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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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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n 17. 2021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을 읽고

해녀에 관해 쉽고 빠르고 재미있게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


#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해녀가 전하는 나를 뛰어넘는 용기


# 글 서명숙, 사진 강길순

# 북하우스

# 2015년 10월 30일


# 한 줄 추천평 : ★★★★★ 해녀에 관해 재미있고도 알차게 쓰여 있으면서 매우 읽기 쉬우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읽기 쉬는 정도 : ★★★★★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님이 쓰신 해녀에 관한 책이다. 


남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서명숙 이사님이 결국은 글을 쓰게 만들었던 게 바로 삶의 스승이라는 해녀들의 이야기이다. 1부는 해녀 한 명에 관해 한 챕터를 할애하여 특별한 해녀들에 대해 자세하게 썼다. 2부는 바로 해녀의 역사이다. 어떻게 해녀가 생겨났는지, 해녀 항일운동과 4.3 그리고 출항 해녀에 관한 얘기까지 들어 있다. 3부는 해녀들의 물질 기술과 철학, 해녀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다. 4부는 서귀포 법환 해녀학교에 서명숙 이사님이 직접 학생으로 입학과 졸업을 거치면서 만났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우도 홍조단괴 해변에 앉아 이 책을 읽던 시간은 내 제주살이에서, 아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꼽히리라. 파도와 홍조류와 나만 있던 신비로운 해안에서 더욱 신비로운 해녀에게 마음을 닿아보았다. 이렇듯 제주에 머물면서 해녀를 탐했다. 지나가는 해녀 분들을 붙잡고 대화를 나눌 정도의 용기나 넉살은 없다. 살아있는 내용은 아닐 수 있으나 그래도 나에겐 책이 있었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해녀를 배웠다. 알면 알수록 ‘해녀학교’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죄송하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눈물이 난다. 


이 느낌을 글로 잘 풀어낸 부분이 6~7 페이지에 있어 옮겨보면,


그녀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노동의 힘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21세기의 어느 여성들도 못 따라올 만큼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면서도 19세기적인 가부장제와 남아 선호사상에 얽매여 있었다. 또한 자영업자처럼 매우 개인적이며서도 공동체의 일에는 군말 없이 똘똘 뭉치는 면모를 보였다. 자기들끼리는 소녀들처럼 웃고 떠들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지나가는 올레꾼에게 밀감을 거저 건네줄 만큼 인심이 좋은데도 해안에 밀려온 소라 하나라도 그냥 가져가면 목청을 한껏 돋웠다. ‘잠수병’으로 이명과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그 나이 또래 아주망이나 할망들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실로 모순적 존재의 여신들이었다.


모든 집안일과 경제 활동까지 다 담당하면서 ‘남자를 모셔야 돼’라고 말씀하시던 해녀회장님, 바닷속에선 오리 잠수를 하며 온갖 해산물을 채취하지만 뭍으로 나오면 굽은 허리에 유모차를 밀고 마을길을 걸으시는 해녀 삼촌, 왕눈이에 가려진 얼굴엔 주름이 자글거리지면 15kg의 납을 허리에 두르고 계신 해녀 삼촌. 내가 뭔가 표현할 수 없었던 이런 느낌은 바로 이들이 규정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해녀들은 당당하다. 왜냐하면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멋있고 독립적인 여성들을 왜곡되어 묘사하는 언어로 ‘독한 여자들’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밥벌이를 해결하기 때문에 내세울 수 있는 어깨뽕이 있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고개를 쳐드는 각도에서부터, 굽은 어깨의 각도에서부터 티가 난다. 그래서 해녀들은 자부심이 있으며, 강하다. 


어딜 가든 있는 멋진 여성들은 나를 자극한다. 

여성의 섬 제주에는 여성들의 롤모델이 될 멋진 해녀들이 (여)신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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