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원룸 / D -> N
작은 5평 크기의 원룸.
침대, 책상, 옷장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단출한 살림.
화장실에서 들리는 샤워소리(E)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하는 아침.
퀭한 눈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소라(여, 20대)
소라 내가 또 계절학기를 들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라 돼지새끼다. (화장실 힐끗)
소라, 메일창 켜고 첨부파일에 '파이널 버전 발표 대본' 파일 넣는다.
순간 미간 찌푸리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버리는 소라.
온몸을 버둥거리다가 이내 바른 자세하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내일 발표까지 꼭 숙지하고 와주세요. 대본까지 써서 드리는데 이 정도는 해오셔야 사람새끼 맞잖아. ㅇㅈ?'
백스페이스바 타타타탁 탁탁!!
'내일 발표까지 꼭 숙지하고 오세요.'
소라, 보내기 버튼 클릭하고는 노트북 덮어 버린다.
암전.
CUT TO
캄캄한 방 안.
샤워소리 여전히 방 안을 채우고 있다.
침대 위에 아크로바틱 뺨치는 이상한 자세로 자고 있는 소라.
그때 소라의 원룸 초인종 소리(E) 울린다.
소라, '으음~'하며 뒤척이는데 이내 쿵쿵(E) 문 두드리는 소리.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하는 소라.
소라 누구세요!!
남자(E) 저기, 유소라 씨 댁 맞나요?
소라 ...네. 어디시죠?
남자(E) 관우경찰서 이파란 형사입니다.
소라, 멈칫하고 인터폰 전원을 켠다.
인터폰 화면에 파란(남, 30대) 자신의 경찰 신분증 비추고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현관으로 가는 소라.
소라 (문 열며) 무슨 일이세요?
파란 혹시 해성대학교 이사나님 아세요?
소라 ...네. 같은 수업 들어요. 왜요?
파란 (엄지로 자신의 뒤를 가리키며) 저기 반대편에 사신건 아셨나요?
소라 ! 저랑 같은 오피스텔 살았어요? 대박.
파란 (몰랐구나) 마지막으로 연락하신 건 언제예요?
소라 제가 아침에 해 뜰 때쯤 메일로 대본 보내기 직전에 카톡 한 거 빼곤 없는데. 아니 무슨 일인데요?
파란 실종신고요. 일주일 넘게 연락이 안 돼서.
소라 아... 뭐 놀러 갔나 보죠. 내 전화도 씹는 년인데.
파란 (샤워 소리 듣고) 누구랑 같이 사시나 봐요..?
소라 아, 네. 친구요. 같이 밤샜거든요. (급짜증) 아니, 근데 씨발 진짜.
파란 ?
소라 (표정 관리) 결국 나만 독박이네, 나만. 제가 대본까지 써서 바쳤는데 지금 그년 증발했다는 거잖아요.
파란 네... 뭐. 아무튼 모르셨고 지금도 모르신다는 거잖아요, 유소라 씨는.
소라 네. (하품) 뭐 더 답해야 하나요? 밤을 새워서..
파란 (명함 건네며) 조만간 연락한 번 드릴게요. 주변 탐문 조사를 할 예정이라서.
소라 (건성) 아, 네.
도어록 잠기는 소리(E)
소라, 손에 든 명함 빤히 바라보다 획- 던져버리고.
그대로 어슬렁거리며 침대로 다이빙해 누워버리는 소라의 뒷모습.
카메라 점점 줌 아웃하며 소라의 집 전체를 비춘다.
여전히 방 안을 울리는 샤워소리(E)
벌떡 일어난 소라. 화장실 문 사이로 고개만 넣고 서 있는 기괴한 자세.
소라, 화장실 문 닫고는 다시 침대로 가서 다이빙.
그때 울리는 전화(E)
소라 응, 엄마. 아니 궁금한 게 있어서. 돼지 한 마리에 보통 몇 킬로나 하지? (사이) 아... 그러면 그 피 빼는
데는 대략 얼마나 걸려? 응? 아니 그냥 뭐 궁금해서? (눈 반짝) 부부동반 여행? 언제? 정육점 닫고?
(입맛 다시며, 화장실로 시선) 그럼 나 고기 먹어도 되지?
치아 다 보이게 씩- 하고 기괴하게 웃는 소라의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