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스티븐 킹

돌을 던진 사람들

by Morado

HBO 미니시리즈로 제작된 The Outsider는 스티븐 킹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Adaptation)중 가장 잘 만든 작품 중 하나라며 극찬이 오갔다. 1화를 보고 책을 샀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티븐 킹은 나에게 길티 플레져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엥?'스러운 요소를 퐉퐉 뿌려서 요리하는 그의 소설들은 재밌고 쉽게 읽히지만(실제로 2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3일 만에 봤다.) 가끔씩 이건 너무한 설정 아니냐는 의문이 내 뇌 뒤편을 간지럽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마치 ASMR을 들을 때 내 뇌에서 느끼는 감정 같다고나 할까.


이번 밑줄은 스토리와 연관성이 없는 밑줄로만 뽑아봤다. 스토리에 빠져야 하는 게 스티븐 킹의 소설 아니겠는가!


사상이라는 것은 사상의 겉모습에 현혹될 만큼 나약한 인간들에게 질서의 허울을 부여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콜린 윌슨, 맹인의 나라

아웃사이더는 이 말을 시작으로 시작한다. 연관된 이야기 일지는 모르지만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이 생각났다. 우리가 고수하는 전통들은 사실 국가적으로 조작된 브랜딩에 가깝다. 스코틀랜드의 퀼트가 영국 디자인 회사에서 만들어준 무늬임을, 우리나라의 제사도 몇 천년의 전통이 아니라 조선 건국 이후 흩어진 '민심'과 여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만들어진 정체성이라는 것임을. (직장인의 책 읽기 팟캐스트 참조) 사실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만들어진 게 대부분 아닌가.


불가능한 것들을 모두 제거했을 때 남은 것은 아무리 개연성이 낮더라도 그것이 진실일 수밖에 없다.

이 문장은 왠지 스티븐 킹의 작품세계를 하나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영화든 TV 시리즈이든 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개연성인가 보다. 그래서 스티븐 킹의 책들을 볼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연결고리가 내 뇌를 간질 거리는 것일 수도.


알맞은 바람이 불면 눈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곳에.

이 책에서도 나는 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 가장 맘에 와 닿았다. "저 사람이 아이를 죽였대!", "세상에나!", "저 가족들과는 다시는 얘기를 나누면 안 돼!" 손가락질과 소문들은 너무나도 쉽게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는 그걸 알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이 문장은 범인을 추적하던 중 그가 방문했을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왜 나는 이 문장이 인간의 습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일까. 알맞은 바람이 불면 눈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곳에 사람들의 입방아와 손가락질은 끊임이 없다.


그녀는 가끔 정신적인 안정(정신적인 건강까지는 못 되더라도)을 향한 순례가 나쁜 습관을 의식처럼 버리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친구나 다름없었다.

2016년부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는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보다는 나쁜 습관을 버리는 거였다. 나에게는 과자 먹지 않기가 그 예인데, 그들을 버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


인간들이 워낙 자기들의 현실 인식에서 벗어나는 설명은 받아들이질 못하거든.

맞다. 아직도 내 현실 인식을 벗어나는 이야기들 조차도 나는 이렇게 개연성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니. 현실 인식 범주 안에 있는 개연성을 원한다면 스티븐 킹을 읽지 마라! (하지만 길티 플레져라니까...)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니로군. 아무것도 아니야. 클로드를 닮고, 테리를 닮고, 히스 홈즈를 닮았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가면이었어. 분장이었어.

또다시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를 정리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그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 하지만 스티븐 킹 작품의 주인공들은 항상 그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이 두려움은 직면하고 나면 그렇게 대단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별점: 4/5 (정말 빨리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책을 빨리 읽게 되면 나는 이상하게 자기만족 레벨이 굉장히 빨리 상승한다.)

총평: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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