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언뜻 보기엔 학교폭력을 다루는 영화이다. 영화 초반부터 불안감을 조성하는 카메라 무빙은 마치 피해자의 눈동자를 모방하듯 보는 이에게 몹시 불편한 마음을 새겨준다.
영화의 핵심 인물인 기태, 동윤, 희준이 모두 학생이라는 점, 학교가 배경이라는 점, 그리고 그 속에 폭력이 엉켜 있다는 점을 고려해 표면적으로 보기엔 학교폭력이 이 영화 속 중심 갈등 요소로 보인다.
학교폭력 속에 기태가 있으며, 그는 폭력과 폭언인 일상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와 공포감을 주며 “학교 짱” 행세를 하고 다닌다. 명백한 가해자인 기태라는 인물이 충분히 악역으로 그려질 수 있지만 윤성현 감독은 특유의 감각과 통찰력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기태를 동정할 수 있는 감정선을 연출한다.
조각조각 펼쳐지는 과거와 현재의 장면들은 왜?라는 질문을 떨쳐낼 수 없게 만들며 무엇이 기태를 이토록 폭력적이게 만든 건지, 무엇이 기태를 죽음으로 몰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기태를 상처 받게 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언뜻 보기에 단순히 분노 조절을 못하는 양아치인 기태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연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애정결핍이 극으로 치달어 희준과 동윤의 애정을 갈망하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가족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태의 모습에서 도출할 수 있는 건,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무관심이 그의 마음속에 심각한 결핍과 분노를 심어준 것이다.
극 중 아버지는 적지 않게 등장하며 기태의 죽음에 관하여 파고드는데, 당장 극 속으로 뛰어 들어가 거울을 비치고 싶은 심정이 든다. 기태가 행사한 폭력과 남에게 준 상처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지만 결국엔 그 아이는 자신이 배운 대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을 뿐이고 아는 방식대로 애정을 받기 위한 몸부림을 친 것이다. 기태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폭력의 가해자였고,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라는 그의 대사에 대한 답으로 “누군가가 너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때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