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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Mar 31. 2021

Let There Be Light

at에브리데이몬데이

 서울과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IVAAU city’의 작품이다. ‘Idea’, ‘Visual’, ‘Audio’, ‘Architecture’, ‘Infrastructure’, ‘Urbanism’의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건축,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천지창조의 시작이다. 빛은 선하고, 아름답고, 옳은 것으로써 어둠에 대비된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 반대편을 “dark side”라고 부르거나 볼드모트의 마법을 “dark magic”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빛이 있으라"로 생긴 것이 아닌 도시의 빛은 어떨까? 도시를 밝히는 빛은 그런 “선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도리어 밤까지 일해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 현대인의 피로와 같은 느낌이다. 고층 회사 빌딩에 밤늦게 켜져 있는 불을 보며 ‘누가 저기서 이 시간에 야근을 하고 있냐’라고 동병상련하듯이 말이다. 


 

Light in City Sounds_Variation 01, Mixed Media, 2021 © IVAAIU City


 그런데 이번 전시는 도시 속에서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빛에 희망을 담은 전시라고 한다. 도시의 빛에 어디에 희망이 있을까? 싶다가도 밤새 켜져 있는 불빛은 아주 작은 틈새만 있어도 그 틈을 통해 새어 나온다는 점에서 ‘나 여기 있어요’라고 우리의 존재를 알려준다. 


 1주일에 24 시간 있는 오프날에 도로 너머로 보이는 병원의 불빛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지치지도 않고 켜져 있는 병원의 불빛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삶에 좀 더 머물고자 하는 환자들의 염원일까. 병원의 불은 밤새, 365일 아니 병원이 시작한 이후부터 병원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절대로 꺼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도 저 불빛 아래에서 환자를 지키는 의사들이 있다. 그리고 내일은 그게 바로 나는구나 하는 책임감과 어느 정도의 지침,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의사들 덕분에 내가 24시간 쉴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이다. 


 

Light in City Interactions, Mixed Media, 2021 © IVAAIU City

   


 내리쬐는 태양이라는 별의 광선만큼 아름다운 인공 빛의 작품들이다. 하늘에 있는 별을 보느냐 땅에 있는 도시 불빛을 보느냐로 사람의 낭만을 구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각각 나름의 아름다움인 것을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쨍그랑 거리는 작은 유리 조각들이 부딪히는 소리들로 가득 찬 공간에 각각의 빛깔로 빛을 내뿜고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건물 밖에서 보는 투명 엘리베이터의 움직임 같기도 하고,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블록진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배경 소리와 더불어 도심의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Light in City Streets_Variation 01, Mixed Media, 2021 © IVAAIU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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