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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dy May 30. 2020

소울메이트를 찾으면 지금 만나는 연인을 버려도 될까?

프랑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스모시스(OSMOSIS)' 리뷰

국내에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가볍게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프랑스어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일 것 같은데, 그마저도 대부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작품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 작품들은 재미가 없다거나, 프랑스인들의 유머 코드는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왕왕 있다. 모두 사실이다(라고 프랑스 영화를 사랑하고, 불어를 몇 년 째 공부하는 나조차도 그렇게 느낀다ㅎㅎ). 


하지만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유튜브 등의 다양한 영상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요즘을 사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 중 하나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럽 문화권의 여러 작품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프랑스 영화를 사랑하는 나는 더 많은 작품을 쉽게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는데, 영화 뿐만 아니라 좋은 드라마도 발견하는 맛이 있다.


© neflix France - OSMOSIS


오늘 리뷰할 드라마는 그중에서도 프랑스 SF 드라마인 '오스모시스(OSMOSIS)'이다. 해당 드라마(Serie)는 2019년에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 1이 공개되었으며, 스토리가 미결된 것으로 보아 시즌 2 또한 제작될 것 같다. 


https://www.netflix.com/title/80189898

'오스모시스'는 사용자의 생체 시스템과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여 '완벽한 매칭(Perfect Match)'을 약속하는 소울메이트(âme sœur) 찾아주기 서비스를 주제로 한 드라마이다. 시즌 1 8개의 에피소드는 이 '소울 메이트 매칭 서비스'의 베타테스터로 참여한 12명의 사람들과 오스모시스라는 회사 임직원들의 다양한 갈등 상황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내용을 모르고 들으면 '뭐지?' 싶은데,  틴더(Tinder) 앱의 먼 미래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기존의 프랑스 현대 영화물이나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소재와 배경 설정으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었다. 


© neflix France - OSMOSIS


특히, 오스모시스가 투자자들의 투자 유치에 골몰하는 IT 스타트업이라는 점, 젊은 남매(Paul et Esther)가 회사의 경영과 기술 개발을 책임진다는 점, 그리고 오스모시스가 제공하는 기술 자체가 고도로 발전된 AI(Intelligence Artificielle) 마르탱(Martin)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문화권 또한 현대 문명의 발전 속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 점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neflix France - OSMOSIS


그럼에도 프랑스 드라마답게(?) '오스모시스'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이 만났을 때 겪게 될 다양한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을 놓치지 않고 다룬다. 영원한 내편, 소울메이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그려지는 여러 가지 방식부터 '오스모시스를 통해 찾은 나의 소울메이트가 진짜 내 영혼의 단짝임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기술이 지정해준 소울메이트가 실제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 '소울메이트를 찾았다면 지금 만나는 연인을 버려도 괜찮은가?' 등 8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사랑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좌측은 Esther, 우측은 Paul © Pinterest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통해 푹 빠진 건, '에스테르(Esther Vanhove)'역을 연기한 배우 Agathe Bonitzer 때문도 있다. 오스모시스의 CTO이자, 여성 AI 엔지니어로 나오는데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사심 가득). AI 마르탱을 제어하고 베타테스터들에게 제공하는 소울메이트 매칭 서비스를 개발하는 역할로, 오빠이자 CEO인 폴(Paul)의 든든한 동반자로 나온다. 오스모시스의 매칭 시스템을 활용하여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가엾은 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건, 에스테르는 사랑에도, 소울메이트 찾기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단, 마지막에 큰 반전이 하나 나온다.)


넷플릭스 youtube - '오스모시스' 예고 영상 보러가기


등장인물이 많고 (경영진을 포함한 오스모시스 직원 최소 5명 이상 + 베타테스터...) 공상 과학 장르이기 때문에, 프랑스어 초중급 실력이라면, 한글자막 없이 보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중급에서 고급으로 프랑스어 실력을 높이길 원한다면 처음에는 프랑스어 자막으로, 나중에는 한국어 자막으로 한 번씩 보는 걸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자막 번역은 나쁘지 않은 편이나, 가끔 생략이 많고 존대/반말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있어 프랑스어 공부에 활용한다면 프랑스어 + 한국어 자막을 함께 보면 좋다.



*공부할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단어 'âme sœur(소울메이트, 영혼의 동반자)' 정도는 알아 놓고 보자. '오스모시스' 스토리 라인의 핵심으로, 에피소드마다 지겹게 등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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