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 힘
19/11/20 10일차
이번 주는 주 1회 출근을 했다. 주말에는 중요한 약속이 있어 양해를 구했다. 생일 하루 전 근무는 마치 스트레스의 양과 기쁨의 양이 상쇄되어 마음이 0인 안정된 상태로 마무리됐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마치 다음 날이 내 생일이라는 걸 아는지 오늘만큼은 어떤 고객이 와도 기분이 잡치지 않도록 기쁜 일과 웃을 일을 잔뜩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생각하니 하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결론은 생일 하루 전 나는 행복했다.
나와 같은 날짜에 태어난 작가의 책을 선물 받았다. 어떤 느낌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더 흥분됐다. 먼저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사람 중 한 명을, 그것도 글을 매개로, 그것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을 알게 된 건 엄청난 기쁨이었다. 그래서 작가 소개에 있는 작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력도 꼼꼼히 읽었다. 생일이 같아서 그런가 괜히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억지) 다음은 책 내용을 봤다.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써 내려갔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렇다고 그날 다 읽은 건 아니다) 이 정도면 감정이입 이상의 무엇인가를 느낀 게 확실하다.
사실 올해는 생일에 대한 기대감이랄 게 없었다. 개인적이고도 복잡한 상황의 영향도 있었지만 내 존재와 가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요즘이라 그런지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생일을 맞이하니 달랐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해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하루를 보내니 충분하다 못해 과분하게 느껴졌고, 이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한창 행복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품고 사회학 책을 찾아 읽을 때 온갖 모순으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한 단계 성장한 사람들은 자신을 넘어 공동체를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었다. 책을 하나씩 해치우며 (그때는 책을 읽는다기보다 책을 잔뜩 빌려놓고 정답을 찾아 달려든 것에 가까웠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마다 생각했다. 과연 나도 저런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올까. 지금은 오늘의 스트레스를 견디며 내일의 스트레스를 대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떤 성취를 이뤄야 저런 생각이 들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은 것 같다. 그땐 나를 잃었고 지금은 나를 되찾았다. 이제는 꽉 쥔 손을 놓지만 않으면 된다. 나도 모르게 힘이 빠져도 다시 꼭 쥐면 된다. 이제 나는 손에 힘을 주어 소중한 것을 꼭 쥐는 법을 안다. 어쩌면 책은 악력을 기르기 위해 내가 선택한 최선책이자 가장 알맞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