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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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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n 17. 2021

해녀학교 벽화 그리기

그리고 해녀 삼촌들과의 바당 수업

제주 한수풀해녀학교 환경미화의 날 : 벽화 그리기


지난주엔 10시까지 등교였는데, 오늘은 9시 반까지 간다. 왜냐하면, 오늘은 벽화 그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뭐든지 하면 중간 이상은 했다. 그런 내가 아주아주아주 못하는 분야가 바로 미술과 음악이다. 특히, 미술, 디자인, 패션 이런 쪽은 아예 능력치가 0이다. 옷은 입었다 하면 올블랙 장례식장이고,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좋아하는 색깔로 사서 집 안은 온통 파랑이다. 적성 검사를 해도 디자인 관련된 분야가 가장 낮게 나오니 말이다. 그런 내가 벽화 그리는 일에 자원을 했다. 학부 때도 벽화 동아리나 벽화 그리기 행사가 여러 개 있었는데, 한 번도 참여해보지 못했다. 나의 낮은 능력치와 바쁜 생활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봤다. 그걸 해녀학교에서 해볼 수 있다니 정말 기뻤다. 


아직은 비어있는 바닥


미술 전공하신 분이 벽화 팀장이셨다. 팀장님이 시안을 그려오셨고, 9시 반에 밑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나처럼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페인트로 붓칠만 하면 되니 제주바당을 바라보며 하는 힐링 컬러링이다! 심지어 벽화 팀장님께서 각각에 맞게 색도 정해주시고, 페인트 색 조합도 만들어주시니 어떤 색을 칠해야 하는지 그런 어려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 같으면 아마 파랑 계열로 다 칠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원래 있던 커다란 해녀 그림에 덧씌워 색칠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 그려진 그림에 색칠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페인트를 묻힌 붓을 들면 바람이 불어와 후두두둑 페인트를 흩뿌린다. 

"안돼!!!"

"팀장님.. 제가 사고 쳐서 저렇게 됐는데, 저기 덮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원래 벽화는 이런 거예요. 아~무 상관없어요."

몇 번이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쿨하게 작업하시는 팀장님이시다. 



너무 재미있었다! 아마도 이제는 내 생의 마지막 벽화 그리기이지 않을까 싶다. 3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신나게 색칠했다. 내 걸 끝내고 돌아보면 하나씩 완성되어 있는 모습들이 어우러져 너무 예뻤다. 와랑와랑한 제주 햇빛에 그림이 둥실 떠올라 보이기도 했다. 즉석에서 팀장님이 그림을 수정하시고, 또 손수 칠하기도 하셔서 우리 모두 '전문가는 달라' 하며 감탄을 표했다. 완성된 벽화를 어떻게 찍으면 잘 나올지 사진 구도를 함께 고민한다. 


벽화를 그리겠다고 자원하지 않았던 학생 한 분이 오셨다.

"많은 분들이 벽화 그리신다고 오셨는데, 점심 챙겨드리러 왔어요."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우리의 끼니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챙겨주러 오셨다. 해녀학교 동기들의 마음씀이 눈물겹다. 15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김밥집이나 도시락집은 모두 거절했고, 결국 외도까지 가셔서 도시락을 손수 가져다주셨다. 덕분에 주린 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오후 정규 수업을 들어갈 수 있다! 



장비 세팅 완료 : 프리다이빙 장비들 


새로 구매한 double K 슈트를 입었다. AIDA2 자격증을 딸 때 더블케이 홍보대사를 겸하고 있는 프리다이빙 강사님께서 추천해주셨다. 시간 관계상 맞춤이 아니라 기성 슈트로 샀고, 야마모토라는 원단을 사용하는데 39번과 45번 중에서 좀 더 좋은 45번으로 선택했고, 사이즈는 44가 잘 맞았다. 내가 자격증 코스를 진행한 프리다이빙 센터에서 이 야마모토 원단을 사용한 다이빙 슈트를 대여해주는데, 5월 중순임에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저번 주에 해녀학교 교복을 입고 들어갔을 때 엄청 추웠는데 말이다. 오늘부터는 나의 새로운 + 좋은 잠수복을 입으니 하나도 안 추울 것이다! 


또 새로 산 롱핀도 착용했다. 발목 넣는 입구가 작아서 한 번 교환을 거친 핀으로 신을 때 구둣주걱이 필수이다. 플라스틱 핀으로 고무 재질 롱핀보다 좀 더 딱딱하여 허벅지 힘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난 바다에서 이 묵직하게 움직이는 다리와 핀의 느낌이 좋아 플라스틱 핀으로 선택했다. 


스노클과 마스크는 gull 것으로 스킨스쿠버 다이빙 용이다. 스쿠버 다이빙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스쿠버 용으로 구매했다. 그 외에 납 2kg과 고무 납벨트, 다이빙 양말과 장갑도 착용하여 풀 착장 완료이다. 



멋있는 해녀 삼촌들과의 첫 바당수업! 


오늘도 몸풀기로 편도 약 70m 거리를 왕복 두 번을 한다. 지난주에 배웠던 해녀 평영을 연습한다. 조금 있으니 오늘 강습을 진행해주실 멋있는 해녀 삼촌들이 오셨다! 조는 6개 조로 한 조씩 맡아서 가르쳐주실 예정이고, 잘 안 되는 사람들을 따로 빼서 가르칠 예정이라 총 7분의 해녀 삼촌들이 오셨다. 


제주에 코로나가 다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 해녀학교가 소속된 한림읍에도 코로나가 닿았다. 특히 한림 초등학교 학생 3명이 확진이 되어서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가진 해녀학교 학생들, 그리고 학원까지 연결되어 거의 10~15 명이 오늘 수업에 나오지 못했다. 



나는 5조이고, 오늘 5조는 3명이 빠져 총 5명이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은 스스로 나머지반에 가야 한다고 그쪽으로 빠졌다. 그래서 우리는 해녀 삼촌과 1:4 강습을 받았다. 우리 해녀 삼촌은 15살에 해녀가 되어서 현재 89세 시다. 귀덕2리에서 나고 자라고 현재까지 계신다.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 하신데, 허리엔 15kg의 납을 차고 있다. 프리다이빙할 때 강사님이 2kg 만 차도 힘들다고 하셨는데, 저 연세에 저 납을 차고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계시다니. 볼수록 감동적이라 눈물이 차오른다. 


89세의 해녀 삼촌 교수님


우리 넷 중에 한 명이 계속 다이빙을 못했다. 수영장에서 하면 되는데 바다에선 안 된다고. 그러니까 해녀 삼촌이 자기를 보라고 자기를 보라고 계속 시범을 보여주신다. 잠수 못하는 학생을 보고 막 웃으시는데,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우시다. 그리고 굉장히 심한 제주어로 말씀하시는데 잘 못 알아들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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