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재 공지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로 인사드리는 체리입니다. 새해가 어김없이 밝았네요. 20대 후반에 시작한 연재인데 벌써 서른도 중반을 향해 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바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라는 부분은 많지만 2023년 동안 이루고 싶은 부분이라면 역시 취업, 그리고 한 큰 술만 더 자주적인 삶 살기.. 정도네요. 목표는 너무 많이 세우면 못 이뤘을 경우의 마음이 너무 스산해서 지금은 이 두 가지만 1년 내내 이어갈 수 있어도 좋겠어요.
제가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제 나름대로는 주어진 것 안에서 충분히 기를 쓴다고 생각 중이기 때문 ㅋㅋㅋ- 이뤄져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방어적인 태도가 같이 있는 사람들한테는 답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다니엘이 조금 더 자주적으로 사는 건 어떠냐고 말했을 때 한 번쯤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부분도 많고 저만 아는 난관이 분명히 있지만 제가 절실하거나 치열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다니엘을 만나기 전부터도 여러분들을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였거든요! 그전엔 내 딴 애만 치열하면 됐지.. (보다는 좀 더 어쩌라고에 가까운..)라는 마음이었지만 긴 인생 한 번쯤 더 멀리 나아가는 시간이 있어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 제안이 고대로 올해 목표가 되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 큰 술이지 예나 지금이나 제 한계를 넘어야 진짜 삶이고 강해진다는 철학은 전혀 믿지 않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날 자신 있게 나는 작년보다 더 부지런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렇게 한계를 넘어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는 건 주변의 정서적인 지원이나 그동안의 저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감사함만 잊지 않는다면 정신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물질적으로는 취업의 도움이 있어야 만족스러운 한 해를 만들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목표로 말하자면 작년 휴재를 결정했을 적에 달프 C2와 취업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는데 결국 그중 하나도 이루지 못했음이 뼈아프네요. 올해 목표에 왜 달프 C2 취득은 없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C2 취득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도전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그동안 외벌이전사 1인 가장의 압박을 견뎌내면서 제 작문 봐주랴 말하기 도와주랴 집안일 도와주랴 고양이 뒤치다꺼리하랴 요리하랴... 작년에는 제가 유난히 많이 아파서 주말에 가는 빨래방도 다니엘이 다녀왔고요. 일주일 50시간가량 일하면서-프랑스에서 이 정도면 정말로 많이 일하는 편이지만 다니엘은 저녁 있는 삶을 기준으로 직장을 정한 탓에 동일 직종 안에서는 그나마 워라밸이 좋은 편입니다-저런 부담까지 져온 다니엘한테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일단 당장 좀 더 참아보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부부간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올해는 안 치겠다고 하니 팍팍하던 다니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더군요. 이미 첫 실패 이후 두 번을 친 것도 제 욕심과 고집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아주고 지지해 준 것만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러니 올해는 자격 취득이랑은 관련이 없는 생활 회화나 업무 회화를 더 공부하는 한 해가 되겠네요! 거기에 다니엘이 출근 전에 매일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동안 제가 프랑스어 공부에 도움받은 만큼 저도 착실히 다니엘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려 해요. 가끔 문장 만든 걸 수정해 주는데 점점 느는 모습에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ㅋㅋㅋ 당신,, 왜 잘해,,? 왜지,,
취업이 올해 목표인 만큼 이력서를(완전히 무관한 분야까지 쫙) 미친 듯이 쏘아 올리는 한 해였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오랜만에 잡힌 대망의 2차 면접,,, 부디 명운을 빌어주십시오... 과연 성공적으로 경제활동 인구에 편입될 수 있을까요?
연재는 다음 주부터 격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스케치북에 아무렇게나 그렸던 것이 채색이 되고, 어쩌다 보니 디지털 드로잉을 글과 함께 올리고 있네요. 제 글들은 처음부터 읽어주시는 분들도 올리는 제게도 불편함이 없도록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매체'를 이용하자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네이버 블로그, 다음으로 카카오 브런치, 그리고 요즘은 인스타그램까지 여러분과 소통 창구로 이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휴재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해서 소통을 하다 보니 점점 뭐가 더 주가 되어야 하는지 헷갈렸어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은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ㅋㅋㅋ 글 연재로 시작했으니 글이 계속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인스타툰까지 병행할 체력이 있는가는 별개지만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했던 얘기를 또 하고 글로 쓰려던 얘기를 만화에 쓰고 만화에 쓰려던 얘기를 글에 쓰는 사고 아닌 사고가 꽤 자주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앞으로 인스타툰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면 아마 계정도 좀 정리를 한 후가 아닐지 싶습니다.. 생각나는 건 많았는데(프랑스어 만화 동시 연재 등등) 결론은 하던 거나 잘하자로 났어요.
앗... 그리고... 결혼은 진작에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서 식은 아직도 안 했던 저희 커플입니다만 올해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었어요. 이대로 가다간 평생 안 하겠다는 다니엘 의견도 있고 제 나름으로는.. 취직하면 한국에 길게 갈 수 없는 형편이니만큼 한 번에 가족들을 모아서 인사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계산도 있어서 올해 호로록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준비는 원격이라 가족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런 형편이라 아주 마음에 쏙 드는 결혼까지는 못 바라고 있습니다. 그냥 오신 분들 다들 맛있는 식사하고 가시고 저희도 마음에 크게 걸리는 데만 없으면 그것이 만족 아닐까요 후후,, 예식장이며 뭐며 미리 예약이 필수이다 보니 어디에 취업을 하더라도 제발 식에 참석하는 게 문제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프랑스 회사들은 첫 1년 휴가가 발생하더라도 적립만 하고 1년 지날 때까지 못 쓰는 경우도 꽤 있어서... 제가 처음에 취직했던 게임 회사는 예외였어요)입니다. 인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식이라서 식장 고르는 것도 애를 먹었네요.. 지금부터도 혹시 밥이 모자라면 어쩌나, 메이크업 숍이 취소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제법 사서 하고 있습니다. 청첩장(모바일로만)은 셀프로 만들어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껴보려 하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무사히 치르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참 한때는 이게... 맞나.. 싶던 저희들인데 많이 커서(??) 결혼식도 두 번이나 하고 참 많이 컸습니다. 이 소식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뻐요.
출산, 결혼, 동거 같은 철저히 남들만의 주제였던 것들이 점점 내 생활 안에 스며드는 게 나이 듦인가 봅니다. 특히 올해 친구가 출산을 하면서 더 생각이 많아지네요. 30대 여러분의 생활은 어떠신지요. 저 같은 경우는 매년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건 그대로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였던 조카가 벌써 쫑알쫑알 말도 잘 하고 고모와 고모부와 함께 집단적 독백을 하는 것을 보니 더 실감이 나네요. 무서울 정도예요..
2023년도 많은 일이 있겠지만 어찌저찌 헤쳐나갈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주에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