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na Han Jan 21. 2021

아프리카에서 만난 예멘의 후예.

2010.06  케냐로 온 예멘의 카트(Khat) 

2010년 6월 동아프리카 여행(케냐, 탄자니아)


탄자니아에서 케냐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과묵했던 예멘의 사업가 아저씨.
스와힐리어/영어/아랍어가 나란히 표기된 기내 문구를 쳐다보며 오래간만에 본 아랍어가 읽히지도 않아 궁금함에 이 아저씨에게 몇 개 물어보다가 비행시간 동안 조금 이야기를 나눴었다.

공항에 친구가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다며, 만일 교통편이 없으면 친구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도 된다는 말에 조금 주저했지만, 뒤에 앉았던 여행지기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Why not?

그런데 나중에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 나온 자동차 앞좌석에서 이 줄기를 내내 우물우물 씹고 계셨다.

아저씨 : "먹어 볼래?"
나 : "아뇨, 뭔데요?"
아저씨: "이거 마약이야.."

라며 하하 거리고 웃던데..
나: "그거 카트인가요?"라고 물어보니
아저씨: "너 별걸 다 안다"며 신기해하던 그 식물이다.

사진의 줄기는 아저씨가 이미 잎사귀는 다 뜯어 드시고 쭉정이처럼 남긴 줄기인데,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기념으로 찍어 둔 사진 한 장이다.

 
이 카트라는 식물의 잎사귀는 흥분과 각성의 성분이 들어 있는 포플러의 일종으로 마취효과도 있어 실제 마약으로 분류된다. 카트 잎을 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졸음이 가시고, 활력이 생긴 다지...
그런데.. 이 카트는 예멘의 남녀노소의 기호품으로 문화이자 병폐이기도 한 식물이다.

커피 기행에서 빼놓은 수 없는 나라 예멘..
모카커피란 이름이 예멘의 출항지였던 모카항에서 유래되었다는 건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예멘에선 커피보다 이 카트가 성행하여 커피 한잔의 값보다 이 카트 값이 수십 배는 비싸기 때문에 커피 재배를 접고 카트의 재배가 자꾸 늘어나 예멘의 문화로 자리 잡기는 하였으나 국민들이 돈 벌면..  잎사귀 뜯어먹느라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하기 때문에 그것도 좀 골치라 한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식물이므로 그렇다고 해외로 수출도 못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기 바쁘고...

내가 가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나 어수선한 시국 때문에  외교통상부의 여행금지 국가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한동안 잊고 있어야 할 안타까운 나라 중 하나인데, 어쨌든 예멘의 가난이 너무 싫어 아버지대부터 고향을 떠나 타국 땅에 사업하러 왔다면서도,  문화는 문화인지 아프리카까지 와서 아버지의 고향땅인 예멘의 카트를 씹고 있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카트의 기억..

카트 줄기
작가의 이전글 다문화가 만든 혼혈의 가정식, Nony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