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찌기 위해 전지분유에 핫초코를 듬뿍 섞고 진득하게 죽처럼 만들어 먹는것이 주식처럼 돼 버렸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낸 것인데 몸에 좋고 나쁜것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살찔수 있는것, 그리고 억지로 먹지 않게끔 맛도 있는것, 고려 사항은 딱 이 두가지다. 친구가 추천해준 헬스 보충제도 먹다 말았고 동생들이 사다준 고가의 건강식품도 잘 안먹게돼고 결국은 맛있다 라고 찾아낸것이 우유와 핫초코의 조합이다.
보통 생물체들은 갓난아기 시절, 엄마에게서 생산되는 모유 라는 음료를 먹게끔 자연적으로 설계 됐지만 언제부터인지 인간은 인간의 젖이 아닌 동물중에서 양이나 소의젖을 먹는것을 당연시 하게 됐다. 소의 젖을 먹는것이 대세가 돼서 젖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소를 '젖소' 라고 부른다.아기에게 젖을 주는 엄마가 인간이 아닌 '소' 인 것이다. 소의 젖을 '우유'(Milk)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우유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 유가 업체에서는 주기마다 방대한 분량의 초과 생산된 우유를 돈을 들여 내다 버린다. 그럼에도 우유가격을 내리진 못한다. 이유는 소비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유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소비가 더 늘어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리어 한정된 수요층을 대상으로 가격을 더 올려 매출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인간은 성인이 돼면서 점차 다른 자극적 음식들을 먹을수 있게끔 위장 기능이 발달하게 되고 대부분 성인은 우유의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설사나 배탈등을 일으키게 돼서우유를 멀리할수 밖에 없게 된다.우유를 필요로 하는 수요층은 갓난아기서 부터 성장기 아이들 까지만이다.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우유 대부분은 버리던지 보관이 용이 하게끔 가루로 만들어 분유라는 형태로 가공되어 진다. 오로지 한정된 우유의 소비층인 갓난 아기들을 상대로 보다 더 가격을 올리기 위한 고가 프리미엄 전쟁터가 분유 시장이다. 오는 손님이 한정될때는 테이블 단가를 올려 매출을 올리는 술집이나 식당들 전략과 마찬가지다.
이 분유라는 것은 대부분 갓난아기가 먹는것으로 부모 심리를 자극하는 온갖 상술로 이것저것 첨가해 고가제품으로 만들어 지지만 순수한 우유 성분인 일반 분유는 남아도는 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대부분이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원료로 사용된다.
첨가물을 넣지않고 순수하게 우유를 분말로 정제해 물만 타면 바로 우유로 복귀되는 가루를 '전지분유' 라고 하며 유지방을 제거한 가루를 '탈지분유' 라고 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은 살찌는것을 두려워 해서 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를 많이 사용 하는데 지방의 고소한 맛도 같이 제거돼서 전지분유에 비해 맛이 밍밍하다. 전지분유에 비해 수요가 많아 가격도 전지분유 보다 저렴하다. 자판기 우유라고 해서 커피프림처럼 이것저것 첨가한 가루는 밴딩밀크 라고 하는데 가짜인만큼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그맛에 길들여지면 추억의 기억으로 맛있다고 찾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핫초코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분유는 빵 만들때 사용되는 100% 순수우유인 전지분유 이다. 일반적으로 분유를 먹을바엔 이것저것 첨가된 고가의 유아용 프리미엄 분유를 먹는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겠지만 아기들 상대로 고가로 부풀려진 제품은 분유값도 만만치 않은데다 결정적으로 성장에 좋다고 이것저것 화합물이 첨가돼서 성인이 먹기엔'맛' 이 정말 없다.머리 좋아지라고 (?) 첨가됐다는 DHA 라는 화학물이 맛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몇년전, 유명한 제품 한통 시험삼아 샀다가 안 먹게돼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기도 아깝고 목욕할때나 타버릴 생각하고 있다.) 아가들도 의사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선택권을 준다면 일반 분유보다 아마 이것저것 이상한 화학물들 섞은 프리미엄 제품들은 맛이 없다고 거부할 것이다.
사람들이 몸에 좋다 하고 선전하는 것은 '단지 맛은 없다' 란 말을 일부러 뒤에 빼먹은것이다. '몸에 좋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것이 '맛이 없어요' 라는것을 의미 한다는걸 50년 살아보고 깨달았다. 몸에 좋다고 하는것은 맛이 없고 맛있는것은 대부분 불량식품 취급 당하는것에서 맛이냐 몸에 좋은것이냐 둘중 하나만 선택 하라고 업체들이 합심해서 짜논것 같다. 몸에 안좋은건 맛있다로 선전하고 맛없는걸 팔아 먹으려면 몸에 좋다라고 밀어 부치면 사업이 된다.
순수하게 거부감 없이 맛있는 우유는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순수 '젖' 인 경우이다. 모유가 아기들에게 가장 이상적임은 말할것도 없다. 분유 회사들이 치열하게 산부인과에 로비를 하는 이유는 세상에 처음 태어난 갓난아기의 첫 수유가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아기는 그것을 모유로 착각하게 돼고 그것만을 먹으려 한다는 본능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처음 수유를 어떻게 하느냐가 산모가 분유를 맘대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첫 수유를 자사 제품으로 하게 만들려고 분유업체들이 출산원이나 산부인과에서 치열한로비 전쟁을 할수밖에 없게된다.아가들이 선택권 없이 처음부터 그 제품을 먹었다면 그 맛을 모유로 착각해서 계속 찾게 되는데 아가 입맛이 고급이라 비싼것만 먹는것이 아니란 이야기 이다.
우유 기업들이 분유라는 것을 만들어인간 아기들을 대상으로 소젖을 먹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성인들에게 우유는 위장에서 소화가 안되고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중 하나 라는것이 정석이다. 특히나, 분유세대가 아닌 사람젖을 먹고 자란 나와 윗 세대들은 위장에서 우유에 대한 거부감이 더하다.살찔까봐 두려워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탈지분유 까지 만들어 소비를 하라고 아무리 강요해도 성인 대부분은 억지로 먹어지지 않는것이 소젖인 '우유' 이다.
성인인 내가 50이 넘은 중년임에도 우유를 몸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나에게 유당에 대해 소화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위장, 비장이 없기 때문이다. 비위가 없으므로 비위 상할일이 없다. 위장과 비장이 없는 장점중 하나가 "우유를 마음껏 먹을수 있어요" 한다면 좀 억지일까나..
우유의 영양에 대해서는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의견으로 갈리워진다. '완벽식품' 이라는 사람도 있고 암을 유발한다는 사람도 있고 제각각 연구랍시고 말들을 보태기에 소비자들은 혼란만 가중된다.성인이 우유를 주식으로 삼는 인간종족은 아프리카의 '마사이 족' 밖에는 들어본적이 없다.
마사이족의 전사들은 소젖에다 소의몸에 살짝 상처를 내 소피를 섞어서 핑크빛 우유를 마시는것이 주식이라고 예전 다큐에서 본적이 있다.그래서 몸이 가벼워 펄쩍펄쩍 발 앞 끝으로 튕기며 걸어다닌다. 마사이 워킹이라고 밑바닥을 둥글게 만든 신발이 한때 유행했던 적도 있다. 그 외에 성인이 우유를 주식처럼 마셔도 멀쩡하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적이 없다.우유를 먹으려면 성인들은 발효시켜 '요구르트'나 '치즈'로 만들어 먹는것이 유일한 해법같다.
나 역시 해골 모양만 아니면 궂이 우유를 먹을 생각 안했을 것이다. 그냥 우유는 먹게되질 않아서 당분이 주 성분인 핫초코 가루를 듬뿍 섞어 먹는데 점차적으로 순수한 코코아 가루로 교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순수 코코아 가루 맛은 씁쓸하다. 살찌겠다고 당분을 무리하게 많이 섭취하는것이 몸에 좋을리는 없을테니. 언제까지 전지분유와 초코가루를 주식처럼 먹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느정도 살이 붙으면 아마도 중단 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50킬로 몸무게 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 50킬로인 경우와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내 몸안에서 내 머리통보다 더 큰 내장 덩어리들이 빠져나가서 생긴 공백 때문인데 (실제로 축구공보다 잘려나간 장기들이 크다.)사라진 분량이 최소 5킬로 이상은 될것 같아서 장기들이 전부 있는 사람들 50킬로 만큼 말라 보이지는 않게된다. 장기들이 다 있었다면 아마 55킬로 + 쯤 됐을것이다. 50킬로 되기까지 일등 공신이 우유와 핫 초코 였던것 같다.
최소 174키에 50킬로는 돼야 옷도 입을수 있고 밖에 나가도 해골이 출몰하는 공포영화가 아니게 된다. 당분간은 핫초코 가루와 전지분유를 계속 먹을 생각이고 살 찌는 본래 목적 이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는 나중에 가봐야 안다. 현재, 소장 하나로 이루어진 나의 소화기관은 아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어쩌면 평생 분유를 못 끊게 될지도 모르지만 몸에 좋다는 강박증으로 억지로 먹다가 포기 하는것만 아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