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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nn Shim Jun 16. 2020

그럴 때가 있다.

한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

열대야가 찾아오나 걱정하던 찰나

기분좋게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엄마는 본가에서 자신의 엄마의 병문안을 왔고

병원에서 자는 대신 내 방에서 자기로 했다.


같이 신나게 티브이를 보다 엄마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선풍기만 틀었는데도 선선한 밤이었다.


하루키 무라카미의 짧은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여행 중 여관을 찾다 찾다 변두리에 있는 값싼 여관에 몸을 뉘었다. 그의 이야기가 멜랑꼴리한 판타지로 넘어가기전 나는 이야기를 읽는 것을 멈추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아팠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겠지. 나는 엄마의 엄마보다 아빠의 엄마와 지낸시간이 더 길었기에 엄마의 엄마의 아픔이 내 아픔이 아닌 그저 엄마의 아픔으로만 이해가 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을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하루키의 주인공은 싸지만 아늑한 여관에 몸을 뉘었다. 나는 이야기를 멈췄고 엄마가 코고는 소리와 선선한 바람을 사인으로 그 이야기에 들어가야겠다. 엄마와 단 둘이서만 재밌는 여행을 하고 외딴 여관에 몸을 누이는 꿈을 꾸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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