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틀 연속 악몽을 꿨다. 하루는 같이 사는 사람 뒤통수에 누군가가 총을 겨누는 꿈, (참고로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다) 또 하루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언니와 엄마를 공격하는 꿈이었다. 두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방관자였다. 총 든 사람 옆에 서있기도 했고 문 뒤에 숨죽여 있기도 했다. 방관자였기에 두려움도 견뎌야 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꿈속의 나'가 순간을 모면해도 결국 '현실의 나'가 모든 걸 기억한다. 간밤에 괴로워만 한 줄 알았는데 웃기도 했단다. 악몽과 잠꼬대를 동시에 했다는 건 내 컨디션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 요즘 딱히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는데, 스트레스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을까.
2.
“응응, 열심히 말고 쉬엄쉬엄 즐겨.” 이런 끝인사를 자주 종종 받는다. 나를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은 내가 열심히 살까 항상 걱정이다. 꾀부리는 성격이 못 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누가 말릴 정도로 열심히 사는 건 아닌데. 덴마크로 다시 돌아왔으니 뭐라도 해야 된다며 시동을 부릉부릉 걸고 있을 내가 걱정돼서 한 말일 것이다. 뭐든 도가 지나치면 화가 된다. 열정도 그렇다. 기름이 떨어졌는데 계속 앞으로 가겠다고 시동을 걸어대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연료를 충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일 바보 같이 바보 같은 짓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내가 참 바보 같다. 친구들은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할까 항상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