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여해 Mar 31. 2021

「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

대체의학의 진실

* 한 줄 추천평 : ★★★★★ 대체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주는 대박대박 책이라서 강추한다. 명확하게 결론을 내어주므로 읽는 이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과학논문 수백 편을 토대로 썼고, 글쓴이 둘이서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썼는지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과학 코너가 아니라 건강 코너에 있어야 할 책.

* 읽기 쉬운 정도 : ★★★★★ 문체가 재미있고, 단어나 문장도 어렵지 않아 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은 예방의학이나 역학 (epidermiology)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과학은 지식을 낳고 의견은 무지를 낳는다 - 히포크라테스




 말도 안 되게 국시철에 진행된 30분 조금 넘는 '대체의학'에 대한 수업을 듣고 말도 안 되게 궁금증이 생겨 산 책이다. 대체의학이란 단어는 오가며 듣긴 했지만 그런 걸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고, 이건 뭐니 저건 뭐니 하는 것들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우물쭈물 거리며 '그런 거 안 배워요.'라고 하기엔 사람들은 그런 거를 듣고 산다. 삶이 힘들어서 속는 거 다 알면 서도 기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피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일화의 집합은 데이터가 아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저기 누구 친구네 아들이 뭘 해가지고 좋아졌다던데.”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말이다. 또한, 전혀 연관성이나 인과관계가 없는 건데도 그냥 그 둘을 엮고 싶은 사람의 나약함 때문 이리라.

왜 사람들은 의사의 말보다 옆 집 아저씨의 말을 더 믿을까? 나의 오랜 궁금증이었다.
"아니야. 의사가 한 말이야. TV에 나와서 그렇게 말했어." 아마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겠지만 부적절한 randomization, control group의 오류, 불충분한 환자 수 등 아주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쪽으로 치우친 임상시험이었을 것이다. 진짜 임상시험 결과 효과가 있는 것들은 시간은 오래 걸리고 비싸더라도 병원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결국은 교육 못 받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사람들은 ‘자연적인 것이 좋다’,’ 전통적인 것이 좋다’,’ 우리 몸을 통합적으로, 전체론적으로 보기 때문에 더 좋다.’라는 말에 혹 한다. 거기에 더해서 의사들은 돈만 밝히는 족속이기 때문에 진짜로 좋은 것은 안 알려준다 또는 나를 등쳐먹기 위해 어떻게 어떻게 할 거다 라는 믿음 역시 사람들이 대체의학에 넘어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속이는 건 대체의학 업계라는 걸 알 수 있다.  




1장 : 진실은 어떻게 판정할 수 있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하여 설명. Evidence-based medicine 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인데, 의대에서는 다 배우는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방법론이다. 하지만 핵심은 쉽다.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 본다” 는 것. 


 
2장 : 침의 진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단 하나의 결론 : “침은 플라시보 이외에 효과 없다.”, “침은 임상시험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효과에 대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플라시보 효과는 의사의 평판, 값비싼 치료비, 치료법의 참신성의 3요소가 있을수록 극대화된다. 사람들이 비싸다는 치료법을 찾아 나서고, 또 그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의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건 비단 대체의학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가르침을 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의사가 환자에게 효과 있고 안전한 약의 약효와 더불어 플라시보 효과까지 줄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이는 비록 “값비싼 치료비” 는 아닐지라도 아마도 좋은 말 한마디와 같은 걸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의사는 병리학자가 되는 게 낫다.” - 신경과 의사 J.N. 블라우 


Publication bias 때문에 침이 괜찮은 효과가 있다고 논문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질이 좋은 연구가 아닐뿐더러 중국 측에서 막대한 인구를 앞세워 물량 공세 식으로 전 세계에 쏟아내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3장 : 동종요법의 진실 


'동종요법'이라는 단어만 들어봤고, 이런 것이었는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대중들이 주위의 소문을 듣고 얼마나 우르르 따라 하기 쉬운 지, 19 세기 영국 귀족의 모습이나 현대인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그냥 동종 요법 설명만 봐도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4장 : 카이로프랙틱의 진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단 하나의 결론 : “허리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나 현대의학 치료의 효과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은데 더 위험하다."


유튜브에서도 많이 나오는 척추를 꺾으며 뚜두두두 소리가 나는 카이로프랙틱에 관한 장이다. 글쓴이는 특히 영국 카이로프랙틱협회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3년 간 법정 싸움을 벌였다. 결국은 글쓴이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그 정도로 카이로프랙틱은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인기를 끌고 있는 대체의학인데, 아마도 저 두두둑 하는 소리가 환자들에게 매력을 많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근데 나는 단순 디스크나 허리 통증 등에 쓰이는 건 줄 알았는데, 실제로 시초는 “모든 병의 근원은 척추에서 나온다.”라서 척추를 잘 맞추면 (?)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 라고 한다.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천식 치료를 위해 척추를 교정한다고 하는데, 이런 참신한 발상이 있을 수가 있을까?! 이것도 위의 동종요법과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는데,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카이로프랙틱의 위험성이 마음에 걸렸다.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저래도 되나… 싶은 무서움증이 생겼는데, 역시나 carotid a. 가 문제가 생겨서 뇌졸중 stroke 가 생기기도 한다니 얻는 이득에 비해선 정말 위험한 합병증이 아닐 수 없다.




5장 : 약초요법의 진실 


나도 사용해 봤던 한약, 그리고 숙면에 좋대서 사용했던 라벤더 향 양키캔들에 관한 얘기였다(라벤더가 불면증을 치료하기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약들이 자연에서 찾아서 공업적으로 합성한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경우에 안전성과 효과가 확보되면 주류 의학으로 편입되었다. 모든 한약이나 약초 치료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어떤 성분이 섞여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게 큰 위험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엄청난 양의 유해 중금속과 같은 위험물질이 들어 있고, 약물 상호작용이 제대로 연구되어 있지 않아서 기존이 먹는 약과 함께 먹었을 때 부작용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도 위험하다고 역설한다. 




6장 : 과학은 진실을 낳는다 


“설문 조사를 보더라도 현대의학에 실망해 대체의학으로 돌아선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환자들 중에는 정말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는 의사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며 배려와 공감도 부족하다고 본다. 반면에 대체의학에서는 치료사가 시간을 충분히 내주고 이해와 공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의사가 환자에 공감하는 일을 대체의학 치료사에게 맡겨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주류 의학은 의료보험과 같은 제도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는 규제 속에 있는데, 대체의학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위험한 데 더욱 활개치고 있는 셈이다. 수가 등에 의해 제제받지도 않고 있어서 액수도 마음껏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 치료사는 후하게 인심과 시간을 쓸 수 있다.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문제이다. 의사들도 충분한 시간과 이해와 공감을 하고 싶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여건 속에선 그것이 힘들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병존의 역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이 있다. 당시 중국에 있던 수많은 가난하고 아픈 농민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자 했던 마오쩌둥의 '맨발의 의사'  모두에게 제대로 된 (이라고 말하면 한의학에서 싫어하지만) 의학 교육을 받게 하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 것이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공산사회였어도 정치나 경제나 등의 우선순위가 더 높은 문제들을 제치고 진정한 무상의료를 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이 이유로 중국 전통 의학이 당을 등에 엎고 만개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공생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 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