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테마 관광명소 청남대’, 이곳을 찾아가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는 청남대의 모습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편하게 하루를 즐기는 휴식처가 되지만 한 사람만을 위해 세워진 권력의 상징이었기에 나는 일부러 찾아가기 껄끄러운 곳이었다. 엄마 친구들이 다녀왔다며 가보고 싶다는 말에 큰 기대 없이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청남대까지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문의 IC를 통과한 후부터는 ‘청남대’ 이정표만 따라서 가면 된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1983년 12월에 준공되어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대청호 주변을 따라 청남대 본관까지 진입로 양쪽에는 백합나무가 늘어서 있다. 눈이 탁 트일 정도로 시원한 풍경이다. 엄마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겠다며 창문을 내리고, 손을 밖으로 쭉 내민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며 창문 너머로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나도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바람을 즐긴다.
청남대로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버섯 모양으로 생긴 소나무 ‘반송’이다. 산에서 보던 길쭉하게 솟은 소나무와 다르게 줄기 밑에서부터 가지가 옆으로 뻗어 나와 있어 마치 우산을 펼쳐 놓은 모습이다. 로비에서는 붓글씨로 가훈을 적어주는 재능기부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시불재래(時不再來,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는 조카들에게 줄 대지자불기망(大志者不棄望, 큰 뜻을 품은 사람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이란 내용을 받았다.
대통령 역사문화관을 지나 청남대 본관 입구에 도착하면 3분 정도 안내자로부터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실내화로 바꿔 신은 다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본관 뒤쪽으로는 대청호를 바라보며 오각정이 있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그늘집까지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대통령 광장까지 이르는 곳은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 있어 맨발로 걷기에 무리가 없다. 길이 잘 닦여 있으므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휠체어로 이동하면 된다.
엄마와 나는 출렁다리를 지나 전망대가 보이는 길을 선택한다. 밑에서 보았을 때에는 꼭대기까지 가파른 길이어서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대청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단을 오르니 생각보다 걷기가 수월하다. 엄마와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엉겅퀴, 오가피, 방풍나물, 두릅과 같은 식물에 대해 얘기하고, 사슴풍뎅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지 추측하기도 한다. 어떤 나무에는 QR 코드가 걸려 있어 나무의 특징을 검색할 수 있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 엄마에겐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엄마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 기기를 초월하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설명해 주신다. 산책길은 식물원 같기도 하고, 생태공원 같기도 하여 엄마에게는 한없는 놀이공간이 되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청남대와 대청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남해 다도해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구불구불 호수를 둘러싼 내륙의 모습이 아름답다.
처음 청남대에 들어섰을 때는 1시간 정도만 있을 예정이었다. 옛 대통령 별장이라고 하니 거부감부터 들었고, 권력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역사문화관이나 산책로만 훑어보고 기념사진 몇 장 남기고 돌아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젊은 시절 생각에 잠겨서 이곳저곳을 열심히 둘러보셨고,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얘기를 하시면서 나를 더 오래 붙들었다. 결국 나는 청남대에서 1시간 같은 5시간을 머물렀다. 집에서 뒹굴뒹굴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이곳에서 나는 엄마의 따뜻한 손을 잡을 수 있었고, 생기 넘치는 엄마의 수다도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