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훌륭한 전투 수단이지!
세상에는 본인조차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연애도 그중 하나다. 내 허영심의 우선순위에는 늘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을 것'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남들 다 하는 거 우리만 안 한다'라는 이유로 다니엘에게 서운해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오만 섞인 생각은 여러 가지 상황 앞에서 스티로폼 가벽만큼이나 손쉽게 무너져 내렸다. 나는 내 생각보다 유치했고, 연애는 내 유치함을 증폭시켰다.
나는 기대라는 놈이 참 싫었다. 기대가 없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상황도 소중히 품었던 그놈의 기대 때문에 몇 배는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놈의 기념일이 뭐라고!! 다니엘이 말을 꺼낸 기념 아이디어를 하나 잊어버리기만 해도 나는 크리스마스를 빼앗긴 어린애처럼 풀이 죽었다. 일순간 다니엘이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동시에 그런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다. 나는 3등분되었으므로, 남은 1/3의 자신은 나머지 둘에게 '아이고 체리야, 너는 다섯 살이 아니야. 정신 좀 차려'라고 타이르느라 바빴다. 다니엘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만 마음 졸이고 그러는 건 좀 억울하니까. 나는 평등이 좋다. 주변의 친구 한 명을 콕 집어 'ㅇㅇ는 기념일에 뭘 했다던데..'라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던 축하나 기념의 날들이 다니엘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가지 않아서 쓸쓸했던 순간이 있었다. 내 선반에도 20대 중반의 현실감각 코너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백 년 만년 한결같이 그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첫 1년은'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다니엘이 준비한 게 꽃 한 송이이든 슈퍼에서 산 작은 사탕이든 판 초콜릿이든 상관없으니 적어도 첫 1년 만은, 앞으로의 관계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부적처럼 떠올릴 수 있는 마음을 받고 싶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도 그때 내가 원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때때로 외로웠고, 때로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 다니엘이 집에 올 때쯤 내 생각이 나서, 담배가게나 슈퍼마켓에서 초콜릿 하나를 더 사는 일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 마음이 될 수 있는 한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니엘이 집에 와 의기양양한 얼굴로, 혹은 지친 얼굴로 판 초콜릿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놓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날 우리가 피곤에 무릎을 꿇고 주고받은 날 선 말 몇 마디는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다니엘이 말끔한 얼굴 뒤에 피곤이며 스스로의 문제를 숨길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뿐이다. 다니엘 이전의 사람들과 나는 언제든, 미리 준비해둔 미소 뒤에 삶의 문제를 숨길 수 있는 거리를 넘어서지 않았다. 차이라면 그 정도였지만, 당시의 내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니엘과 관계없는 것들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고,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었다.
우리 인생의 전반에서 비교를 경계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특히 연애에서, 그중에서도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더 정교한 균형 감각을 요구한다. 너의 문화와 나의 문화, 나의 사랑법과 나의 사랑법, 너와 나의 보통, 세상과 우리의 보통. 수많은 인력에도 한쪽에 쏠려 넘어지는 일 없이 줄 위를 걸어 내 사랑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것. 이 일이 굳이 간단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지난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비교하지 않고도 바라는 법을 알고, 더 나아가 겁내지 않고 바라는 것을 표현한다. 다니엘은 오늘 진공청소기의 먼지 통을 비웠고, 카펫의 고양이와 사람 털을 떼어내어 청소했다. 좀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성장세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