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수풀해녀학교실무를 담당하는이동렬 님과의대화
제주한수풀해녀학교에는 졸업생이자 선배님이자 입학사정관이자 교감선생님이자 행정실 아저씨이자 담임선생님이자 수위 아저씨이자 청소 아저씨이신 프로 N 잡러 이동렬 님이 계신다. 2019년부터 한수풀해녀학교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시는 이동렬 님을 만나 해녀학교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2008년 개교한 한림읍 소재 제주한수풀해녀학교는 2014년까지 해녀학교 교장이자 귀덕2리 어촌계장이 혼자서 운영하였다. 2015년부터 사무국장을 뽑고, 예산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분까지 뽑아 현재 교직원은 총 3명이다. 사무국장은 예산 업무 외에 모든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위치이다. 이전 두 명의 전사무국장이 있었고, 현재 세 번째 사무국장으로 해녀학교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 올해로 3년째 학생들을 만나고 계신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한수풀 해녀학교 관계자들은 세계 최초의 해녀 양성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수풀 해녀학교는 개교할 때부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인 '해녀'의 '보존'을 위해 해녀 양성이 가장 큰 목표였다. 해녀 양성은 해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전승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냥 하고 싶다고 손드는 사람들이 해녀가 된다면 더 이상 진정한 '해녀'가 아니게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한수풀 해녀학교는 해녀양성과 해녀문화 전승이라는 얽혀있는 중요한 두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제주시의 운영위원회의 예산에 따른 선발 인원이 정해지고 나면 비율을 골고루 맞춘다. 제주도내, 도외 비율이 50:50이 되도록, 20대:30대:40대가 10:10:10 되도록,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이 되도록 선발한다.
자기소개서는 다들 잘 쓴다고 하신다. 자기소개서를 볼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진정성, 열의, 성의’이다.
"빽빽하게, 구구절절이 쓰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학교 생활을 잘하지 않겠어?"
그리고 재능 기부에 가산점이 있다고 한수풀해녀학교 모집할 때 공지가 나가는데, 실제 학생 선발에 있어 재능 기부 정도도 많이 본다. 학교 입장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학생들의 재능을 통해서 학교 일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학생들을 학교 일에 투입함으로써 해녀학교의 일원임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이다.
직업반은 추천서 받고 오면 전부 다 입학시킨다. 어촌계 추천서로 직업반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촌계에서 추천서를 내어 준다는 의미는 직업반을 졸업하고 그 어촌계로 돌아가면 해녀로서 활동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녀 양성이 제1 목표인 해녀학교 입장에서는 무조건 입학시킨다. 직업반 인원이 점점 늘면 예산 때문에 입문반 인원은 줄 수밖에 없다. 8기 해녀학교 졸업생이신 사무국장님은 당시 입문반이 67명이었다고 한다. 2021년 현재 입문반 14기는 총 31명이다.
앞으로 어떤 학생들이 더 지원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어촌계 추천서를 받을 여건은 안되지만, 향후 이주를 해서라도 직업 해녀가 될 사람들, 입문반도 해녀가 진짜 되려고 하고 싶은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고 하시니 사라그라드는 해녀들의 맥을 어떻게든 이어 내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엿보였다.
해녀가 되려면 법환으로 가고, 한수풀해녀학교는 해녀 체험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았다. 법환 해녀학교가 6기까지 졸업생 180명 중에서 51명이 직업 해녀가 되었고, 한수풀 해녀학교는 직업반이 생긴 4년 동안 80명 중에 37명이니 해녀가 되는 비율은 비슷하다. 어느 고등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보냈냐를 두고 순위를 매기듯이, 해녀학교도 학교다 보니 output에 대해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한수풀 해녀학교의 역사가 법환 해녀학교보다 길고, 10주간 20여 회 수업을 진행하는 법환 해녀학교보다 2배 가까운 수업 일수를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 법환 해녀학교는 남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정원도 더 적다.
해녀학교 운영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당연히 예산이다. 예산은 원래부터 넉넉하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더 줄었다고. 해녀 탈의실도 고치고 싶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해녀학교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지만 예산 때문에 제약이 큰 게 가장 아쉽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림 바다 말고 제주 동쪽의 바다에 가서 물질을 해본다거나, 법환 해녀학교나 거제 해녀 아카데미와 교류를 가지는 등 풍성한 해녀학교를 만들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하여 못 한다. 또, 해녀학교 동문회도 정식으로 조직하여 동문회를 통하여 바다정화나 해녀 홍보 등을 진행하고 싶지만, 이 역시 모두 돈이다.
2008년 개교 이후 5년 동안은 해녀탈의장에서 수업을 하였다는 말씀을 하셨다. 해녀 탈의장?! 우리가 지금 옷 갈아입고 샤워하는 그곳?! 1층 건물로 무엇보다 비좁고, 어두운 창고형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해녀학교가 진행되었다니 초창기의 열악했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후 예산을 지원받아 2013년에 해녀학교 건물을 짓고, 6기부터 수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해녀학교의 대내외적 일을 담당하여 일이 고되 보이시지만 해녀학교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게 즐겁다는 이동렬 님. 4개월 잠깐 왔다 가는 학생들이지만, 학생들이 즐거워하면 좋다고 하신다. 하지만 이곳은 해녀 ‘학교’라는 생각을 학생들이 강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셨다. 단순히 물질이 전부가 아니고 이것도 ‘학교 생활’이니 학교에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적극적이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서 쉬는 걸 못 보시고 계속 이런저런 일을 시키신다.
"사무국장님은 학생들이 쉬는 걸 못 보셔~"
여기에는 조금이라도 학교 생활에 참여하게끔 하여 바다와 학교에 애정을 갖게 만들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말씀을 들을수록 제주 한수풀 해녀학교에 이렇게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분이 계시는 것도 복이고, 이런 분이 계실 때 이곳에 온 것도 복이다 싶다. 해녀학교에 온 학생들이 학창 시절보다 더 재미있는 학교 생활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신다. '지금 그렇게 다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