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이 아닌 제3 국에서 혼인신고하기
2019년 3월,
영어도 베트남어도 할 줄 모르고 얼떨결에 일하러 호치민에 오게 된 나.
그때만 해도 ‘딱 1년만 바짝 벌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외노자(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이곳에서 결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혼인신고라니!
Prologue
호치민에 온 지 한 달만에 운명처럼 만난 남편과 나는 3개월간의 장거리 연애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결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해가 바뀌는 2020년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있는 우리 부모님을 뵙기 위해 2020년 1월 한국 설날 연휴에 맞춰 서울로 가는 비행기 티켓팅을 마치고 남편의 한국 Visa도 그때에 맞춰 무사히 발급을 끝냈다. (하... 이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후에 다루겠다. 정말 무비자 천국, 한국인은 축복받은 거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인 1월 26일,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한국인 남성 확진자에 의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처럼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 1월 말, 다시 베트남에 입국하기 쉽지 않았을 정도로 심각해졌고 그때 잠깐 한국인이라면 택시 승차와 식당 출입을 거부할 정도로 베트남내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혐한 감정도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그 당시 인도의 상황은 나쁘지 않아서 3월 초, 시부모님과 가족분들을 뵈러 뭄바이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 후, 다시 인도도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 갇혀버린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한국에서 올리기로 했던 결혼식은 무기한 연장되었다.
"내년에는 식을 올릴 수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2020년이 지나갔다.
2021년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결혼을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기로 결심했다.
혼인신고하기 위한 서류를 준비한 건 약 6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한국에서 떼는 서류는 어렵지 않았는데 인도에서 오는 서류가 꽤 오래 걸렸다. 인도 정부의 서류 컨펌 과정이 복잡하여 원래 오래 걸리는 데다가 코로나 때문에 관공서가 모두 셧다운 되는 바람에 진행되다 중단되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하지만 혼인신고 과정에 비하면 비자나 이런 서류 과정은 귀여운 수준이었달까)
코로나 시대를 겪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이 시국에 국제결혼을 한다는 건 남들보다는 조금 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그렇지만 우린 결국해냈다!
준비 과정에서 쉽지만은 않았기에 국제결혼을 앞두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스토리를 공유하려고 한다.
절박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