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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Oct 13. 2020

나만의 스윙

야구 이야기

『저 선수 요즘 왜 저래? 프로 선수된 지가 10년이 넘었으면 눈 감고도 쳐야 하는 거 아냐?』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니까 프로 경력 10년이면 야구 전체 인생은 20년이 넘을 수도 있다. 경력이 20년 정도면 눈 감고도 투수 공을 딱딱 맞춰줘야 경기 보는 팬들도 기분이 날 텐데, 이것 하나 못 맞춰준다. 선수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눈 감고도 딱딱 공을 치고 싶을 것이다. 누구든 말은 참 쉽게 한다.      


‘3할 타자’라고 하면, 10번의 타석에서 3번을 안타 이상의 타격을 한 선수다. 프로야구에서 이 정도 타율을 기록한 선수면 꽤 괜찮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나머지 7번은 죽을 쒀서 망쳐도 3번만 잘 맞춰서 안타를 치면 능력 있는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타격이 어렵다고 한다. 가끔 헛방망이질을 해대는 선수를 보면 답답하지만 어쩌겠는가. 확률적으로 3할만 쳐도 그 선수는 밥값 이상을 하는 건데. 

         

3할 또는 그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기 위해 선수들은 반복된 루틴을 지키고 꾸준히 연습한다. 늘 해 오던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긴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다. 연습량을 늘려도 답보 상태라면 스윙하는 방법을 수정하기도 한다. 스윙 자세는 크게 세 가지로, 배트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방법,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방법, 배트를 눕혀서 수평으로 치는 방법이 있다. 타자들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다가 마음먹은 대로 타격이 되지 않으면 스윙 자세를 수정한다.      


3할 이상을 쳐 본 선수는 본인 타격에 자신감이 있다. 상대편 투수의 공이 빠르든 느리든 본인만의 스윙 자세로 타격을 한다. 슬럼프가 와서 스윙 자세를 수정할 때도 크게 변하지 않고 미세한 부분을 건드린다. 타율이 낮은 선수는 본인 타격에 불안감을 느낀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본다. 스윙 자세를 확확 바꾼다. 어느 것 하나 자신 있게 하기 어렵다. 3할 선수가 스윙 자세를 확확 바꾼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가 스윙 자세를 고수한다고 해서 틀렸다고 할 사람도 없다.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본인만의 ‘무엇’이 있느냐이다.   

   

투수가 공을 던져 타자가 그 순간을 칠 때, 타자에게는 그만의 타이밍과 스윙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약한 바람에도 이리지리 흔들리는 갈대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기 확신에 찬 스윙을 힘껏 해야 10번 중에 3번 이상은 안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확신에 찬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실전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연습과 노력이 필수다. 실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힘든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다고 주변의 이러저러한 말들에 휘둘려 상대방 입맛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을까. '너를 위한' 것이라며 비난의 말까지 쏟아내는 경우라면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타자가 본인의 중심 없이 스윙 자세를 이렇게도 바꾸고 저렇게도 바꾼다고 성적이 바로 오르는 게 아니듯,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는 남의 말을 진실처럼 듣는다고 힘든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3할 타자가 본인만의 스윙 자세가 있듯이 먼저 나만의 ‘내공’을 찾아 마음 깊은 곳에 두고 중심을 딱 잡은 다음 ‘그래, 너 잘 났으니 너 잘난 맛에 그렇게 쭉 살아라!!!‘라고 무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면전에서 쏘아붙여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나라면 굳이 면전에서는 안 할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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