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구직자들에게
나는 해외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해외 취업만 꿈꾸다가 프랑스로 왔다. 그래서 프랑스로 온 시점에 이미 커버레터 쓰는 법이나 영어이력서 쓰는 법은 조금 익혀두었지만 집안 어른들 중에 해외에서 일하는 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친한 사람들 중에서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의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주로 인터넷에 내가 쓴 커버레터를 올려서 첨삭을 받거나 구글에 올라와 있는 커버레터, 이력서를 보면서 어떻게 쓰면 좋을지 형식을 익혀 나갔다. 그래서 간절함은 넘치는 데 반해 어디서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는 심경도 잘 안다. 그렇기에 어느 나라에서 구직을 시작하든 알아두면 좋은 작은 팁들을 나누면 좋겠다 생각했다.
- 이름.성@gmail.com 형식으로 된 메일주소를 만들자
꼭 G메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으며 가장 먼저 해두면 두고두고 쓸모가 있다. 이력서(CV)에는 보통 이메일 주소를 적도록 되어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쓰던 이메일 주소가 상당히 귀여운 편인데 처음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도 없이 그 주소로 구직을 했다. 결국 남편이 보고 잔소리를 해서 저 형식으로 된 이메일 주소를 만든 후 구직을 시작했다. 조금 더 프로다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스탭을 거치지 않는다고 취직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조금 더 준비된, 진지한 지원자처럼 보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결혼이민자이며, 그로 인해 비자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면 이름.배우자 성@gmail.com 으로 사알짝 티를 내는 방법도 있다. 물론 대놓고 말해도 되고.
- 언제나 내가 모르는 구직공고 채널이 있다. 파고 또 파자
그대들 구직자가 어느 나라에 있든 꼭 체크해야 하는 웹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l Glassdoor
l Indeed
l Linkedin (링크드인 계정이 없다면 꼭 만들자. 정말 쓸모가 많다)
l Google Job
l Talent.com
l 그 나라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대사관 자체 채용공고 외에도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구인게시판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하자)
l 그 나라와 한국상공회의소 홈페이지(나 같은 경우는 한불상공회의소)
l 그 나라나 도시에 모인 한인들이 이용하는 네이버카페
l 한인커뮤니티 웹사이트 (보수동, 프랑스존 등)
l 그 나라 최대 벼룩시장 홈페이지(예: 크레이그리스트, 르봉쿠앙)
l 월드잡 홈페이지의 해당국가 게시판
l 잡코리아의 해외구인란
l 머물고 있는 도시나 국가의 외국인들이 집을 구하거나 일자리 정보를 나누는 데 활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l 맨파워 등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 홈페이지
저 사이트들을 알고 있는 것은 꼭 구직 목적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유용히 쓰일 수 있으니 필히 알아 두도록 하자. 내가 모르는 구직채널은 언제나 더 있다. 특히 원하는 직업 분야가 확실한 사람이라면 혹시 바이링구얼 이상만 채용하는 공고만 다루는 웹사이트, 게임 관련 직업만 올라오는 웹사이트, 스타트업 공고만 올라오는 웹사이트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 공고만 다루는 채널이 있는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보통은 이미 있다.
- CV는 웬만하면 한 장 이내로 정리하자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다 보면 1장이 훌쩍 넘어간다는 점, 잘 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백과 표 기능을 잘 활용하면 꽤 많은 내용을 1장 안에 녹여낼 수 있다. 긴 경험을 고작 몇 줄로, 게다가 남의 나라 말로 요약하는 건 쉽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다. 워드프로세서 사용에 자신이 없어서 자꾸만 한 장을 넘긴다면 인터넷에 무료 템플릿도 많으니 남들이 만든 형식에 내용만 넣는 방법도 있다.
- 지레 겁먹고 이력서에서 경력 빼지 말자
사회 초년생이거나 대학생이라면 경력이 없는 게 당연하다. 설령 몇 번 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구직자일지라도 아르바이트, 인턴 경험은 빼지 말고 써넣을 것을 추천한다. 나는 2개월 출판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에 면접관이 관심을 가져 취직을 한 적이 있다. 기존 경험이 정규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물어보는 면접관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좀 물어보면 어떤가, 기간제 계약이었다고 대답하면 된다. (할애할 분량이 있다면)빼지 말자.
- 제2, 제3외국어 누락금지
우리나라 지원자들은 1분 자기소개를 어느 정도 매끄럽게 외워서 말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면 이력서에 쓰지 않는 강박이 있다. 꼭 쓰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거 얼마예요’, ‘너무 비싸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인데 그것도 쓰라는 거냐고 묻는 분들에게는 옆에 꼭 ‘Beginner’라고 쓰더라도 적어 넣기를 권한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저 말 밖에 못하는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이력서에 적어 넣기 때문이다. 경쟁자놈들이 생각보다 뻔뻔하다. 우리도 거기에 맞춰 좀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 경험의 재구성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일자리도 어디에 지원하는지, 혹은 어느 직군에 지원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번역 감수 일자리와 콘텐츠 제작 일자리에 각각 지원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력서에 기존에 했던 광고회사 AE 경험을 써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기존에 했던 일에서 지금 지원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력서는 한 페이지에 채워 넣는 것이 가장 좋다. 고로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물론 한두 곳에 지원할 게 아니기 때문에 매번 직업에 맞춰서 이력서를 쓸 수는 없다. 그러니 정말 합격하고 싶은 회사가 있을 때만 자리에 맞춰서 이력서를 쓰고, 평소에는 어느 자리에나 필요할 것 같은 직무 경험 (보고서 작성, 구매 및 재고관리, 자료 수집 및 정리, 고객응대, 이해당사자간 의견조율)을 강조해서 쓴 범용 이력서를 뿌리는 것이 좋다. 많이 쓰고 많이 고쳐보는 게 가장 좋다. 진부하지만. 커버레터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제출해도 말이 되는 버전과 정말 중요한 자리에 맞게 쓴 버전을 따로 두는 게 좋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 절대 이메일에 이모티콘 쓰지 말자
남의 나라 이모티콘은 그게 특정 맥락에서 쓰였을 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남용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이 이모티콘 :)을 비롯한, 시각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그 모든 종류의 기호를 이메일에 포함시키지 말 것을 부탁한다. 전혀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보인다. '어? 내 면접관은 쓰던데?' 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때면 지금 누가 구직자인지 상기하자. 면접관은 나한테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양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