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의 감독님의 승리호
영화과 끝난 후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어진 러닝 타임 내에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한 감독의 욕심이 보였기에 어디서부터 분석하고 해체해야 할지 혼란을 주는 영화였다. 대학원 생활과 더불어 프리랜서 영어 번역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번역한 영상 중 승리호에 출연했던 분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그분의 인터뷰를 번역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조성희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출연자는 검은여우단의 외국인 멤버 중 한 분인데, 조성희 감독님은 굉장히 유연하시고 배우와의 소통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영화 보는 내내 감독님의 그러한 면모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외국인이 영화 속 등장하는데 모두가 자신의 언어로 연기를 한 탓에 무지 편안해 보였다.
이러한 감독의 배려가 승리호가 현실감 있을 수 있는데 큰 이바지를 했고, 한국의 영화계도 multi-language, multi-national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로서 Netflix라는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 간 장벽이 허물어져가며, 예술이 세계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승리호의 스토리는 흔히 말하는 ‘CJ 스럽다’에 가까운 구석이 있으며, 뻔한 탓에 신파라는 비판이 꽤 있다. 아무래도 200억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탓에 어느 정도의 개성 있는 스토리를 관객들이 기대한 것 같다. 비판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거의 1조 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는 세계관을 기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억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SF 장르 영화가 처음으로 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주류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처음으로 OTT 서비스를 통해 선공개되며 영화의 개봉이 단순히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개념을 만드는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내에서도 뻔하지 않은 소재가 속속들이 숨어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나 엽동이라는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남성‘의 목소리를 이용하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사용해 우리가 평상시에 갖고 있었던 젠더에 대한 편견을 깨기도 했다. 엽동이의 캐릭터를 왜 그렇게 설정하게 됐는지 궁금했고, 그가 왜 그렇게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됐는지도 궁금해하며 영화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