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옌즈 디너

맥시멀리스트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방법

[배치쿠킹] 남은 버터치킨 활용기

by Morado

*배치쿠킹(Batch Cooking):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하는 것. Batch는 한 회분의 뜻으로 여러 번 나누어서 먹기 위해 많은 요리를 하는 것을 배치쿠킹(Batch Cooking)이라고 한다.


"The more, the merrier (많을수록 좋다)"라는 수식어에 공감하는 나는 맥시멀 리스트이다. 새 것을 원하고 많은 선택지를 원한다. 그런데 요새 미디어를 보다 보니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할 수 있는 힘이 분산된다고 하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가 한 옷만을 입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미니멀리즘이 자기 계발서의 한 분야처럼 유행하는 요즘, 다양한 삶의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많이 볼 수 있다. 예컨대 기본적인 옷들로만 구성하여 전체 옷의 양을 줄이는 '캡슐 워드로브(Capsule Wardrobe)'에서 한 주의 음식을 미리 정해놓는 '밀 프렙(Meal Prep)'까지 선택지를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들은 차고 넘친다.


맥시멀 리스트로서 한 주 동안 먹을 음식을 준비(prep)하는 '밀 프렙'은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생각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밀 프렙은 비슷한 음식을 매일 반복하여 먹는다.) 물론 이는 내가 맥시멀 리스트라서가 아니라 경제학 법칙인 '한계효용의 법칙'이 내 입맛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한 번쯤은 미니멀리즘의 트렌드를 시도해보고는 싶었다. 그래서 지난 포스트에서 만들었던 버터 치킨이 남은 김에 그 요리로 계속 다른 요리를 재탄생시켜 보기로 했다.


'버터치킨 활용하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우리 선조들의 '쌈(Wrap)'이라는 고귀한 지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추쌈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을 다른 음식으로 "감싸는 행위"는 신기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남아메리카의 브리또, 타코 등 또르띠야로 감싸는 쌈에서부터, 북경오리를 다른 채소와 함께 춘빙에 싸서 먹는 방식, 그리고 크게 보면 만두나 뇨끼 등 음식을 다른 음식으로 감싸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버터치킨을 여러 방식으로 "감싸"서 다른 맛을 즐기자는 계획은 생각보다 쉬웠고, 그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1) 버터치킨 타코

SAM_1185.JPG 버터치킨 블루치즈 타코

타코와 브리또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론 재료나 크기, 음식의 목적에서 차이가 나지만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또르띠야를 반으로 접어 먹으면 타코, 또르띠야를 말아 양 끝을 접으면 브리또이다.


이번에 해먹은 버터치킨 타코는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음식으로 선정해야겠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맛이었다. 타코 위에 그냥 남아 있던 블루치즈와 마요네즈를 넣었는데 그 조합은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다. 블루치즈 특유의 꼬리꼬리한 맛은 단맛과 특히 잘 어울리는 데 이 단맛을 마요네즈의 고소함과 약간의 단맛으로 지켜내어 두 재료의 시너지가 폭발하였다. 또한 마지막에 뿌렸던 마늘 후레이크로 바삭한 식감과 버터치킨의 씹히는 맛이 식감을 풍성해졌다.


단 하나의 문제는 블루치즈와 마요네즈의 궁합이 너무 충격적으로 좋아서 버터치킨 특유의 맛을 충실히 느끼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추후에 배치쿠킹을 할 때 이 방식과 조합을 꼭 다시 사용할 예정이다.


<버터치킨 타코 레시피>

1. 또르띠야를 오븐이나 후라이팬에 넣어 데운다.

2. 녹색 채소들을 가운데에 잘 펴서 놓은 후

3. 남은 버터치킨과 콘마요(일본 제품으로 검색하면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그냥 마요네즈로 대체 가능하다.) 블루치즈 크럼블, 핫소스(개인적으로 Cholula의 chipotle 핫소스를 제일 좋아한다.)를 넣고 마늘 후레이크를 뿌리면 완성!


2) 버터치킨 김밥 + 샐러드

SAM_1198.JPG 버터치킨 김밥
샐러드와 김밥

싸 먹는 음식에서 어떻게 감히 김밥을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김 위에 방금 한 따뜻한 밥을 올리고 각종 재료를 올려서 돌돌 감싸면 완성!


김밥을 한 입 먹을 때 느껴지는 재료들의 다양한 식감이 참 만족스럽다. 기존의 단무지와 햄 대신 넣은 루꼴라와 파프리카, 그리고 버터치킨은 초록과 빨강 그리고 주황의 색의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다시게 한다. 샐러드의 경우 루꼴라의 초록색과 파프리카의 빨간색 그리고 버터치킨 색의 조화가 아름답기만 하다. 김밥이 터졌는데도 이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을 보라!


(여기서 버터치킨 말고 저크치킨도 들어갔는데 이 저크치킨은 친구와 함께 간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많이 남아 포장해 온 것도 추가하였다. )


김밥에 들어간 재료: 버터치킨, 상추, 파프리카, 콘 마요, 게맛살

샐러드에 들어간 재료: 버터치킨, 루꼴라, 저크치킨, 파프리카


3) 버터치킨 월남쌈

SAM_1213.JPG

쌈 싸 먹기의 마지막은 월남쌈으로 장식하였다.

분명 2회분의 버터치킨이 남은 줄 알았는데 자메이칸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저크치킨을 사용하느라 "쌈 싸 먹기"의 마지막 방법인 월남쌈을 사용할 양의 버터치킨이 남아있었다. "싸 먹는다"는 같은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월남쌈으로 감싸니 위의 타코와 김밥과는 전혀 다른 식감과 땅콩 소스로 새로운 느낌의 음식이 재탄생되었다.


<버터치킨 월남쌈 레시피>

1. 따뜻한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넣은 후

2. 라이스페이퍼 위에 상추 혹은 각종 쌈채소를 올리고

3. 버터치킨 및 다른 채소 (남은 파프리카)를 넣은 후

4. 슬라이스 한 삶은 계란 2조각을 넣어

5. 돌돌 말아준다.

6. 시중에 파는 땅콩 소스와 함께 즐긴다.


배치 쿠킹한 버터치킨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며 같은 음식으로도 다른 느낌의 새로운 음식이 재탄생될 수 있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떤 쌈을 즐겨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레시피를 생각하는 것만큼의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이번 주의 요리를 통해 배운 세 가지는 1) 같은 음식으로도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과 2) 김밥을 써는 것은 어렵다는 것 3) 월남쌈을 예쁘게 싸는 것은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니멀리즘의 트렌드를 따라가 보려 했으나 더 맥시멀 리스트가 되었다고 느끼는 건 그저 내 느낌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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