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실, 바둑 수업

그냥 굴러갈 줄 알았는데, 나를 일으킨 순간들 ➍

by 육예은

³ 가장 큰 재발견은 ⎧먼저 온 미래⎭를 읽으며, ・어린 시절 방과 후 교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 ・내가 직접 고른 바둑 수업・ 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에서 이겼을 때, 조연우, 이세돌이 데블스 플랜에서 여론에 약해 기량을 다 못 펼치고 떠날 때 등 비교적 최근 바둑과 관련된 화제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깊게 박혀있다.


함께 둘 상대가 없어도 혼자 놀기 딱 좋은 바둑 예제들을 책상에 앉아 나름대로 골똘히 풀어보던 초등학생 때 내 모습이 생각났다. 입문자에게는 바로 바둑알과 판을 주지 않았다.

문제집을 풀며 이해하다가 어느 정도 바둑에 대한 감이 생긴 후 난이도가 있는 예제를 직접 바둑판에 두고 풀어보게 했다. 나는 아빠가 따로 바둑판이랑 바둑알을 사주셔서 물성에 대한 호기심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비록 바둑을 끝까지 깊이 있게 파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내가 둔 수와 전체 판의 형세를 동시에 살피는 시야를 얻었다. 애석하게도 상대의 수를 방어하는 법은 잘 모른다. 그때의 향수가 짙어져, 지금은 바둑 두는 법을 까먹고 일부 개념만 머릿속에 남아버린 게 아쉽다.


무한도전이 버금가던 시절,박명수 아저씨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고 말했지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는 부리나케 아빠와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에 가서 ⎧이세돌의 어린이 바둑 교과서 2⎭를 샀다.


IMG_8868.JPG 확장하는 수


구몬, 눈높이 학습지 같은 느낌으로 신나게 풀었다. 초등학생 때 학습지 선생님께 하던 변명이 떠올랐다. '학교에 두고왔어요.' , '엄마가 분리수거할 때 가져다 버렸나봐요.' , '정말 풀었는데 잃어버렸어요.' 라며 사실을 말하기도 하고, 때론 변명을 일삼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푸는 학습지는 참으로 즐겁다.


ㄴ 참고하면 좋을 정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3493352

회사 이야기
앞서 소개한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엔 예술가 한 분이 계신다. 그 분이 최근에 "네가 고른 모든게 다 너야"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엥?”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분께 실례였을 것 같다.

쉬는 기간 동안 지난 날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니, “네가 고른 모든게 다 너야” 라는 결론이 나더라. 별 의미와 의도가 없던 선택일지라도 모든 이들에게 다 설명할 순 없으니! 숲을 보는 사람의 시야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느끼면서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이걸로 회사에서 대단한 경험 하나를 만들고 있긴한데, 나 혼자 한게 아니라 내가 적긴 좀 애매하다. 나중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asy_Fizzy_Lemon_Squee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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