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세 사람

광복절 연휴 제주도 3박 4일 휴가

by 예미

올해 여름 휴가로는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친구들과 제주도에 다녀왔다.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이후 12년 만에 온 제주도인데, 주로 한 일은 예쁜 집 한 채 빌려서 셋이서 삼시세끼 해먹기였다.


그것만 해도 좋았다. 왜냐면 집과 집 근처가 이렇게 생겼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제주도 여행에 대해 "그 돈 주고 왜 (해외가 아닌) 제주도를 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막상 가보니 "제주도가 좋으니까 제주도에 가지!" 싶었다. 정말 곳곳이 그림 같은데, 외국에 달리 이런 동네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여긴 우리나라니까 유명하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더 쉽게 느낄 수 있고, 많은 곳을 찾아다니려고 애쓰지 않아도 좀더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나?


이번 여행에 온 우리 셋에게는 마음 편한 풍경과 여유가 너무 절실했다. 매 순간 그 여유를 더 만드는 방향으로 일정을 만든 걸 보면 그렇다. 이동을 많이 할 생각이 없다며 렌트를 포기하고, 흑돼지는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사와서 구워 먹었다. 어떤 '어트랙션' 이랄 것은 걸어갈 수 있는 동네 독립서점과 동네 바닷가, 그 앞에서 있던 야시장 행사가 전부였다.


사실 숙소 침대의 이불이 최고의 어트랙션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되는 곳이라서 제주도가 좋았다.


이번 여행에 온 친구들이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디서 뭘 하더라도 밥은 정말 잘 챙겨먹고 다닌다는 거다. 회나 고기를 사와서 먹는 것도, 중간중간에 라면을 끓여먹거나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는 것도 다 좋았다. 숙소 근처에 있다고 무작정 찾아간 메밀막국수 집이 그렇게 맛있을 줄은, 야시장에 나온 동네 식당이 그 정도 맛집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먹으면 탈이 날 거라고도 상상을 못 했다(...) 3박 4일 동안 각자 한 번씩 크고 작은 배탈을 겪으며 안 그래도 여유로웠던 스케줄이 더 삐걱거리게 되었다. 스무 살 때부터 봤던 친구들이 이제 밥 잘못 먹으면 탈이 날 나이가 되었다는 게 씁쓸했다. 이제 이 정도 여행을 올 수 있는 여력이 되는데, 건강도 깎여나갈 때가 되었다니.


밖에서 셋 중 둘이 배탈로 SOS를 치던 바로 그 때 숙소 가는 택시가 잡힌 건 올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이런 비상 상황 대처의 어려움을 겪으며 셋이 한 목소리로 "다음에 올 땐 렌트하자!" 를 외쳤다.



제주도에는 '로컬'과 '커뮤니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제주가 좋아서, 제주의 라이프스타일이 좋아서 제주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역 공동체를 부흥시키려고 노력하는 흔적들이 보였다. 독립 서점에 있는 '제주'를 내세운 여러 책들과, 기념품점에 있는 각종 공예 상품을 보면 그렇다. 지역에 대한 애정보다 생존의 필요에 의해 이주한 사람이 많은 지역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생경하면서도 부러운 모습이었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능력, 선택권이 내게 과연 생길 수 있을까? 그걸 만드는 게 우리 셋에겐 아직 꿈 같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선택권을 얻으려면 아마 치열하게 살아야 할 거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의 삶도 살 만한 것이어야 하겠지. 같이 온 친구들이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지만, 어딜 가나 잘 먹고 다니는 것만 봐도 자기돌봄 스킬이 꽤 있어서 좀 닮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상을 조금 덜 메마르게 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기 전까지 유독 무미건조하게 살던 내 하루하루가 생각났다.


이 푸르름을 기억하며 남은 한 해를 잘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