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없이, 산골 집 겨울 난방

by 구름나무

한겨울이면 영하 25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강원도 산골에 살고 있다. 시월에도 간혹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삼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시월부터 이듬해 삼월까지, 육 개월 정도 난방이 필요하다. 오래전 산골에 집을 지으면서 가장 고심한 것이 난방이었다. 흔히 하듯 내부 바닥에 온수선을 깔긴 했지만 보일러 설치는 선뜻 하지 못했다. 석유나 가스, 전기를 사용해 보일러를 가동할 경우 어느 정도 비용이 들지, 연료 공급이나 시설 관리는 원활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첫해는 그래서 시험 삼아 장작난로를 지펴 겨울을 지내보기로 했다. 얼마나 추운 지도 가늠하고 어떤 연료로 난방을 하는 게 효율적일지도, 살아보면서 체득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난로에 지필 장작이 그땐 넉넉했다. 집터와 길을 다지느라 베어낸 나무가 많아 당시 공사하는 분께 부탁해 땔감으로 잔뜩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


시험 삼아였기에 장작난로는 십만 원 대 아주 저렴한 걸로 구입했다. 70년대 선술집 같은 곳에 있으면 어울릴 법한 투박하고 단순한 원통 모양. 나중에 소용없어지면 마당에 두고 쓰레기 소각용으로 써도 좋을 듯했다. 연통 설치만큼은 각도며 품질에도 꽤 신경을 썼다. 정보 검색에 의하면 난로보다 중요한 게 연통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저렴한 난로라 해도 연통 설치를 제대로 해서인지 불 피우는 데 문제가 없었다. 산에서 얻은 잔가지를 밑에 깔고 장작 서너 개를 올려 지피면 냉랭했던 집안이 순식간 훈훈해졌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에도 장작난로를 하루 두 차례 지피는 걸로 난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게 2013년 첫해 겨울을 지나면서 알았다.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아침에 한 번만 장작난로를 지펴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주위 다른 집도 장작난로를 많이 지피는데, 보통은 전기나 기름, 장작보일러가 기본인 상태에서 장작난로를 보조 난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보조 난방이라 해도 장작 사용량은 우리 집 몇 배나 되었다. 동생과 내가 그리 많지 않은 장작으로 겨울을 난다고 하면 이웃 모두 놀라워했다. 어떻게 그래요?라는 물음에 답하려면 설명이 좀 길어진다. 사실 장작난로만으로 겨울을 나는 건 아니었다. 집을 지을 때 추위에 대비해 이런저런 대책을 세운 것이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이런저런 대책이란 '단열 벽, 네 겹 창문, 온실 테라스' 다. 우선 집 벽체와 지붕에 20센티 스티로폼이 들어간 두툼한 패널을 사용했다. 또 테크론이라는 보온재를 빈틈없이 두른 뒤, 단열에 뛰어난 osb합판으로 마무리했다.문은 4중으로 된 로이창을 선택했다. 2중 유리가 두 겹으로 되어 4중이고, 그 속에 특수 가스가 주입되어 열손실을 막아주는 구조다. 온실 테라스는 집 현관 앞 처마를 2미터로 길게 내어 천장과 벽을 모두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막은 것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에 견주어 가볍고 강도는 세서 온실 벽체로 쓰기에 좋은 면이 있다. 밖에 눈이 쌓여 있을 때도 햇볕만 나면 금방 기온이 올라 반팔 차림으로 테라스에 나가 하얀 설경을 즐길 수도 있었다. 맑은 날엔 온실 테라스만으로 난방이 가능하기도 했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찬 공기는 아래로 나가고 온실의 따뜻한 공기는 위로 들어왔다. 낮에 몇 시간 공기를 순환시켜 놓으면 밤에도 춥지 않았다.

바깥 기온은 영하인데 현관 앞 온실 테라스는 영상 23도
밖에서 본 온실 테라스. 폴리카보네이트로 벽과 천장을 만들었다. 윗부분은 모기장이 장착된 창문 구조로 여름철엔 모두 열어 둔다.

그렇다고 흡족할 만큼 따뜻하게 겨울을 지내는 건 아니다. 온실 테라스 효과는 날씨가 맑아야 가능한데, 이번 겨울은 자주 흐린 데다 유난히 영하 10도 아래 한파가 길게 지속되는 편이다. 아침에 난로를 피우기 전 실내 온도는 13도 정도. 도시 기준으로 보자면 꽤 춥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도 밖이 영하 10도 아래라는 걸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두툼한 벽과 4중 로이창이 열손실을 막아주는 덕분이다. 여름에도 같은 효과로 바깥 열을 막아주기에 냉방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단열 벽체와 네 겹 창문, 온실 테라스는 비용을 추가하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난방이라는 점에서 든든하다.


추운 건 역시 편치 않지만 추운 대로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따뜻한 실내복을 걸치고 물을 끓여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겨울 아침, 뜨겁게 오르는 하얀 김을 훌훌 불며 마시는 특별한 맛은 춥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다. 난로를 지펴 집안에 훈기가 도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 삼아 장만한 난로를 9년째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긴 세월 애용할 줄 알았다면 불빛이 보이는 걸로 골랐을 텐데, 하고 더러 아쉬워도 했지만 이젠 정이 들 대로 들어 그런 마음조차 없다. 불을 피우는 것엔 또 여러모로 득이 있었다. 불쏘시개를 마련하느라 산에 자주 오르게 되는 것도, 고목에서 떨어진 잔가지들을 정리하여 숲이 정갈해지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불을 피우고 난로 위에 냄비를 올려 보글보글 무언가 끓이는 일은, 뭐랄까 유전자 속에 축적되어 있던 원시의 기억을 불러내 오는 것도 같았다. 아주 오래전 인류의 시작과 생활 방식 같은 것. 산골에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살아간다는 건, 그런 가장 단순한 리듬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2013년에 장만한 장작난로. 한참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20센티 두께 벽체와 4중 로이창, 폴리카보네이트 테라스.
현관문을 열어 두면 공기 순환이 되어 집안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