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카세트테이프는 여전히 재생 중입니다.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지금은 2021년 10월, 어느덧 예나비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2년이 훌쩍 넘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며 후회되는 순간도 있지만,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이 훨씬 더 많다.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빠의 유언을 실행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난관이었던 부분은 바로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초반에는 스스로를 아빠가 남긴 음악을 대신하여 전달하는 ‘전달자’라고 생각했다. 창작자인 아빠의 음악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았다. 나는 음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아빠에게 자문을 구할 수조차 없었고,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악만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깨달았다. 이 프로젝트의 주체자는 다름 아닌 바로 '나'라는 것을.
아빠는 내게 자신의 바통을 넘겨준 것이다. 나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나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의 전달자가 아닌 주체자로서 말이다.
물론 때로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아빠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있겠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음을 느꼈다. 더 막중한 책임감과 더불어 선택의 기준 또한 이전보다 명확해졌다.
지난날, 아빠는 나와 함께 한 모든 순간에 사랑을 남기고 가셨다. 그리고 당신의 음악이라는 선물 또한 남겨주셨다. 그동안 내가 아빠에게 받은 그 사랑은 당연한 것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런 아빠에게 배운 사랑이 있기에 지금의 사랑이 넘치는 나로 성장할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또 받는 방법 또한 알게 되었다.
아빠를 만난 건, 내 삶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이다.
나는 아빠의 음악에서 나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꾸준히 아빠의 유언을 실행하며, 내 삶에 당신의 흔적을 남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예나비’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는다.
예나비의 작은 날갯짓은 계속됩니다.
당신의 카세트테이프는 여전히 재생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