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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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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l 12. 2021

해녀 삼촌의 고함소리

스쿠버다이버들의 물건 채취는 불법

장마라고 주중에 내내 꾸리꾸리 하면서 비가 쏟아질 기운만 한참 모으는 제주 장마를 보냈다. 이 정도 습도의 공기면 육지에서는 비가 내렸을 텐데, 여기선 한참을 꾸물거리며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내려봤자 조금씩 찔끔찔끔. 제주지방기상청에서 확인한 공기의 습도는 90%~100%를 웃돌았다. 체감도 그러했다. 그러다가 토요일 해녀학교 수업 시간이 되자 너무나 멋진 바다와 하늘을 보여주었다. 




5m 잠수 연습 


평소 들어가는 바다에서 조금 더 들어가서 5m 깊이 정도에서 함께 잠수 연습을 하였다. 하늘과 바다가 좋아 시야가 좋았다. 또 낮은 데면 오리발 끝이 닿아서 물이 금세 흐려지는데 5m 깊이에선 그렇지 않아 좋은 시야로 많은 성게와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 




멸치 떼가 보이는 해녀학교 운동장이다. 


소라도 3개 보였으나 소라는 금채기라서 보고 지나가거나 채취 후 도로 바다로 돌려보냈다. 성게는 까기 귀찮아서 안 잡고, 대신 쓰레기 줍기가 재미있다. 





해녀밭을 지키는 해녀


오늘은 물질 중에 격한 일이 있었다. 해녀학교 바다는 귀덕2리 해녀밭에 속한 곳인데, 해녀 체험과 해녀학교 학생들을 위해 내어 준 곳이다. 하지만 경계 너머의 해녀밭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놓아 해녀들의 생계수단을 침범하지 않고 있다. 왼쪽에 띄워져 있는 노란 선착장과 오른쪽 바위를 이은 노란 부표가 바로 그 경계선이다. 



해녀학교 옆에는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해녀 체험장도 함께 있다. 말이 '해녀'체험이지 테왁을 들고 하는 스노클링이다. 납 벨트도 주지 않는다. 이곳에는 수상 안전 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해녀밭 너머에 머물면서 혹시나 학생들이나 체험자들이 깊은 곳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해녀학교 학생들과 함께 물질을 하고 있던 해녀 삼촌이 체험자들이 해녀밭에 가서 물건을 꺼내온다고 오해를 하였다. 넘어간 사람(안전요원)을 크게 혼내고 해녀학교 담당자들에게도 항의를 하셨다. 


"우리보다 물질 훨씬 잘하는 젊은 사람들이 넘어가면 어떡하냐! 우리가 아직 물질 시작도 안 한 바다에 말이다! 거기 넘어가지 마라고 교육받았어 안 받았어! 해녀체험이 문제야!"


해녀학교에서 성게와 해삼을 따다 주시며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셨던 해녀 삼촌들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단련된 거친 기운을 처음 보았다. 큰 목소리로 마구 고함을 지르는 것은 연세와 물질로 귀가 어두워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지신 거라고 한다. 넘어간 사람이 안전 요원이었고, 아무것도 채취하지 않는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 넘어가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이었다고 설명해도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80대의 화가 잔뜩 나신 해녀 삼촌은 그 채로 퇴근하셨다.


매우 화내셨던 해녀 삼촌이 잊히지 않는다. 해녀들의 바다밭에 대한 애정과 이를 둘러싼 스쿠버 다이버와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스쿠버 장비를 메고 채취하면 불법


수산업법 제2장은 면허어업에 관한 내용이다. 제8조 1항은 면허를 받아야 어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제10조를 보면 어업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는 어업 면허를 받을 수 없고, 어업을 행할 수 없다는 항목이 있다. 



제8조(면허어업)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어업을 하려는 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1. 정치망어업(定置網漁業): 일정한 수면을 구획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구(漁具)를 일정한 장소에 설치하여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

2. 삭제  <2019. 8. 27.>

3. 삭제  <2019. 8. 27.>

4. 삭제  <2019. 8. 27.>

5. 삭제  <2019. 8. 27.>

6. 마을어업: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이 해안에 연접한 일정한 수심(水深) 이내의 수면을 구획하여 패류ㆍ해조류 또는 정착성(定着性) 수산동물을 관리ㆍ조성하여 포획ㆍ채취하는 어업

7. 삭제  <2019. 8. 27.>

8. 삭제  <2019. 8. 27.>



제10조(면허의 결격사유)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어업면허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9. 8. 27.>

1. 어업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이나 단체

2. 취득한 어업권의 어장 면적과 신청한 어업권의 어장 면적을 합친 면적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 이상이 되는 자

3. 삭제  <2019. 8. 27.>

4. 이 법, 「어장관리법」, 「양식산업발전법」, 「어선법」 또는 「수산자원관리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5. 이 법, 「어장관리법」, 「양식산업발전법」, 「어선법」 또는 「수산자원관리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6. 이 법, 「어장관리법」, 「양식산업발전법」, 「어선법」 또는 「수산자원관리법」을 위반하여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즉, 이 법에 따르면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은 어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아니고, 면허를 받지 않았으므로 수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6/06/427645/



바다밭에 씨를 뿌리는 해녀들


사람들은 '자연산'이라며 자연 상태의 바다에 있는 어패류가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생겨난 줄 알지만, 사실은 매년 종자 방류 사업을 벌인다. 전복, 오분자기, 소라 등이 그것이고, 해양수산부가 관여한다. 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자체 생산한 전복, 해삼, 오분자기 종자를 매상으로 매년 약 200만 마리를 방류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매년 약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배양장에서 생산된 종자를 매입하여 마을어장에 무상으로 방류해준다.



https://www.mof.go.kr/article/view.do?articleKey=37832&boardKey=2&menuKey=427&currentPageNo=1


종자를 받으면 바람과 파도가 약한 날을 잡아 해녀들은 직접 자신들의 바다밭에 나가 씨를 뿌린다


농업 육성으로 나라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원해주고, 그 돈으로 씨앗을 산다. 그리고 내 밭에다 씨앗을 심어 농사를 짓는다. 그 논과 밭에 우리가 들어가서 농산물을 막 캐서 가져가는가? 그렇지 않다. 해녀 바다밭도 마찬가지이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31/2017073102104.html



잠수기 어업 때문에 씨가 마른 바다


잠수기 어업은 잠수부가 고무호스를 통해 공기를 전달받으며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는 어업 방식이다. 수심 20m 이상에서 3시간 이상 조업이 가능하다. 조금 일하고 많이 따는 게 편리해 보이지만 결국 수산자원을 고갈시켰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잠수기 어선 24척을 전부 매입하고 폐기하였고, 이후 잠수기어업을 금지시켰다. 


https://news.joins.com/article/3468775



'공기통 매고 들어가면 편한 것을 왜 숨을 참으면서 힘들게 일하냐?'라는 현대인의 합리적인 의심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이 아니다. 맨 몸으로 들어가서 바다가 내어주는 만큼 그리고 내 숨이 따라주는 만큼 가져오는 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해녀의 조업 방식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이다. 효율적이지 못하고, 불편하고, 답답하지만 그것이 오랜 세월 바닷속에 머무는 제주 해녀들의 지혜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215835



해녀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2021년 5월 섶섬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스쿠버 장비를 매고 호맹이를 장착한 스쿠버 다이버들이 해산물을 캐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사실 내가 본 것을 의심했다. 설마 저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가서 해녀 삼촌처럼 소리 지르고 싶었다.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는 깊은 물속에서 어차피 말해 봤자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데도. 


제주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 보면 해녀들의 고함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생계 수단을 침범당하면 화를 내고 시위를 하지 않나. 해녀들도 마찬가지이다. 연세 드신, 여성, 할머니라고 해서 하찮게 듣지 마라. 이 분들은 제주, 바다와 자연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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