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패션쇼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저 옷은 예쁘다’ ‘저 옷은 진짜 이상하다’ 아마 옷에 대한 감상이 주를 이룰 거 같다. 하지만 패션쇼에서 볼 수 있는 건 옷이 전부가 아니다.
패션쇼는 의상, 장소, 모델, 음악 모든 게 합쳐져 가끔은 행위 예술이나 초대형 설치 미술 같은 모습을 띠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대충 넘겨보는 인스타그램 속 순간의 이미지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패션쇼를 보면서 패션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온 나에게는 영화에 버금가는 종합 예술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브스 선정, 이 아니라 내 맘대로 선정한 레전드 패션쇼 세 개를 소개하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uup9cmh8Q
세계 4대 패션위크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 중 파리 패션위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유명 명품 브랜드가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에 가장 화려하고 중요한 패션위크로 꼽힌다. 그런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스케일의 쇼를 여는 샤넬은 매 시즌 화제의 중심에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경기장으로도 사용될 파리 8구의 대형 전시관 그랑팔레는 2005년부터 꾸준히 샤넬의 패션쇼장으로 이용되어왔다.
샤넬은 지금까지 이 장소에서 초대형 로켓을 발사하거나 거대한 인공 폭포를 만들거나 혹은 공간 전체를 농장으로 꾸기도 했다. “일회성 패션쇼를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싶을 정도로 샤넬은 그동안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블록버스터급 패션쇼가 뭔지를 보여줬다.
최근 샤넬의 쇼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시즌을 꼽자면 인공 파도를 만들고 모래를 공수해 해변으로 꾸민 ‘2019 봄/여름 컬렉션’이다. 패션쇼는 파리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10월에 열렸지만 샤넬은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해변을 지어버렸다. 이 패션쇼장이 공개되자마자 모든 소셜미디어는 온통 샤넬 얘기로 가득 찼다. 패션쇼 하나 한다고 바다를 만드는 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지만 10년 전 극지방의 빙하 몇백 톤을 잘라 설치했던 적이 있는 샤넬이니 바다쯤이야 우습지.
가끔 샤넬은 스케일에 비해 옷 자체는 실망스러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컬렉션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시즌엔 샤넬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젊은 감성을 다 잡은, 전 세계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은 예쁜 제품들이 유독 많았다. 샤넬은 이 시즌 가방 두 개를 교차시켜서 맨 더블 사이드 팩 가방을 처음 선보였고, 모델 손에 두 개의 가방을 주렁주렁 들려 보냈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걷는 게 쇼 컨셉인 만큼 쇼 초반에 등장한 모델들은 맨발이었는데 신발이 없는 룩엔 가방이라도 두 개씩 보여주겠다는, 모든 제품을 최대한 다 팔아먹겠다는 샤넬의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바이커 쇼츠, 80년대 실루엣의 트위드 재킷, ‘CHA’와 ‘NEL’로 나누어진 귀걸이, PVC 소재의 가방 등 컬렉션 히트 아이템들이 하나둘 나오고, 중반부터는 신발을 손에 든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영상에선 잘 안 보이지만 해변 모래사장을 지나 중간 나무덱부터는 들고 있던 신발로 갈아신고 캣워크를 걷는다. 이건 우리가 해변에서 놀고 난 뒤의 신발을 갈아신는 딱 그 모습이라 해변 컨셉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괜히 더 친근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에 모델들이 단체로 등장하면서 실제로 휴양지에 놀러 온 것처럼 손잡고 파도에 발 담그며 노는 모습이 보이는데 신나고 즐거운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이건 세상 모든 사람이 바라는 놀면서 돈 버는 모습이 아닌가 싶어 굉장히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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