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강의실 / N
교탁과 칠판이 있는 전형적인 학원 강의실.
일곱 명의 사람들 책상에 앉아 있다.
몇몇 엎드려 잠에 들어있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그때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진길(남, 40대 초반)
흰 셔츠에 검정 슬랙스 차림.
진길 (경쾌) 자자, 일어나세요.
엎드려있던 사람들, 인상 쓴 채 다들 잠 깨우려 안달이고.
진길, 교탁에 책 내려두고 벽시계 보면 12시 10분 전.
진길이 올려둔 책 '기억 조작론'
진길 다들 오늘 긴장 많이 하셨나 봐요.
일동 ...
진길 문 열리기 전에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열정적인 눈빛으로 진길을 향해 손을 든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의 진길. 냉소적인 웃음.
진길, 중간쯤 앉아 있는 여자1에게 눈짓하면
여자1 염라대왕 앞에서 거짓말해도 안 걸리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진길 네.
여자1 어떻게... 안 들켜요?
진길, 여자1을 바라보며 천천히 가까이 간다.
여자1, 움찔하지만 진길의 눈 피하지 않고.
진길 몇 명이나 죽이셨지?
여자1 ...한 명.
진길, 눈 깜짝할 새 다가가 여자1의 손목을 확 잡으면..!
<플래시백>
환자복 차림의 여자1, 광기 어린 눈으로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모습. 컥컥 대며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의 신음소리와 발버둥 치는 발.
진길, 여자1의 손목을 탁- 하고 놓으며
진길 한 명?
여자1 네.
진길 ...두 명인데?
여자1 !
진길 임산부 죽이셨으면 두 명이지.
<플래시백>
힘 없이 누워 있는 누군가의 부른 배에 귀를 대며 섬뜩하게 웃음 짓는 여자1
진길 요새 대왕이 좀 기력이 쇠했대도 내가 보는 걸 못 보실리 없거든.
진길,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면,
사람들 저마다 질문과 욕지거리 강의실을 채운다.
'진짜 염라가 속나요?',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아니 씨발 그럼 뭐 어쩌라고!'
진길 제가 내내 말씀드렸던 것처럼 살인의 순간을 떠올리시고 기억을 조작하세요. 세 명이면 두 명으로, 두 명이면 한 명으로. 그래야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확률은 높아지니까.
여자1 걸리면요?
진길 걸리면 당신들이 가게 될 지옥의 고통도, 기간도 2배가 되죠. 환생은 당연히 없고.
여자1 (어이없고, 화난) 근데 왜 기억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준 거예요?!
모두들 하나 같이 분노 가득 찬 눈으로 진길을 바라본다.
진길, 눈은 웃지 않은 채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때, 강의실 암전되었다가 다시 켜진다.
진길, 원래 입고 복장이 아닌 저승사자 차림이고.
여자1의 두 손, 빨간색 페인트에 담갔다 뺀 듯 새빨갛다.
앉아 있던 사람들의 손 모두 여자1처럼 빨갛게 변해있다.
모두 자신들의 변한 손과 진길의 모습에 놀라 얼음.
진길 기억 조작론은 자신의 죄를 어떻게 해서든 줄이려는 최후의 쓰레기 판별법.
일동 !
진길 끝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는 너희들의 모습에서 난 알았다. 아, 내 아량 따윈 필요 없구나.
벽시계의 바늘 자정을 가리키면,
순간 강의실 중앙 검은 문이 생긴다.
끼익- 문 열리고 진길과 같은 복장의 저승사자 일곱 명 등장.
진길 한 명? 웃기시네. 열한 명의 임산부와 그들의 태아를 죽인 네가?
여자1 !
진길 (모두를 보며) 사람을 죽여놓고도 끝까지 무슨 수 를 써서든 덮으려는 모습들이 너무.. 역겹다.
사람들 '무슨 개소리야!',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일로와, 내가 너 죽여버리게!'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진길을 향해 달려들고..!
그때, 진길의 옷에 순간 불이 붙으며 입고 있던 옷, 새빨간 한복으로 바뀐다.
천천히 감은 눈을 뜨는 진길의 눈동자도 한복과 같은 빨간색!
진길 내가 염라니까.
저승사자들, 각자의 인간을 데리고 문으로 들어간다.
살려달라며 구걸하는 인간, 소리 지르며 죽여버리겠다는 인간, 멍한 표정으로 끌려가는 인간...다양하다.
여자1, 팔짱 낀 저승사자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
그런 여자1을 보던 진길, 가까이 다가가 여자의 손목을 다시 한번 잡고
진길 환생은 꿈도 꾸지 마.
여자1, 악을 지르는데 얼굴 순간 괴물처럼 바뀌고,
저승사자, 여자1의 목덜미를 잡고 문 안으로 들어간다.
검은 문 순식간에 사라지고 동시에 강의실 불 암전.
다시 불 켜지면 평온한 강의실의 모습.
진길, 교탁 앞에 서 있는데 다시 흰 셔츠의 슬랙스 차림.
진길 (태연) 자, 다음 분들 들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