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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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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May 24. 2021

해녀학교를 졸업하면 해녀가 된다?!

해녀가 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성폭력 예방 교육?!


21년 5월 15일 토요일. 공식적인 첫날 첫 수업은 YWCA에서 나온 성폭력 예방 교육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와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들로 이루어졌다. 52명의 학생 중 5명을 제외하고 전부 여성인데, 성폭력 예방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강사가 예비 해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라고, 콘텐츠를 다르게 준비해 왔다고 한다. 피해자인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귀덕2리 해녀회장님과의 질의응답


이어서 해녀회장님과 한림 어촌계장님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어촌계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OT 때 지급받은「 제주 해녀문화의 이해 」책에 있었고, 이 책을 바탕으로 어촌계와 해녀회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대답해주는 방식이었다. 두 분의 제주도 사투리가 심해서 못 알아듣는 내용들이 꽤 있었다. 제주도 사람이 아닌 학생들의 '응? 응?' 하는 못 알아듣겠다는 의성어들이 자주 들렸다. 나도 마찬가지라서 옆의 분에게 "이해되세요?"라고 여러 번 물어보기 일쑤였다. 사무국장님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통역을 해주셔서 웃겼다. 그만큼 제주는 육지에서 고립되어 있었고, 제주만의 문화와 언어가 살아있는 곳임을 새삼 느껴서 재미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해녀가 될 수 있을까?


해녀학교 문의 전화에 가장 많은 내용이 '거기 졸업하면 해녀가 되는 겁니까?'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이다.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수협에 가입을 해야 하고, 어촌계에 가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내가 활동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것이 필수이다. 법(수산업협동조합법)으로 이렇게 정해져있다. 그런데 어촌계원이 되려면 어업인이어야 하는데 어업인의 범위는 1년에 60일 이상, 그리고 12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어업을 통해 벌어야 한다. 그러니까 문제는 '해녀로서 어업을 하기 위해선 어촌계에 가입되어야 하고, 어촌계에 가입을 하기 위해선 해녀 물질을 해야 한다'는 그 어떤 것도 시작할 수 없는 사태에 처한다. 


그래서 '해녀 인턴'을 해야 한다.  즉, 내가 활동하고자 하는 어촌마을로 이사를 오고 해녀회에 가서 '저는 앞으로 이 동네에서 해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받아주십시오~' 하고 말씀을 드린다. 어느 정도 돈을 내기도 해야 한다. 해녀회 소속 해녀들의 '만장일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승인을 받기 위해선 어촌계 마을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어야만 한다. 승인을 받고 나면 60일 동안 어업에 종사하며 12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해녀 인턴'을 해녀들과 함께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어촌계의 가입 요건이 된다. 그러면 어촌계에 가입하고, 이후 해녀회에 정식으로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도지사에게 해녀증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해녀가 되려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가장 큰 관문은 거주지를 해안 마을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중산간 마을에 살거나, 제주시 노형동이나 연동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방식으로는 해녀회에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해녀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새로 추가되는 해녀 수보다 줄어드는 수가 더 많아 이런 제한점들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제약을 만들어 놓은 것은 해녀들이 공동 어업을 하는 하나의 공동체 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목숨 걸고 일하기 때문에 서로를 지켜주는 공동체의 끈은 강하면 강할수록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주민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더 나아가 친척이나 가족까지 나아가게 말이다. 이렇게 공동체의 바운더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제한점들이 완화되면 내가 해녀가 되는 길이 조금 수월하고 쉽겠지만, 그보다 완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앞선다. 이것들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재주 해녀들의 문화인 것 아닌가. 보존해야 할 해녀 공동체의 문화이다. 



이미 제주에 2~5년 정도 머물며 정착을 점차 공고하게 하고 있는 학생들의 해녀로서의 활동에 대한 꿈은 확고했다. 그래서 질문 세례가 이어졌고, 78세의 해녀회장님의 말씀은 질문에 대한 곧은 대답보다는 곧잘 다른 얘기로 샜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은 잘 모르는 말이라도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해녀회장님의 말씀에 귀 기울였다. 자기는 '엇찌리'라고 하셨다. 우리가 '엇찌리가 뭐예요?'라고 질문하니 하군 보다도 더 못하는 쌩초보 해녀를 엇찌리라고 한다고 하신다. 항상 자기가 '엇찌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하셨다. 그만큼 보수적으로, 너무 위험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해녀회장님의 겸손의 말씀이시다.



잠수 의학 : 호흡 충동, Diaphragm Contraction의 존재 이유


이어서 15시부터 17시까지는 지난주에 이어서 호흡 수업을 했다. 풍선을 코로 불며 호흡 평형을 연습했고, 호흡 충동에 대해 배웠다. 호흡 충동은 숨을 오래 참을 때 호흡을 하기 위해 몸이 반사적으로 딸꾹질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어릴 때 그렇게 바다에 잠수를 했어도 호흡 충동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계를 넘어서까지 숨을 참아야 호흡 충동이 온다고 하니 연습을 해봐야겠다. 집에서 해보니 dry static에서 1분 30초쯤 되니 호흡 충동이 꿀렁꿀렁 온다. 


해녀들은 요새로 치면 프리 다이버이다. 프리 다이버는 스쿠버 다이버와 다르게 장비 없이 맨몸으로 잠수하는 다이버들을 말한다. 그래서 "free"이다. 해녀의 정의가 '산소 공급 장치와 같은 특별한 장치 없이 빗창, 갈고리, 정게 호미와 같은 도구만 갖고 바다에 들어가는 나잠어법으로 소라, 전복, 미역, 톳 등을 채취하는 여성'이니 프리 다이버에 합당하다. 


해녀학교 사무국장님의 말에 따르면 졸업할 때쯤이면 대체로 3분의 숨을 참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숨을 오랫동안 참으면 우리 몸에서는 횡격막의 움직임이 일어난다. 폐는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이 없어 주위 근육의 움직임으로 공기를 받아들이고 내뱉는다. intercostal m.(늑간근, 갈비 사이근)과 diaphragm(횡격막)이 그것이다. 숨을 내쉬는 것보다 숨을 들이쉴 때 우리 몸의 근육이 쓰인다. 즉, 숨을 내쉬는 것은 수동적이고 숨을 빨아들이는 것이 능동적인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횡격막은 주요 근육인데, 횡격막이 수축하면 (근육이 수축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니 곧 능동적인 과정이다) 숨이 들어온다. 반면 근육의 수축이 풀리면 날숨이 일어난다. 하지만 적극적인 날숨은 역시 능동적인 과정인데, 복근이 수축하고 횡격막은 폐 쪽으로 밀어 올라가 폐를 '쥐어짜서' 공기를 내보내려고 한다. 바로 이것이 '호흡 충동'이 생기는 이유이다. 즉, 오래 숨을 참다 보면 횡격막은 숨을 내보내고 싶기 때문에 폐 쪽으로 밀어낸다. 이렇게 우리 몸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횡격막의 움직임을 프리 다이버들은 참고 조절해야 한다. 


3분 동안 숨을 참아도 산소 포화도 (O2 saturation) 은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호흡 충동은 횡격막의 움직임, 떨림이다. 즉, 몸속의 가스를 내뱉고 싶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산소를 받아들이고 싶어'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싶어'가 된다. 숨을 참았을 때 이런 반사가 있는 이유는 지금 당장 산소가 부족한 것보다 (부족하지도 않지만) 몸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은 게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몸에 많으면 우리 몸은 '산성'이 된다. 과학 시간에 리트머스 지의 색 변화를 기억하는가? 바로 그 산성이다. 우리 몸은 아주 정교한 화학 작용으로 모든 대사를 처리하는데, 이를 매개하는 물질들은 pH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몸이 pH 7.35 ~ 7.45 범위를 벗어나면 위험해지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싶은' 반사가 나타난다. 우리 몸은 산소가 떨어진 것보다 이산화탄소가 쌓인 것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횡격막의 움직임으로 호흡이 일어난다.




다음 주 교실 수업을 마지막으로 5월 29일부터는 입문반도 바다로 들어간다. 아직 바다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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