴입어도 날씬해 보인다.) 여름처럼 치마바지로 커버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억지로  힘들게 먹으려 노력해도 살로 가지는 않는다는것을 2년에 걸쳐 학습한바, 내장이 없이 어떻게 식생활을 해야 무리없이 일상 생활이 무탈해 지는지 올해 겨울엔 기필코 완성된 답을 얻어야 한다. 동면..겨울잠 자는 동물들 처럼 나홀로 안으로 생각들이 가라앉는다.


I'm Home...


마음이 집에 와 있으면 나는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윈도우가 돼어 내안에는 그 어떤 고통도 괴로움도 존재하지 않게된다. 삶이 주는 모든 고통과 갈등, 괴로움들이 모두 영화속 장면들 처럼 흘러갈 뿐이니까.. 현실을 눈감고 외면하는것이 아닌 삶속에서 내면이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가는 중이라고나 할까.. 에고가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을 냉철히 제압하고 똑바로 바라볼수 있어야 한다. 위기는 언제나 선택을 강요하게 되고 각자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나게 하니까..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때 진짜 나라를 위하는 충신이 나오게 된다고 한다. 도덕경에 나와있는 노자의 말이다. 이해가 간다. 평화로울때 흥청망청 이탈하고 망나니 처럼 즐기던 삶도 더이상 그래선 모든것이 끝장이란것을 본성이 깨닫게 될테니..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유관순이나 안중근 같은 열사들이 나올 이유가 없다. 나라가 평안했다면 그들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누렸을 것이다. 나라가 망하거나 위기일누구는 타인의 고통을 개인 출세의 기회로 삼고 누구는 열사의 길을 선택하는것, 위기가 각자 본성을 드러나게 만드는것을 역사를 통해서도 알수있다.


에고가 죽음앞에 놓일때도 인간은 절망을 극복하는가 좌절하고 죽음을 받아 들이는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더 이상 가식적인 체면 따지고 이익 따지고 에고의 소모적인 장난처럼 삶이 이어지지 않는다는걸 본성이 깨달을 진정한 나 자신어야만 살수 있다는걸 절감하게 된다. 막다른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와 싸울 마음을 먹듯 살기위해선 운명앞에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조금도 없음을 알게된다.


점점 내장이 없는 텅빈몸에 적응해 간다. 죽음에서 기어 올라오던 재작년과 작년, 올해가 전부 다르듯이 내년은 분명 더욱 달라져 있을것이다.. 없음이 장애가 아닌 텅빈 새로운 자유가 되기를 기원하며.. 올해도 겨울나기 잘해보자.


Golden October:

https://youtu.be/J4Nq8jeOY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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