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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Nov 24. 2016

질투 나는 파리의 문화생활



먼저 브런치 메인에 당선되어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난생처음 글로서 주목을 받아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참으로 기쁘네요.

친구가 이른 아침 사진을 보내줘 알게 된 메인 등극 소식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한테까지 자랑을 했습니다.

파리는 모두가 아는 도시이기 때문에 새롭고 낯선 여행지가 주목받는 요즘의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져있지만 제게 파리는 늘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도시여서 이 생경함을 기억하고자 브런치를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니 더욱 일상의 관찰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예술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 준다. 
- Pablo Picasso

"예술의 도시, 파리”라고 하면 참으로 진부하지만 이는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실이다. 


파리로 오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불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도 있지만 예술경영을 전공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파리는 그야말로 최고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의 예술가는 무조건 파리에 적을 두고 있으며 미술, 음악, 축제, 공연 등 모든 예술분야에서 파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또한 서울과는 달리 유명 가수들의 투어에 무조건 1순위로 포함되는 도시여서 스팅, 비욘세, 리한나, 아델 등의 공연을 (예매 전쟁에서 성공하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볼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한창 콜드플레이 최초 내한으로 시끌벅적하던데 파리는 이미 지난 10월에 예매가 끝났다. 난 몰라서 놓쳤다. 그리고 알아도 못 잡았을 것이다 ;) 이미 지난겨울 아델 공연 예매 시도가 처참히 실패하였기 때문에...


하지만 파리의 위엄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문화 (Culture pour tous)

프랑스와 1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국가 주도의 강력한 문화정책으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문화정책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문화진흥에 힘쓰고 있다. 특히 문화민주화에 힘쓴 앙드레 말로 초대 문화부 장관의 뜻이 오늘까지도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게 인상 깊었는데 학교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관객 발굴일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정말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데 그 말인즉, 양질의 전시/공연을 잘만 챙기면 공짜, 혹은 한 끼 식사값도 안 되는 가격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 26세 미만 청년은 모든 미술관이 공짜이고 공연도 반값 이상의 할인가로 관람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나이 제한에는 걸리지만 예술전공 학생이기 때문에 루브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술관은 다행히 공짜로 입장이 가능하다. 오르셰 미술관을 제집 들듯 드나드는 기분이란! (검표원이 이것도 서른 살 넘으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아직 몇 년 남았다 다행히!) 또한 유명 오페라들도 당일 표를 현장 구매하면 1/10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렇게 단돈 15유로로 관람한 '세비야의 이발사'는 그 돈 주고 보기 미안할 정도로 멋진 작품이었다. 


파리에선 비단 공연을 보러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우선 지하철만 해도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출근길 지하철에는 매일 아침 하프를 켜는 아저씨가 있고 퇴근길에는 매일 기타를 치는 청년이 있는데 모두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 외 여러 지하철역에서도 음악가들이 활약하는데 개인적으로는 Châtelet역의 오케스트라와 Palais Royal역의 첼로 연주를 좋아한다. 


뮤지컬 VS 정극

모든 종류의 창작물을 좋아하지만 그중 나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건 단연코 ‘공연’ 분야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을 바쳐 활동했던 연극부의 영향으로 특히 뮤지컬을 좋아했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한국의 뮤지컬 붐으로 양질의 작품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어서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과 런던은 파리에 버금가는 꿈의 도시였는데 그곳의 물가는 차원이 다르니 정말 ‘꿈’의 도시로 남겨둔 건 비밀. 


하지만 의외로 파리는 뮤지컬 시장이 작아서 처음엔 실망이 컸다. 심지어 내 주변 프랑스애들은 뮤지컬은 너드들이 보는 것이라며 폄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의 뮤지컬 전성기는 십수 년 전 ‘노트르담 드 파리('98)’였고 그 이후에는 그에 필적하는 대작이 나오지 않아 관심이 시든 상태이다. 한국은 한창 프랑스 뮤지컬이 유행인데 아이러니하다.  


고로 파리에서 나름 흥하는 뮤지컬은 되려 수입 작품들인데 파리 뮤지컬 극장의 대표 격인 모가도르 극장(Théâtre Mogador)에서는 매년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을 올린다. 작년엔 '캣츠'였고 올해는 '오페라의 유령'인데 모두 본 것이어서 참 안타깝다… 그마저도 화재로 내년 여름까지 공연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여서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두 번째 신흥주자 파리 시립극장도 여러 뮤지컬을 선보이는데 작년의 '싱잉 인 더 레인'에 이어 올해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선보였다. 지난주 토요일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관람하고 왔는데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을 단돈 23유로에 보고 와서 매우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국내 버전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오리지널의 포스는 과연 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 이 극장도 내년부터 보수공사로 폐관 예정이어서 파리 뮤지컬의 미래는 한층 더 어두울 예정이다. 


한국과는 달리 현지인들에게는 뮤지컬보다는 정극이 더 인기 있는 분야인데 파리에만 130여 개의 극장이 있으며 매주 300개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진다. 파리의 공연만 소개하는 주간지가 있는데 꽤나 두툼해서 다 읽다가 일주일이 지나갈 지경이다. 


아무튼, 그렇게 많은 공연들이 범람하다 보니 홍보가 가장 큰 문제일 텐데 파리는 너무 쿨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바로 지하철 이동통로를 전부 광고판으로 만들어 모든 문화예술행사를 홍보하는 것. 그래서 매일 환승 통로를 걸으며 새로운 전시/공연 정보를 파악하곤 한다. (그 점은 신사역이랑 확실히 다르다.) 오늘도 저스티스 공연 포스터를 보고 누구랑 가야 하나 고민을 시작한 참이다. 


가장 파리다운 공연은?

뮤지컬에 이어 나의 마음을 두 번째로 사로잡은 장르가 있다. 바로 캬바레. 파리에만 존재하는 이 캬바레는 거장들의 작품에도 등장하고 헐리우드 영화에도 등장하고 곧 볼리우드 영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파리를 대표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파리 관광청에서 10월 말을 카바레 주간으로 선정할 정도로 열심히 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랭루즈(Moulin Rouge)로 대표되는 종합예술 공연인데 샴페인 혹은 식사를 곁들이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색이라면 무희들이 쿨하게 반라로 나온다는 것인데 의상과 조명덕에 전혀 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물랭루즈(Moulin Rouge), 리도(Lido),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파라디 라탕(Paradis Latin)등이 대표 공연인데 공연장 별로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일반화하기는 참 어렵지만 크레이지 호스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깃털을 잔뜩 단 화려한 의상과 무희들의 군무(예를 들어 캉캉)가 대표적이다. 파리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장르이기도 하다. 무용이 기본이지만 무언극 같기도 하고 마임 같기도 하고 뮤지컬 같기도 해서 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보고싶은 공연

작년, 올해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한국의 공연들도 소개되었는데 한국에서는 몰랐던 공연들을 오히려 더 많이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안은미, 잠비나이 같은 분들을 이제야 알게되어 한탄스러울 따름! 파리에서 성황리에 끝난 여러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들을 통해서 그간 나의 편협했던 취향도 반성하게되고 앞으로 하고싶은 것에 대한 공부와 목표도 더욱 분명해졌다. 국가차원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한국 아티스트들이 기꺼이 파리로 초청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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