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의 아름다움!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 여행」
# 서명숙
# 북하우스
# 2011년 4월
# 한 줄 추천평 : ★★★★★ 올레길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시작까지 기자 출신 글쓴이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 읽기 쉬는 정도 : ★★★★★ 글쓴이의 에너지에 덩달아 신나서 읽게 된다. 아주 잘 읽힌다. 재미있다.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 올레길 완주도 하겠거니 했다. 그때가 지금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님의 말처럼 ‘푸른 바당을 옆구리에 끼고 걷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말 뿐이다. 세상에 아름다우면서 평화로운 게 얼마나 있을까. 마을길에 들어가면 너무나 조용하고, 새소리가 귀를 자극하는 유일한 소리가 된다. 해안길은 해안도로를 지나는 차가 있어도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에 덮여버린다.
올레 여행을 준비하면서 '올레길 스타트 패키지'를 인터넷 올레 상점에서 구입했다. 근데 살 때 세트 구성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 여행」 책이었다. 올레길을 만든 사람의 올레에 관한 얘기였는데, 자고로 남의 여행기만큼 지루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트로 사지 말고 낱개로 장바구니에 넣어서 살까?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우연하게' 엄청 좋은 것들이 있음을 백수 기간 동안 알아가고 있었다. 나의 이성이나 취향에 의한 판단이 아닌 것도 반감을 가지지 말고 낯설어하지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쉬는 동안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그냥 세트로 시키고, 에세이가 맘에 들지 않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 하면서 주문했다. 그런데 역시나 이번에도 '우연히' 나에게 정말이지 '힐링'이 되는 치유의 책이었다. 신기한 것은 내가 비록 아직 몇 번 밖에 올레길을 걷지 않았지만, 그 짧은 경험에서 느꼈던 것을 올레길을 만든 이가 느꼈던 대로, 그리고 의도했던 대로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만약 올레길을 걷기 전에 읽었으면 그냥 훌훌 지나갔을 문장들도 격한 공감을 하며 서명숙 님과 신이 나서 목소리 높여 대화하듯이 읽었다. 그리고 책 목차를 봤을 때 올레 길 얘기가 아니라 산티아고 길 얘기가 길어서 그 점도 이 책을 사기가 꺼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였는데 아니었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산티아고를 다녀온 친구의 얘기를 들을 때도 '그래~ 그래~ 그랬구나~' 이러고 말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 그리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행복했던 경험이 있어서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보고 싶어 졌다.
이 책에서 지금 나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순례자'라는 표현이 꽂혔다. 나의 인생의 서사는 무엇인지,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를 찾는 것, 그 선을 흐릿하게나마 그려보고 싶은 게 1년 동안의 큰 숙제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에는 자기 만의 궤적을 찾고자 하는 전 세계인들이 몰려서 자신 만의 속도로 걸으며 만났다 헤어졌다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목표 지점에서 만나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던 것을 공유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헤어지며 누군가는 과거의 길을 발로 비벼 흩트리고, 누군가는 미래의 길을 선명하게 두꺼운 매직으로 긋는 과정을 나눈다. 함께 위로하고, 응원한다.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연대가 되는 경험은 얼마나 특별할까.
결국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 여행」는 올레에 홀딱 반한 서명숙 이사님에 따르면 '올레 바이러스'에 급성 감염 증상을 보이는 내가 열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제주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사서 권하리라.
나는 생각을 하러 제주에 왔다.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 눈과 귀와 코에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며 나의 정신도 긍정적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서 올레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많이 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올레길을 걸을 땐 도리어 생각이 방해가 된다. 생각이 없어진다. 정말 텅 빈다. 그래서 걸으면 다 잊게 된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20코스를 시작으로 올레길을 걸었다. 시작 지점 김녕 서포구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너무나 아름다웠다. 무슨 해수욕장, 무슨 횟집만 내비에 찍고 목적지를 즐기고 떠날 때는 가볼 수 없는 곳이었다. 올레길을 시작하자마자 너무나 아름다운 제주가 나에게 발견되길 기다렸다는 듯이 확!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나를 나무랐다. 그동안 그렇게까지밖에 볼 줄 몰랐냐고 말이다. 시작하자마자, 술 취한 사람처럼 아름다움에 취해 한껏 기분이 고양되었다. 내가 조금 늦게 왔지만, 늦어도 괜찮다고 기다려주고 느릿느릿 여유로운 그런 자연이고, 그런 길이다. 이건 정말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구나! 하면서 차를 타고 왔다가 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알려주고 싶었다. 올레길을 걸어보세요! 너무너무너무너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있습니다! 하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 자랑하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제주의 찐! 모습이다.
급성 올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증상이 안 걸으면 막 걷고 싶어 지는 것이다. 올레길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올레길이 날 꼬시면서 잡아 끄는 손길이 느껴진다. 그렇게 올레길에 발을 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 올레 바이러스의 치료법은 올레길에 몸을 싣는 것이다. 만성이 되어서 매주 제주도에 오게 되면 어떡하지? 내년에 병원에 들어가서 다시 일하면 올레 바이러스 치료는 어떡해야 되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인터넷 제주 올레 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oll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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