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수풀해녀학교실기 수업 with 해녀
2021년 6월 12일. 벌써 6월 중순이다. 해녀학교를 시작한 지도 6주가 지났다. 목요일 내내 흐리고, 금요일엔 내내 비가 오더니 토요일 해가 쨍하다. 물에 들어가기 좋은 날씨이다.
오늘도 이른 시간에 미디어 홍보팀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인플루언서라는 학생 한 분이 적극적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을 이용한 해녀학교 홍보를 하자고 열의를 불태우셨다. 해녀를 젊고, 아름다우며 섹시한 미녀로 이미지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우려된다. 나에게 해녀가 어떤 의미일지, 해녀를 내 마음속에서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생각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틱톡이 뭔지 모르고, 릴스가 뭔지 모르는 더 이상 'young'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나도 보이는 회의였다.
입문반이 납을 차는 날이다. 납은 대체로 2~3kg였고, 납 벨트와 납은 해녀 학교에서 빌려준다. 나는 나의 형광빛 납 2kg를 착용했다. 슈트를 입으면 일반 수영복을 입을 때부터 부력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물에 빠지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잠수하기가 힘들지, 물에 빠져 죽을 일은 없다. 그렇기에 바다 입수를 처음엔 납 없이 시작하여 적응의 시간을 2주 동안 가지고, 바다 수업 3주 차부터 납을 착용한다.
호맹이는 한림 오일장 날에 하나에 7,000 원하는 걸로 입문반 부회장님이 구해다 주셨다. 손목에 걸 수 있게 끈을 매달아야 하는데, 아직 끈을 달지는 못하였다.
지난주 학생들이 성게를 잡다가 많은 찔림 사고가 있었다. 누군가는 바다에서 성게를 집으려고 하다 손가락에 가시가 한두 개씩 박히고, 누구는 바다 밖에서 성게 껍질을 발로 밟아 가시가 박혔다. 장갑을 끼고 있어도, 양말을 신고 있어도 박히니 성게 잡기 시도하기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제 호맹이가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오늘은 필라테스 준비운동을 대신하여 줄다리기 줄이 준비되어 있다. 슬리퍼를 신고 맨 손으로 괜찮을까? 싶었지만, 우려가 무색하게 내리 이겨서 웃겼다. 남학생이 더 많은 팀도 가뿐하게 이겨내니 강한 제주 해녀가 될 준비가 된 5조이다.
입수 후에는 줄다리기 줄이 바다로 들어갔다. 물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는데, 대신 누워서 하는 것은 안 된다. 팔로 당기면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물속에서 오리발 질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 이게 되지? 싶게 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버렸다. 물 밖에서 강하지만 물속에선 약했다. 앗 그럼 제주 해녀가 될 준비는 아직 안 된 5조인 걸로 하자. 더더 발전합시다!
해녀학교 앞바다에 쇠사슬도 생겼다. 잠영 연습을 위한 쇠사슬이 바다를 빙 둘러서 가라앉아 있다. 한 명씩 duck dive로 들어가서 숨을 참을 수 있을 만큼 참고 잠영 연습을 했다. 이 정도는 문제없다! 숨을 참는 것은 신체적인 장애물이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물이다. 숨을 내뱉고 싶은 그 느낌을 유명한 강하나 스트레칭 강사 말에 따라 "괴로움을 조금 즐기면서~" 참아야 하는 것이 바로 숨 참기이다.
오늘도 해녀 삼촌들께서 오셨다. 한 학생이 군소를 건져 올렸다.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이다. 어디가 머리인지 알 수 없으나 더듬이 두 개가 솟아 있는 게 생선보다는 달팽이처럼 보인다. 군소는 조개류와 같은 연체동물문 복족강에 속하는 동물이다. 해녀 삼촌이 보자마자 "내장을 꺼내야돼" 하며 호맹이로 내장을 가르신다. 보라색 내장이 우르르르 쏟아져 나왔다.
"결혼한 사람 누구야? 이건 신랑 멕여야돼. 그러면 그날 밤 잠 못 자~"
하시면서 기혼 학생을 찾으신다. 우리 기혼 학생분들 많은데 아무도 나서지 않길래 내가 옆에서 손을 들었더니 계속 남편을 먹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신다. 물 없이 삶아서(?) 초장 찍어 먹으라고 요리법까지 알려주셨다.
오늘은 문어가 두 마리나 잡혔다. 해녀 삼촌들도 요새 문어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두 마리나 잡았냐며 신기해하셨다. 누가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문어다!"
함성 소리가 들린다. 꽤나 큼직한 문어이다. 이 문어는 곧장 삶아서 초장 찍어서 다 같이 나눠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저번 주에 뵈었던 해녀 삼촌이 아닌 제주도 사투리가 덜 심한 해녀 삼촌과 오늘 수업을 함께 했다. 8명인 우리 조는 오늘은 2명이 빠져 6명이 었지만, 한 분이 바다에 들어오지 않아 1:5의 바당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주 성게에 가시 찔린 학생들을 보고 질문을 드린다.
"성게 잡을 때 가시에 찔리지 않으세요?"
"안 찔려~ 그건 초보자들이 확! 확! 빠르게 손을 대서 그렇지 우리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찔리지 않아."
이러면서 우리와 함께 성게 잡이를 하였다. 성게는 돌과 돌 사이에 삐죽삐죽 숨어있다. 잠수하셔서 바위를 확! 뒤집으시는데, 바위를 이쪽으로 뒤집어야 할지 어떻게 아시는지 신기하다. 만약 반대쪽으로 뒤집으면 성게를 도리어 바위가 덮어버릴 텐데 말이다. 아마도 빠르게 성게의 위치를 캣치하시는 모양이다. 그렇게 한 번 훅 들어갔다 성게 두세 개를 쥐어서 나오신다. 호맹이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들고 나오시는데 성게 가시에 찔리는 일이 원래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쥐고 계신다. 곧 작은 돌로 쪼개서 우리에게 계속 성게를 먹여 주셨다.
"삼촌 드세요~"
"나는 안 먹어! 너네 많이 먹어!"
왜 안 드실까? 갓 잡은 성게를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먹는 것은 세상의 다 가진 맛이었지만, 해녀 삼촌께서 안 드시니까 죄송해진다.
소라와 해삼도 먹었다. 즉석에서 갈라서 먹는데 정말 맛있다. 이 바다는 해녀 밭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는 해산물을 채취하면 안 된다. 그래서 과거 해녀학교 학생들의 채취 때문에 해녀학교와 귀덕 마을 해녀회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해녀회장님이 새로 바뀌면서 해녀학교 학생들의 행위에 대해 해녀회의 입장 변화가 생긴 듯한데, 자세한 얘기는 해녀회장님께 듣고 싶어 진다.
오늘 해녀 선생님께선 제주 사투리가 심하지 않아 많은 것을 여쭤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귀덕 바당 해녀들은 물질이 4시간으로 시간적으로 정해져 있다. 시간이 되면 뭍에서 깃발이 올라오고, 그걸 보고 물질을 끝내고 나온다고 한다. 깃발 신호라니 과거 해전을 비롯한 전쟁 도중 명령 전달을 위한 깃발 신호가 떠올랐다.
43년 동안 물질 하신 해녀 삼촌이 물질을 시작한 이유는?
43년 동안 물질을 하신 해녀 삼촌의 유영은 따라가려면 숨이 찰 정도이다. 분명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발등으로 물을 누른다는 생각으로 허벅지를 이용하여 오리발차기를 하라고 프리다이빙에서 배웠건만 그거와 전혀 다른 발차기를 하시는데도 매우 빠르시고, 효율적이시다. 스노클 빨대도 없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저리 유영하신다.
주중에도 바다에 나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올레길이나 한라산, 미술관 등 제주 곳곳에 구경 갈 곳이 너무 많아 생각처럼 바다에 가는 일은 잘 되지 않는다. 올레길을 걷다가 풍덩 들어가고, 그리고 나와서 옷을 말리며 걷는 것도 상상해보지만, 그럴 만한 용기는 없다. 또, 나는 장비충이기 때문에 들어갈 땐 장비를 갖춰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해녀학교에서 작정하고 바다에 들어가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춥다, 힘들다 하며 바다에서 일찍 나가는 학생들도 많지만 나는 제일 끝까지 바다에 남아 있는다. 더더더 계속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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