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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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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Feb 10. 2024

이월엔

  밤새 꽁꽁 얼어 있던 세상이 해가 나면 녹는다. 지붕에 쌓였던 눈도 녹아 물이 되어 떨어진다. 겨우내 눈을 치워도 눈이 덮였던 길엔, 눈이 녹고 얼고 다시 녹고 어는 동안 눈얼음이 두터워졌다. 그 위로 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에 나가보니 새하얀 새 눈 내린 세상이 그저 아름다웠다. 속없이 잠시 설렜다.

 "설에 올 수 있는 거지?" 

엄마가 전화로 물었을 때는 갈 수 있을 거라 말했는데.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시에 사는 엄마를 납득시키긴 힘들대설이 내렸으니 도리가 없. 차라리 맘이 편했다. 런데 간혹 상황 종료에서 드라마틱한 변수 기도 한다. 웃 소금 아저씨가 사륜 오토바이를 몰고 탈길을 올라 것이다. 사발이라 부르는 차량에 제설장비를 부착하여 눈을 치우며 마당까지 올라다. 밤사이 내린 대설은 순식간 치워졌다.

 

  두 달여간 고립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생겼. 힘을 내기로 했다. 길 여기저기 울퉁불퉁 깔린 얼음만 들어내면 차를 움직일 수 있으리라. 얼음 깨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철삽으로 어림없어 톱을 동원했다. 톱으로 얼음 자르는 걸 어디 영상에서 본 적이 있었다.

  "되겠니?" 

  동생이 비웃었다. 목재를 써는 톱이라 그런지 낭창거려 적합지 않았다.

  "이게 낫지."

  동생이 톱니가 있는 부추낫을 건네주었다. 부추낫은 꼿꼿해서 좀 나다. 하지만 작은 부추낫으로 얼음을 패다 허리가 나갈 뻔했다. 다음날은 장작 패는 도끼를 동원했다. 도끼가 정답이었다. 웬만큼 두꺼운 얼음도 도끼날엔 결국 갈라졌다. 장작도끼라는 게 그만큼 무게가 상당하다. 한 손으로 들어 내치니 금방 손목이 벌게졌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쾌감이 있었다. 겨우내 들러붙어 있던 난공불락 얼음이 탁탁 갈라져 길에서 나가떨어지는 꼴이라니. 내가 자른 얼음 조각들을 동생은 삽에 담아 골짜기로 던졌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어둡기 전에 작업이 끝났다. 팔뚝까지 욱신욱신 발갛게 열이 오르고 허리는 구부정해졌다. 저녁 또 한 차례 눈이 지나갔다. 많은 양 아니었다. 다음날 눈을 치우 드디어 차를 몰 수 있었다. 읍내에 갔다. 주유를 하고 공업사에 들렀다. 차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주행 시 미세한 쇳소리가 계속 났다. 차를 들어 올려 검사한 결과 브레이크 라이닝 갈아야 한다고 했다. 제는 재고가 없어 품을 주문하면 연휴가 지나야 온다는 .


  결국 설날엔 조용히 산골에 머물게 되었다. 정월 초하루 새벽에 깨어나 노트북을 열고 짧은 글을 썼다. 


  이월이 되면 시선이 멀어진다.

  먼 산 먼 하늘을 자주 보게 된다. 길게 뻗은 길 아득한 끝을 보며 계속 걸어가게 된다. 돌아오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만 싶어진다.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건망증처럼 잊고, 아무것도 소중하지 않은 채 나에게조차 멀어지고 싶다.



마당 눈을 치우는데


소금 아저씨가 사발이 타고 제설하러 와 주심.


 얼음 제거 이틀 째, 도끼 들고 나서다.


도끼로 깨고 철삽으로 퍼내고


마을 도로로 가는 농로. 이 길도 치워야 차를 운행할 수 있다.


눈 내리는 마을 도로. 숲 고양이 밥 주러 가는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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