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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Nov 24. 2020

그래비티(Gravity)

회사 이야기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영화 초반에는 어쭙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조지 클루니와 심각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산드라 블록의 이미지가 대조를 이룬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라는 표정을 짓는 산드라 블록과 '뭐가 그렇게 심각해?라는 표정을 짓는 조지 클루니. 우주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마치 지구에 발을 딛고 서서 티격태격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모습 같지만, 그들을 둘러싼 우주는 경이롭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우주에는 인공위성 잔해물, 로켓 본체에서 떨어진 부속품, 우주선 파편, 영화에서처럼 우주 비행사가 작업하다가 떨어뜨린 공구 등 쓰레기가 떠돌아다니는데, 망원경을 수리하던 그들은 우주 쓰레기와 부딪히면서 우주선과 연결된 로봇 팔이 부러지는 재난 상황에 직면한다. 고요하고 광활하고 멋진 우주 속에 쓰레기라니... 지구가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듯이 우주도 갖은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네.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조지 클루니는 케이블 연결 고리를 풀고 스스로 우주 미아가 되는 길을 택한다. 처음부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더니 마지막 고리를 풀 때도 '우주 유영 기록을 이번에 깰 수 있을 것 같고, 내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농담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의 여유와 그의 헌신 덕분에 살아남은 또 다른 사람의 성장 이야기가 영화 후반부를 차지한다.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잘 지낼 것 같은 사람은 우주 미아로 떠돌고, 과거의 상처를 떨쳐낼 수 없어 중력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끊어야 할 때 연결 고리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사람과 보내야 할 때는 보내줘야 하는 사람.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광활하고 멋진 우주의 모습과 우주를 탈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꿋꿋하게 살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끊어야 할 때는 끊고, 보내야 할 때는 보내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은 '그래! 발 딛고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결심이 유지된다. 우주를 탈출해 다시 지구로 돌아온 산드라 블록처럼 매일 새롭게 태어나리라 다짐한다. 그러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지랄 맞은 인간을 만나게 되면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게 되고 다시 안 볼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고, 그 말을 툭툭 털어내지 못한다. 회사 일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계속 늘어날 때나 너만 힘든 거 아니고 나도 힘들다는 팀장의 말을 듣는 날이면 울화통이 치밀어 중력을 벗어나고 싶다.   

   

현실에는 조지 클루니 같은 사람도 없고, 우주보다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인간도 많고, 나는 산드라 블록처럼 의지가 강하지도 않아서 이 영화를 세 번째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처럼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제 같고 어제 같은 생활을 오늘 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다. 영화 속은 고요하고 또 고요하니까. 게다가 작심삼일처럼 한 번 결심하면 최소 3일은 유지될지 모르니까. 내가 조지 클루니같이 누군가의 멘토가 될 자신은 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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