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별

프롤로그

그곳에 잘 닿기를 바라며

by 바람 타는 여여사

아버지는 주말까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수술 결과는 좋았으나 아버지는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3일 후 동생은 울먹이면서 전화했다. 익숙한 병원 이름을 대며 빨리 오라고 했다.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셨고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엄마는 몇 분이라도 더 빨리 병원에 데려왔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일을 끝내고 다시 오겠다던 3일은 내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엄마는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며 집을 무서워했다.



엄마와 나는 절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다. 엄마는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고, 얼굴은 늘 퉁퉁 부어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절을 하는 바람에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다. 나는 새벽 3시 반이면 일어나서 법당 문을 열고, 그릇의 물을 새로 바꾸고, 걸레로 마루를 닦았다. 하루 3번 기도를 하고, 그때마다 108배를 했다. 매일 금강경을 베껴 쓰고 공양간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비구니인 이모는 그게 내 일이라고 말했다. 내 정성이 부족하면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이상했다. 내 몸이 고단할수록 정신은 복잡해졌고 마음은 더 비뚤어졌다. 내가 허리 굽혀 절을 해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금강경을 베껴 써도 엄마는 계속 울었다. 아버지는 평생 올곧게 사셨던 분이다. 내가 기도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좋은 곳에 계실 분이다. 아버지는 그럴 분이다. 나는 엄마 손을 잡고 뒤돌아보지 않고 절을 나왔다.


2009년 8월 4일 화요일

10년 전 일이다.

이후부터 나는 자주 돌아다녔다.

물론 이전에도 돌아다녔다.

이후부터 나는 좀 더 자주 돌아다녔다.

달라진 것은 내 여행에 엄마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엄마의 여행 파트너는 아버지에게서 나에게로 바뀌었다.


누군가는 시간을 보내고 또 누군가는 시간을 쓴다고 하는데, 엄마와 나는 시간을 견딘 것 같다.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엄마와의 여행 이야기를 글로 보내려 한다.

그곳에 잘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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