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어!

페더데일 동물원(Featherdale Wildlife Park)에서

by 바람 타는 여여사


가까이 가봐~.


녀석은 코알라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코알라를 가까이에서 직접 만져 보는 게 약간 낯설어 보였다. 나도 멀찍이 떨어졌으면서 녀석에게는 코알라 근처로 좀 더 다가가라고 말했다. 사진으로 보던 코알라는 작은 곰같이 생겼는데, 눈앞에서 코알라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니 나도 움찔하긴 했다. 녀석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코알라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다가 손바닥으로 툭툭 건드렸다. 코알라는 몸에 닿는 물체가 귀찮은 듯 또는 개의치 않는 듯 게슴츠레하게 눈을 떠서 천천히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긴장한 녀석과 느림보 코알라 사이에 몇 번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난 후 그제야 녀석은 무섭지 않은지 활짝 웃으며 코알라의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렸다.


이곳에는 동물에게 먹이는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녀석은 아이스크림 콘에 건초를 넣어 왈라비(Wallaby)에게 먹여주었다. 왈라비는 건초를 천천히 씹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아이스크림 콘의 입구까지 부셔먹었다. 재빨리 아이스크림 콘을 던져서 그나마 녀석의 손가락까지 빨지는 않은 듯하다. 녀석은 왈라비가 배가 고파서 아이스크림 콘까지 먹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안쓰럽게 여기는 듯했다. 다시 아이스크림 콘에 건초를 넣고 왈라비에게 내밀었는데, 역시나 허겁지겁 건초를 먹으려고 덤벼들었다. 녀석은 약간 뿔이 난 듯했다. 애써 좋은 마음으로 왔는데, 왈라비가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는 게 짜증 난 듯했다. 건초를 왈라비의 짧은 발 앞에 탈탈 털어버리고 아이스크림 콘까지 던졌다.


너 다 먹어!


왈리비도 참... 성질 급하게 들이밀지 말고 좀 천천히 먹어주지. 얼마나 다정한 풍경이겠어...


동물원에는 내가 상상한 코알라의 모습은 없었다. 무성한 유칼리나무숲 사이로 이동하거나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유칼리 나뭇잎을 먹는 다큐멘터리 속 코알라는 그곳에 없었다. 대신 큰 나뭇가지에 코알라를 모셔놓고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순서대로 코알라 몸을 만지고 사진을 찍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코알라만 볼 수 있었다.


동물원에는 내가 상상한 캥거루의 모습도 없었다. 주머니에 아기 캥거루를 넣고 초원을 뛰어다니는 다큐멘터리 속 캥거루는 그곳에 없었다. 캥거루라고 이름 붙여진 동물은 우리 안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고, 캥거루와 비슷하게 생긴 왈라비는 아이스크림 콘과 건초를 먹는 욕심쟁이였다.


하긴.. 여긴 동물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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