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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Nov 19. 2016

프랑스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지난주 금요일 직장동료가 결혼을 했다. 청첩장도 돌리지 않고 결혼 게시글도 없고 결혼 후 신혼여행 휴가도 없다. 너무나 낯선 풍경이다.

생각해보니 지지난달에도 직장동료 두 명이 결혼을 했었다. 그들도 청첩장 없이 결혼했다. 이들에게 결혼은 가족, 친지 간의 잔치이지 직장동료가 가는 곳이 아니다. 또한 신혼부부가 아니니 신혼여행도 무의미했다. 이들 모두 이미 수년 전부터 지금의 반려자와 같이 살고 있었으며  그중 이미 아들이 4살인 사람도 있다. 그냥 행정적 절차를 기념하는 세레모니였달까?  

흔히들 프랑스는 가족제도가 붕괴했다고들 하는데  주변에 세명이나 결혼하는 걸 보니 그게 과연 사실일까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았다.


양국의 통계

프랑스 인구가 한국보다 1600만 명가량 더 많지만 한국이 결혼, 이혼 건 수가 더 많다.   

2014년 프랑스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1.9건이며 (혼인건수 241,292건,  이혼건수 123,500건), 한국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2.3건 (혼인건수 305,500건, 이혼건수 115,500건)이다.

*조이혼율 : 1년간에 발생한 총 이혼건수를 당해연도의 총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 분비로 나타낸 것으로 인구 1000명 당 이혼건수를 의미한다.


한국의 결혼

한국에 결혼이 많다는 것은 백배 공감한다.  

삼포, 오포 세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내 주변에는 결혼 소식이 끊이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한국에서의 주말은 결혼식이거나 자유시간이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결혼적령기라는 것을 알려주듯 주변에 수많은 이들이 결혼을 하였는데, 사회 초년생일 때는 신기하고 재밌고 신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갔던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동기들이 지방에서도 기꺼이 버스 타고 동기 결혼식을 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었다.

채 1년이 안 갔지만.

해가 갈수록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같은 진부한 형식과 인사치레로 가는 결혼식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샌가 정말 가깝지 않으면 가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해외까지 나와버려 반강제적 인간관계 정리가 되다보니 진작 가지말걸 싶기도 하다.  


그리고 상당수가 '누구'와 결혼하는 게 아닌 '몇 살'에 결혼하는 것을 삶의 KPI로 잡고 그 나이에 만나는 누군가와 (최단기간 2개월 만에) 결혼을 하는 것을 보고 '오랜 사랑의 결실'로 생각했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12년에 결혼했던 몇 살 많은 옆자리 동기에게  결혼하게 된 이유를 (순전한 궁금증으로, '그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대사 같은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더니 "결혼이 하고 싶어 졌는데 옆에 있길래"라는 답을 들었고 나는 그 이후에 격하게 냉소적이고 회의적이 된 것 같다.

그 말인즉, 다른 여자였어도 결혼했을 거란 말이니까.  또한 올해 안에 결혼을 하겠다고 소개팅을 50번 해서 50번째 여자와 결혼한 동기도 있고, 의사와 결혼하겠다고 의사랑만 소개팅을 하여 결혼에 성공한 동기도 있다. 물론 경영관리적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무언가 인간미가 없어 내가 추구하는 바는 아니다.

반면, 고등학교부터 시작된 인연의 결실(13년!)을 맺은 후배도 있었고 대학 CC출신 커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과 CC 커플의 결혼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조금 많이 아쉽다.)


이렇게 주변에 늘어가는 유부녀, 유부남들은 겉으로는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는데 막상 속내를 들어보니 여자 측에서는 한 명 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결혼을 과연 하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연애처럼 각각의 사정이 다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결혼이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니 내가 통제하지 못할 변수가 너무 많을 것 같다. 계획대로 안되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데, 왠지 결혼이란 것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을 것 같으니.


대체 결혼이 뭐라고


한국에서 연인이 함께 살 방법이 결혼밖에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보통의 정상적인 연인이라면 사이가 깊어질수록 떨어지기가 싫고 떨어지지 않으려면 같이 살아야 하는데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같이 살려면 결혼을 해야 하니 말이다.

나는 그저 한컵의 우유가 마시고 싶었는데 소를 사버리는 느낌이다.


또한 청춘의 최종 퀘스트처럼 여겨져 온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독촉하며 부모에게는 성공적인 자식농사의 졸업장과 같아 과장하자면 흡사 두 사람의 의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리니 더욱 번뇌가 커질 수 밖에.

하지만 수능 이후의 모든 사회적 관문이 그렇듯 문 너머는 밝고 희망차 보이지만 문을 넘으면 기대와는 다를 것이고 (이 학교가, 이 회사가 이럴 줄 알았으면 입학/입사 안 했을 사람 많겠지?) 그 이후에 또 다른 문이 바짝 기다리고 서있어서 숙제를 마치는 기분으로 결혼을 한 이들은 또 육아의 문을 마주하기 십상일 것이다.

실제  결혼생활이 어떤 것인지는 결혼을 한 후에나 알게 되겠지만 !  


프랑스의 결혼

결혼식에 참석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의 세 케이스를 참고해보면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결혼도 한국과 다르다.  

프랑스는 오전에 시청에서 시청 결혼식을 하고 오후에 성당에서 식을 올린다. 그 후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다음날 아침까지 놀고 오전에 브런치를 먹고 헤어진다.  보통은 하루 반나절이지만 이집트식 결혼은 평균 사흘, 길면 일주일 동안 계속된다고 하니 함부로 갈 곳은 아닌 것 같다. 이집트계 직원에게 한국의 결혼식은 식 30분,  식사 1시간 총  1시간 30분에 끝난다고 하니 농담하지 말라며 믿지 못하였다. 하객은 가족, 친지, 가까운 지인 정도로 구성되며 직장동료를 초대하는 것은 (회사에서는) 한 번도 못 봤다. 개인 여건에 따라 스드메도하는데 결혼정보업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전부 알아보고 골라서 정한다.


아니면 안하면 된다.

프랑스는 결혼 외에도 연인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참 많기 때문이다.

그냥 같이 살아도 되고, 시민연대 계약(PACS)을 맺고 같이 살아도 되고...

특히나 파리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집세를 아끼려는 부수적인 이유로도 연인 간 동거가 너무 흔하고 막상 집주인도 비 연인관계의 동성 2인에게 세를 주는 것보다는 커플에게 세를 주는 것을 선호한다. 친구사이는 파티를 많이해서 이웃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나.  (그래서 슬프게도  4개월째 동성 친구와 집을 구하는 중이다..)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정서 - 혼전동거는 터부시 된다 - 를 말하면 기겁한다. 어떻게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을 하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유부님들.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시민연대 계약을 맺으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결혼한 것과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이 택하고 있다. 한국도 법 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던데 사회적 인식이 과연 따라올지 미지수이다.

참고로 이 나라는 심지어 현직 대통령도 법적 미혼 상태이며 첫 번째 동거인과 자식이 넷 있었고 현재는 세 번째 동거인과 지내고 있다. 사랑과 전쟁보다 박진감 넘친다. 그런데 웃긴 건 프랑스는 공인의 사생활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오히려 올랑드 스캔들 이후 아무 매력 없어 보이던 대통령이 애인을 만나려 한밤중에 스쿠터를 탄다는 사실이 의외라며 인간적이라고 지지율이 되려 상승하는 나라다.


결혼은 과정일 뿐

결론적으로 프랑스에서 결혼은 인생의 종착점이 아니고 법적 인증절차에 가까우며 동거 상태든 결혼상태든 헤어지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때문인지 내 주변에는 미혼, 이혼 상태인 사람들이 결혼 유지 중인 사람들보다 많다. 신기한 건 이혼해도 전 배우자를 상당히 자주 본다는 것? 사실 애인만 해도 한국에서는 전 애인과 보는 게 터부에 가깝다면 이곳에서는 아는 사이로 지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뼛속부터 다르긴 한가보다.  


한국처럼 동거 제도가 터부시 되는 것은 반대하나 덮어놓고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이 정규직이라면 동거는 계약직 같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구속되진 않지만 그래도 성인이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본인의 사생활을 100%  공유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안정감과 소속감없이 매일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 아닐까. 제도적 압력이 없으니 실제로도 책임감이 덜 한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 5년간 동거한 남자 친구의 외도로 하루아침에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집은 아직까지도 정리'중'인 학교 친구를 곁에서 바라보며 그걸 많이 느꼈다. 같이 안 살 때도 이별은 힘든데 같이 살기까지 했었으면 그 충격과 뒤처리의 구질구질함이 오죽할까. 반대로 결혼한 사이는 제도적 구속으로 인해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 남보다 못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보면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도 상상할 수 없이 힘들 것  같다.  

고로 제도가 어찌되었든 둘이 좋자고 결정한 일인데 끝까지 좋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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