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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차

인생은 기세

by Morado

회사에 일찍 도착하기 위해 후다닥 나온 아침이었다. 일찍 일어난 게 억울하게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11분이나 기다렸다. 눈이 펑펑 내리는 3월 중순이었다. 버스를 타고, 역에 내려 뛰어가니 내가 타야 하는 지하철이 방금 출발했다.

마음이 뒤틀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짜증이 나는 걸까.’

마음을 고쳐먹고 지하철에 탔다.

’ 후, 회사 한 번 가기 힘드네.’ 하며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노래도 심술을 가라앉히긴 힘들구나라고 생각하며 내가 내려야 할 역에서 내렸다.


”읏차!“ 옆에 아저씨가 같이 내리며 소리치고 저 멀리

뛰어갔다.


아니 읏차라는 의성어를 지하철에서 내리는 행위를 할 때 듣게 되다니……!

읏차는 보통 무거운 것을 들 때 허리에 부담이 안 가도록 단전에 힘을 주는 소리가 아니었나! 그는 읏차라는 기세로 땅을 접어 달렸다. 노래로도 풀리지 않았던 짜증이 사르르 풀렸다. 그래. 나도 읏차해야지.


목차

1. 바쁜 일정 속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방법은?

2. 어려운 선택이 제일 쉬운 선택


1. 바쁜 일정 속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방법은?


오늘은 점심시간도 샐러드를 때울 정도로 바쁜 하루였다. 친구 생일을 위한 저녁 약속에 가기 전 필라테스도 예약했다. 집에 돌아오면 자야 할 시간이다.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읏차”


어쩔 수 없다.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글 한 조각 쓰고 오늘은 내게 주어진 일정을 즐기리라. 결국 오늘의 소제목에 대한 답변은 별 게 없다.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고 안되면 ‘오늘 재밌었다!‘하고 웃어버리는 수밖에…..


그래도 조금씩만 해보자. 안 하면 제자리지만 조금씩이라도 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2. 어려운 선택이 제일 쉬운 선택

2025년을 시작하면서 만다라트를 그려봤었다. 그중 마음가짐의 영역에서 내가 적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어려운 선택이 제일 쉬운 선택일 수도 있다.


무슨 괴변인가 하면, 자세를 바르게 하는 선택은 어렵고 귀찮지만 결국 나중에 골병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쉬운 선택지일 것이다. 설탕 가득한 과자를 먹는 것은 지금 나에게 가장 쉽고 짜릿한 선택지로 보일 수 있지만 (오늘 초콜릿을 먹은 날 반성한다.) 대사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건강 문제가 악화되는 것보다는 쉬운 선택지이다. (보고 있나요, 우창윤 선생님!)


오늘 저녁 약속 전, 제일 빡쎈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캐딜락 수업을 받았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자꾸 엉덩이 근육이 터질 것 같이 아파서 골반을 나도 모르게 뒤틀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선생님이 와서 나의 골반을 올바르게 잡아주셨다. “으헉” 소리가 났지만 그래도 바른 자세를 선택하는 게 결국에는 쉬운 선택이기를 바라며 50분 수업을 마무리했다.


자꾸만 인생이 어렵고 힘들기만 하다고 자책하는 시기가 이어졌는데 생각해 보면 이 어려운 선택들이 결국에는 제일 쉬운 선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길게 보자, 우리. 길게

어려운 선택…… 너무 어렵지만, 오늘도 나는 이게 제일 쉬운 거라며 셀프 가스라이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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