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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십일월 바람

by 구름나무

잠결에 내 바람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숲을 휘어 감는 소리. 잠들기 전터 바람 기세가 대단했다. 마당 아래 긴 탈길 가득 낙엽을 모아놓은 바람. 길 가던 걸음 멈추고 수북한 낙엽 위에 낙엽이 내려앉는 것을 실컷 보았다.


마당 아래 비탈길


가만 서서 기다리면 바람 오는 것이 보였다. 갈대가 물결처럼 다가들며 눕고, 대열 지은 나뭇잎이 나그네새처럼 떠가기도 하고, 허공 가득 눈처럼 난무하는 낙하. 한없이 바라보았다. 11월에 가장 좋은 풍경은 바람이다.


십일월. 하나와 하나가 나란히 있는 11. 울숲 나무를 닮은 11. 11월에 태어난 작가들을 질투한 적도 있다. 한강 작가도 알베르 카뮈 작가도 11월에 태어났다. 표도르 도스또예프스키 작가 김영하 작가는 무려 11월 11일 탄생이다.


그러다,

숫자라는 것이 무얼까,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나를 포함한 전체라지만, 굳이 나를 바깥에 홀로 떼어낸다 해도 세상은 그저 1대 1.


가만 서서 바람 오는 것을 기다리듯 허공을 본다. 지상의 생물도 지상 너머 별들도 무한한 공간을 부유하는 물질 중 하나일 뿐인데, 그런 무한에서 과연 숫자란 무엇일까. 생각 또한 십일월의 람 같아서 그저 바라볼 뿐이다.




비탈길 옆 갈대숲


가만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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