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큐레이터 Jade
한 곳에 안주하기보다 여행하는 자세로 지루할 틈 없이 20대를 보냈어요. 10년 동안 전 세계 28개국과 제주도부터 울릉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구석구석 여행했던 경험과 커머스, 뷰티 브랜드, 매거진 에디터의 이력을 바탕 삼아 지금은 여기어때의 숙소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주 한두 번씩 전국을 떠돌며 국내 내로라하는 호텔, 펜션,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을 직접 경험하고 있어요.
여기어때 블랙은 ‘단 하루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디에 머물러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 프리미엄 숙소를 소개하는 서비스입니다. 전문 포토그래퍼와 함께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강원, 부산, 전라, 제주 등 지난해만 50여 곳의 숙소를 방문했죠. 깐깐한 기준으로 블랙 숙소 후보를 선정하고 직접 방문해 숙소의 매력을 담은 콘텐츠를 만듭니다. 블랙 콘텐츠는 여기어때 앱 숙소 소개 페이지를 비롯해 SNS, 온라인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어요.
숙소 큐레이터는 현재 ‘내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끝에 찾은 일이에요.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는 것만큼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동행자가 내 선택에 만족스러워할 때 정말 뿌듯해요. 파리에서는 가족과 함께 파리지앵의 기분을 만끽하는 아파트를,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과 맥주를 부딪칠 수 있는 호스텔을 선택해 경험했어요.
국내에서도 시골 마을의 민박집에서부터 럭셔리 호텔까지, 여행의 목적과 지역의 분위기에 맞는 여러 숙소에 묵으며 나름 좋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여기어때에서 국내 프리미엄 숙소를 소개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공고를 보게 된 거죠.
뿐만 아니라, 여기어때 블랙이 속한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수년 전부터 TV 프로그램에서 해외여행 콘텐츠를 많이 다루는데, 해외여행 콘텐츠가 식상해질 때 즈음 국내 여행으로 다시 눈을 돌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숙소 큐레이터는 여행의 목적과 인원, 테마에 맞는 좋은 숙소를 제안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지를 넓혀 주기도 하고 되려 너무 많아 고르기 곤란했던 선택의 폭을 좁혀 번거로움을 덜어주고요. 또, 해당 숙소의 매력을 정의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 숙소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다른 숙소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뾰족하고 명확하게 정리해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숙소를 더 풍성하게 즐기도록 알려주는 가이드 같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다림질 서비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이용 팁 등 알고 가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소개해주고요. 조식은 포함해서 예약하는 게 좋은지, 매트리스나 어매니티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도 여러 산업 분야에서 에디터 경력이 있지만, 숙소 큐레이터는 블랙이라는 브랜드를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이전 회사들은 MD가 상품을 선정하고 에디터가 판매용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면, 블랙은 숙소 큐레이터가 선정부터 숙소를 방문해 현장 평가, 리뷰까지 전 부분에 관여합니다.
숙소를 선정할 땐 숙소가 지닌 가치에 주목해요. 제주 루온토 펜션은 일본 유명 디자인 가구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고객이 사용하는 유리잔 하나마저 어떤 제품을 쓸지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어요. 제주 카이로스는 주인의 철학을 담아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꾸며진 게 특징입니다. 이렇게 브랜드 헤리티지(Heritage, 유산)를 지니고 있거나 뚜렷한 철학과 콘셉트를 녹인 공간은 정말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것 같아요. 물론 객실의 청결 상태, 침구의 질은 기본이고요.
현장 취재 시에는 사진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방문객도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콘셉트로 촬영해요. 블랙이 추천하는 숙소는 정말 ‘인생 숙소’라고 불릴 만한 곳이라, SNS에 방문 기록을 업로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포토존도 고민하고, 앱 안에서 어떻게 편집해 노출할지 신경을 많이 쓰죠.
‘에디터 노트’를 쓸 때는 큐레이터가 직접 다녀온 뒤 쓴 ‘리얼 리뷰’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약 전에 블로그를 탐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싶어요. 부가 시설을 이용하는 데 드는 금액,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 등 정보탐색부터 예약까지 블랙에서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블랙 팀은 우리나라 70여 곳의 블랙 숙소를 발굴했습니다. 그중 50곳을 경험해 봤는데요, 올해는 50곳을 더 가보고 100곳까지 발굴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좋은 숙소를 100곳이나 가봤다는 건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여기어때 블랙이 엄선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알려지면 좋겠어요. 제주도만 해도 숙소를 검색하면 몇천 개가 뜹니다. 선별된 정보를 받아보는 게 중요해요. ‘여기어때 블랙에 소개된 숙소는 믿고 가볼 만하다’고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크고 작은 일탈을 즐기는 편입니다. 재충전이 필요할 땐 며칠이고 방에 틀어박혀 있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여정도 서슴지 않아요. 쉬는 날 가까운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감자 칩에 맥주를 들이켜는 시간은 가장 쉽고, 리프레시 효과가 좋은 일탈 방법 중 하나예요. 모든 인간이 알게 모르게 '유희'를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그 유희의 방법은 모두 다르겠지만, 모두 찰나의 유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죠. 우리는 더 짜릿하게 놀 방법을 궁리해야 해요. 개미를 가장한 베짱이 인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