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귀는 거 맞아?

이거 로맨스 아니었냐

by 체리

언젠가 내가 한국과 프랑스의 연애 사정을 비교해볼 요량으로 물어봤을 때, 다니엘은 <<프랑스에서는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나 '저의 여자 친구가 되어주십시오'처럼 확실하게 말하고 시작하지 않아!>>라고 했다. 앞 문장에서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그렇다, 우리는 '너, 내 남자 친구가 돼라' 등의 절차를 거쳐 연인이 된 케이스가 아니다. 그래서 내 친구들 중 몇몇은 "야 너네 사귀는 거 맞아?"라고 불안해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워낙 다니엘에게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이들의 불안이 나의 불안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에 가야 했고, 친구들의 불안에는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가기 전에 "우리 사귀는 거 맞지?"라고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뽀뽀도 하고 손도 잡고 어, 마 목욕탕도 가고-굳이 갈 필요는 없지만- 밥도 먹고 다했어 마!! 인데도 불구하고 "노노, 사귄다는 세상의 틀로는 우리를 규정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다니엘을 믿었지만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확실한 것이 좋다. 아무튼 다니엘은 "응? 넌 내 여자 친구지."라고 했다. 오~케이 고. 나는 그 후 프랑스로 갔다.

1-1.jpg 단답형으로 대답해, 우리는 사귀는 것이 맞나?

좀 더 안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이었더라면 더 조바심을 느꼈을 것이다. 나와 다니엘이 같은 나라에 살아서 매주 몇 번씩 얼굴을 보고, 다른 연인들처럼 천천히 걸으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면 나도 '아 왜 말을 안 해.. 사귀는 거야 뭐야'라고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나타난 다니엘과 갑자기 사랑에 빠져 다니엘이 떠나기까지 2주 동안 데이트를 하다가 사귀게 된 상황이라 기대치를 한없이 낮추지 않으면 나만, 소위 피 보는 상황이었다. 여행지에서 빠진 사랑에서 미래를 보기에는 내 나이가 애매하게 많았고 또 나는 애매하게 냉소적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 정도의 거리라면 다니엘과 나의 아이를 보낼 유치원 추첨장에 들어가는 모습 정도는 상상해볼 법 한데-내가 애매하게 냉소적인 것은 모두 내가 상상력이 풍부하고 쉽게 빠져들어서다-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랜만에 빠진 사랑을 즐기고 싶었지만 상처는 받기 싫었다. 그렇다고 자존심을 너무 버리는 말고,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자고 마음먹었었다.

1-2.jpg 귀엽구만 키킥..

나에게 있어 아주 진지한 연애의 신호들, 그러니까.. 서로의 부모님과 함께 놀러 가거나 인생의 계획을 나누는 등의 일은 다니엘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았고, 또 내 나라에서 철마다 마련되어 있는 연애의 타임라인이 다니엘에게는 매우 낯선 문화이다 보니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아꼈느냐 하면 자신 있는 긍정의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소란했던 적응기를 거치고 나니 철마다 마련된 축하의 날이나 격식 차린 로맨스보다도 편한 옷을 입고 낄낄대면서 집에 콕 박혀 맛있는 것을 만들어 먹는 생활이 나에게는 더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다니엘은 좋은 사람이냐고. 나는 좋은 사람이라서 만난다기보다는 잘 맞는 사람이라서 계속 만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나 다니엘이나 마음먹으면 날카롭기로는 비등비등한 사람들이라 1년 365일 대부분 '평안', '상냥'이라는 틀에 맞게 지내지는 못하니까 말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좀 더 일찍 만나서 어린 시절의 모습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망상 섞인 아쉬움은 조금 있지만, 적어도 잘 맞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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