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Mar 16. 2020

사지에서도 꽃피는 생명의 기적


엄마가 베란다에 죽으라고 몇년간 내버려둔 화분에서 십몇년만에 처음으로 꽃이 올라온다고 신기 하다고 한다.


이사오기 전부터 기르던것 가져온거라고 하니 십몇년 동거동락 해온 화분중 하나인데 3년전 어머니가 세상 접는다고 좋은 화분은 전부 남주고 몇개는 버리기 힘들어 그냥 베란다에 방치해 둔 애다. 어머니가 일부러 죽으라고 년간 물도 안주고 추운 겨울에도 베란다 창가에 계속 쓰래기처럼 내버려 뒀었다고 한다.(이전 집부터 기르던 것으로 총 동거기간은 30년 가까이라 한다.)


화초 이름은 '군자란' 이라고 한다. 죽으라고 일부러 내버려 뒀음에도 몇십년만에 처음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해 엄마를 감동시키고 있는 기특한 녀석..



일부러 몇년간 죽이려고 방치하자 도리어 십몇년만에 처음으로 빨갛게 꽃이 올라오는 것이 신기하다고 어머니는 생명의 기적을 보는듯 마냥 감회에 젖는다.  꼬박꼬박 주고 추울땐 거실에 들여놓고 정성들여 가꾸던 십여년간은 잎파리만 있던 녀석이다.



엄마 나한테 그땐 왜 그랬어..


아들이 죽을병 걸려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돌봄은 커녕 내가 곧 죽는다는 의사말만 믿고는 같이 죽자고 치료비까지 전부 써버리고 납골당 사느라 남은 돈 마저 털어넣고 자기가 먼저 죽는다고 쓰러져서 자식이 내장 꺼내놓고도 돈 마련하고 사고처리 하느라 맘놓고 죽지도 못하게 만들고.. 서운함에 항의하고 싶지만 지난일 따져봤자 부모자식간 불화만 일어난다. 노인 에고들은 절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않기 때문에 실수나 잘못을 이야기 하면 인정하기 보단 "그래 내가 죽으면 돼지!!" 자기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 달라고 도리어  역정으로 나오게 돼서 정상적인 대화가 안된다. 우울증 걸렸다고 돌봐 달라는 사람들의 특징인데 그렇다고 죽자 라는 말에 동조해 줄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러 죽으라고 내버려 둿는데 죽지않고 도리어 꽃을 피우네..."


사람이 하는 백마디 말보다 눈앞에 피어난 꽃 한송이가 우울증 노인인 어머니를 감회에 젖게 만들고 그 경이로움에 자신이 행한 행위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 겨울에도 추운 베란다에 버려진채 몇십년만에 꽃을 피워낸 화분.. 기특하고 고맙지 뭐야. 아무도 돌보지 않고 버려진 와중에서도 스스로 살아나 꽃을 피우 '생명' 이 가진 '기적'. 말이 필요없다.


Music of the angels -- Joseph McManners

https://youtu.be/LEosNoP_Meg


3월 27일자 두송이가 피어났다.
4월 3일자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은 다시 무엇으로 사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