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길양이 단체급식을 시켜보니..
내가 요양을 위해 거주하고 있는 이 오지스런 시골마을의 길양이들은 겨울엔 먹을것이 없다.
사람과 식당이 많은 도시의 길양이들은 사람들이 먹다버리는 음식물 쓰래기나 풍부하지만 여기 음식물 쓰래기는 퇴비와 함께 섞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똥에 가까워 길양이들이 먹을만하지가 않다.
황량한 겨울이 되면서 퇴비더미를 뒤지는 어린 길양이들이 애처로워 고양이 사료를 주문해 단체급식을 시작한지 한달이 조금 넘어간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시골사람들에게 고양이들은 애완동물이 아닌 "약재"로 취급 당한다. 장날 장터에 가보면 철장안에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오리 흙염소등 살아있는 동물들을 거래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돼면 대부분 약탕으로 직행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길양이들이 대부분 잡혀가 그렇게 되는것이라 짐작해본다.
여기 길양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감지하기에 절대 사람옆에 오지를 않는다. 먹이를 아무리 내줘도 내가 주변에 있으면 절대 오지를 않고 일정한 안전 거리를 유지하며 눈치만 살핀다. 내가 유리로 된 문을 닫고 들어가면 비로서 하나둘 모여들어 먹이를 먹는다. 그것도 많이 발전한것이 처음엔 지켜보기만 해도 무서워 못 오더니 용기낸 한마리가 지켜보는것을 알면서 먹기 시작하니 지금은 일정한 거리만 유지하면 지켜봐도 먹기는 한다.
그런데, 얘들을 지켜보니 길양이 사회에도 서열이란것이 존재해서 배고픈 어린 양이들을 먹이려 하지만 덩치 큰 놈이 등장하면 어린놈들은 먼저와도 순번에 밀려 먹이를 못먹는일이 발생하게 된다. 큰애들을 전부 배불리 먹여야 어린애들까지 순서가 오는데 숫자도 많고 먹는양들이 엄청나서 내 입장에선 하루종일 먹이만 주고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얼마를 내어놓건 전부 없어지는데 분명 못얻어먹는 순번도 있을것이다. 빈그릇이 보일때마다 채워주니 일주일에 5kg 사료 한푸대가 금방 동이나는데도 못얻어먹는 애들이 있다.
눈폭탄이 쏟아지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몇시간씩 심지어는 밤새 눈을 맞아가며 내가 방문을 열고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순번에 밀리는 어린 녀석들을 보면 도저히 먹이를 안주고는 맘이 편치가 않다.
이들의 식사서열에 내가 개입하기로 한것은 나를 오래 기다린 어린 애들에게 순차적으로 먹이를 주기 위함인데 먹이를 준지 한달이 지나도록 정을 안주고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겁쟁이 냥이들이 내가 앞에 나와있자 감히 근처를 오지못하고 눈치만 보고있다.
내맘 같아선 눈보라 치는 영하의 툇마루 보다 따뜻한 방안에서 마음껏 먹이를 주고 싶지만 냥이들의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그런 내속맘을 알리가 없다. 어서빨리 먹이만 주고 들어가 줬으면 하는 맘들 뿐이다. 한달이 넘게 먹이를 내줫건만 아직도 먹이만 먹고 나를 무서운 괴물취급 하는 녀석들이 얄미워 추위에도 버티고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용기를 내서 내앞으로 다가온 녀석들이 순차적으로 배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것만해도 이들에게는 엄청난 용기이며 큰 발전이다.
내가 조금만 움찔해도 바로 눈치채고 단체도주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용기를 내는 고양이들이 눈앞의 먹이를 먹을수 있다. 이들의 용기가 가상해 움찔조차 못하고 먹는것을 지켜보며 무한리필 해주는데 결국 끝까지 의심을 못버리고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은 먹이를 먹을 확율이 그만큼 떨어진다. 개입을 안할시는 큰놈에 밀려서 빼앗기고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먹이만 리필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
추운 겨울에 배라도 불리게 해주고 싶은 내맘을 이해하지 못하는 냥이들을 보면서 나는 같은 처지의 인간을 생각한다..결국, 용기를 내 앞으로 나서는 길양이들이 먼저 배를 채우고 그들을 보면서 하나둘 경계심을 낮춰가는 다른 녀석들이 뒤따라 먹고 끝까지 무서워 못오는 녀석은 자기 그릇을 남에게 빼앗기거나 결국 주는 먹이도 못얻어먹게 된다.. 인간도 두려움과 의심이 자기에게 주어지는 신의 혜택들을 거부하는것은 아닌지. 두려움을 이겨낼 믿음 용기...길양이 에게 주는 먹이처럼 인간도 신의 선물을 받기위해 꼭 필요한 필수항목이 아닐까 먹이를 눈앞에 두고도 두려워 다가오지 못하는 길양이들을 보면서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이 길양이들에겐 생존의 비법일수 있겟지만 자신을 해하려는 것인지 도와주려는 것인지 나름 혜안을 길르는수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