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짧은 일기, 근황.
출국이 2주도 남지 않았다. 1년 전에 계획하고, 6개월 전에 티켓을 샀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이미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요즘 매일 뭔가를 까먹고 안 가져가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어학연수와 유학도 해봤고, 여행도 많이 다녀봤지만 혼자 3개월이나 되는 긴 여행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서 최대한 많은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림을 많이 그리고 글도 많이 쓰고 싶다. 아이디어 스케치만 완성해 놓은 그림이 95장이나 된다. 그러다 보니 가져갈 것이 너무 많다. 짐을 많이 들고 여행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짐 싸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3개월치 책을 모두 가져갈 수 없으니 e북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싫어하는데... 익숙해지는 계기가 될까?
외롭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내가 혼자 여행할 때 느끼는 외로움은 절반만 향수 같은 건데, 정확하게 말하면 첼로와 딱콩이가 보고 싶은 것이다. 내 외로움은 그 아이들이 없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작업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아직도 끊지 않았다. 어디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입국에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 출국 전까지는 마지막 국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러 한 달 살기 느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그곳에 사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2개월 반동안 4개의 국가에만 머문다. 나머지 2주를 한곳에서 보내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첼로 딱콩이가 너무 보고 싶으면 2개월 반 만에 한국에 돌아올 수도 있겠다.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필요해서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래도 뭔가를 얻기 위한 여행이다. 작은 변화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내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매일 쓰진 못하더라도 낯선 곳에서 글을 적다 보면 뭔가가 피어나든, 사라지든, 달라지든 하지 않겠어? 어떤 글을 쓸지는 어느 정도 생각해 뒀다. 완성할 수 있을까?
동물들이 보고 싶어서 너무 힘들지 않으면 좋겠다. 여행기간 동안은 온전히 글과 그림에만 집중하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자극도 많이 만나고.
걱정이 많지만 설렘이 더 크다.
째깍째깍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