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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a Han Apr 04. 2019

쿠바, 희비의 급 소나기

2017.08 트리니다드 1

습기가 엄습하는 더위속에 에어컨도 안 되는 올드한 붕붕이 쿠션 자동차로 해지기 직전에 트리니다드에 도착 성공.


독일인 커플은 이미 예약한 숙소가 있어 그곳으로 가고, 나는 도착해서 근처 가까운 만만한 까사를 찾아 곧 짐을 풀었다. 주인아주머니의 변덕진 심술이 살짝 보이던 그런 숙소였으나  너무 후덥지근하게 더워서 다른 곳을 더 구경하고 싶지도 않아 에어컨만 나와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충 잡고 식사하러 길을 나서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챙겨 온 작고 가벼운 우산을 펼치고 트리니다드의 거리를 얼마간 산책하니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여행지에서 소나기를 만나는 건 번거로운 일이라 좋아하지 않지만, 쿠바의 사람 잡는 더위를 그나마 잠시나마 죽여주는 건 소나기였기에 반갑기조차 했다.

마요르 광장, 인터넷 존 광장 앞 건물로 소나기를 피해 사람들이 하나 둘 올라오니, 동네 개들도 소나기를 피해 줄지어 올라왔고, 마치 터줏대감들처럼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엎드려 아늑하게 비를 피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오히려 개 구경을 시작.

비가 와서 더위를 다소 식혀 주니 반가왔으나,  살사춤추며 즐기는 사람들 보러 트리니다드에 왔건만, 살사 광장에는 비만 추적추적 내리느라 춤 구경은 물 건너 가버렸다.

결국 저녁이나 먹으러 들어간 식당.

오래전 미싱을 개조한 식탁에서  창살 밖의 소나기 내리는 동네 구경을 하며 음료를 시작으로 저녁식사.

소나기가 내리니 그 무덥던 공기가 잦아들었지만, 순식간에 동네에 홍수가 난 것처럼 물이 차오르고 급류가 되어 흘러갔다.  가만히 보니 신속한 물 빠짐을 위해 동네의 돌길들을 일부러 V 자 모양으로 살짝 기울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길가에 주차된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개구리 주차 중인 것처럼 기울어져 있었지만, 그 덕에 비는 도로 가운데로만 모여 급류가 되어 흘러갔다.



#Cuba #Trinidad #쿠바 # 뜨리니다드 #트리니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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