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수풀해녀학교성게잡이
친구 결혼식으로 서울에 갔다 금요일에서 토요일 넘어가는 밤에야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이사를 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녀학교에 갔다. 고프로 배터리도 1주일 동안 방전되어 못 찍은 게 아쉽다.
오늘은 놀랍게도 차차차 수업으로 몸을 풀었다. 댄스 스포츠를 할 줄 아는 학생이 있어 차차차 수업을 준비해 오셨다. 엉덩이를 흔들라고 하는데, 어떻게 흔드는건지?! 하지만 음악과 함께 모두 웃으면서 즐겁게 몸풀기를 할 수 있었다. 잠도 많이 못 자고, 서울-제주 이동에, 제주-서귀포 이동에, 1층-5층 짐 이동에 지쳐있었지만, 그런 피로는 어디로 가는지. 학창 시절 개근상을 받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학교 가기 싫어했던 나이건만 해녀학교 출석은 100%이다. 계속해서 가고 싶어지는 학교다.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이어 발차기를 하였다. 지난번 줄다리기에 이어 또 다른 운동 종목이다. 각 조 깃발이 꽂힌 테왁이 바통이다. 프리다이빙에서 무조건 천천히~ 움직이는 게 중요했는데, 이어달리기라니! 그리고 테왁이 생각보다 수면에서 저항감이 심해서 발차기하는데 훨씬 힘이 든다. 한 번 해보니 테왁을 거의 머리에 이고 가는 게 훨씬 앞으로 잘 나아간다. 테왁이 바통이 아니라 진짜 달리기 바통이면 잠수해서 잠영으로 가면 훨씬 빠를 텐데.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달리기에선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어 심장이 터져라 킥을 해댔다. 스노클을 물고 있어도 숨 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달리기 할 때와는 또 다른 호흡곤란이다. 다행히 우리 조는 1등!
성게철이 시작되었다. 제주도를 빙 둘러가며 존재하는 해녀들의 바다밭에서 성게 잡이 시간이다. 들어가는 바다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의 자연의 시기에 맞추어 해산물을 채취한다. 엄격한 채취기간과 금채기간이 있는 만큼 정해 놓은 규약과 법에 맞추어 시작하고 끝낸다. 너무 신비롭지 않은가! 귀덕리 해녀 분들은 6월 15일부터 성게잡이를 시작하셨다. 보통 1물 ~ 6물까지 하고, 1주일 쉬신 다음에 다시 6일 동안 작업을 하시는데, 이번에 백신 접종 때문에 조금 늦춰졌다고 하셨다. 성게철에 맞추어 해녀학교 학생들도 성게잡이를 시작했다.
해녀 삼촌들이 오실 때까지 학생들의 자유로운 성게 잡이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그리고 허락 하에 성게를 채취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50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물에 들어가서 헤집으면 물은 금세 뿌예지며 시야가 안 좋아진다. 그래서 수면 위에서 스노클로 호흡하며 내려다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잠수해서 가까이 들어가야 성게가 보인다. 각자 흩어져서 열심히 잠수를 한다.
호맹이의 고무줄은 세 번이나 끊어졌다. 호맹이 고무줄이 너무 쉽게 끊어져서 안 되겠다, 다른 줄로 바꿔야겠다 했더니 그래도 호맹이의 고무줄은 끊어지는 게 낫다고 한다. 손목에 낀 호맹이가 바위에 세게 걸려 빠지지 않을 때, 힘을 줘서 끊어지는 종류의 줄이 아니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냥 플라스틱 줄이 아닌 고무줄을 사용해서 호맹이에 걸어야 한다고.
바위와 바위 사이에 성게가 많이 끼어있는데, 호맹이로 쑤셔서 뽑아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호맹이로 쑤시다가 성게를 뚫어버리면 주황색의 성게 속살이 퍼진다. 그러면 물고기 떼들이 와글와글 달려들어 포식한다. 너네들 오늘 잔칫날이구나!
처음엔 성게를 한 개, 두 개 정도밖에 못 따다가 금방 익숙해졌다. 요령도 생겼고, 몸이 풀리니 숨도 좀 더 길게 참을 수 있다.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갈수록 성게는 많아진다. 들어가면 바위 사이에 성게가 여기도! 저기도! 잔뜩 있다. 확실히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으면 세 개, 네 개도 꺼내 올라올 수 있다. 따는 게 재미있어서 작은 성게들도 땄지만, 아기 성게들은 모두 모아 도로 바다로 돌려보냈다. 망사리가 무거워질수록 흥이 더 오른다.
바위 뒤집기 기술이 있다. 성게는 바위를 뒤집으면 그 밑바닥에 다다다닥 붙어있다. 바위를 뒤집으면 매달려 있는 성게를 한꺼번에 쉽게 따서 올라올 때 그 희열이란.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게 있구나! 바위 까기가 은근히 힘들지만 까고 났을 때가 신나서 계속 바위를 깠다. 바위를 까다 보니 누가 깐 바위와 아직 까지지 않은 바위를 구분할 줄 아는 눈도 생겼다. 또,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성게가 많고, 어디가 적은 지도 익숙해졌다. 이렇게 몇십 년을 하시다 보니 해녀들이 바다밭을 훤하게 꿰고 있다고 하는구나 이해가 간다. 얼마나 잘 아실까? 그분들의 머릿속 지혜와 바다밭에 대한 지식, 그리고 물질 기술들은 보존해야 할 유산임에 틀림없다. 해녀에서 해녀로 전승되는 문화이다.
조금 익숙해지니 한 번에 여러 개씩 갖고 올라오고, 소라도 한 두 개 갖고 올라오니 너무나 재미있고 신이 났다. 자유로운 성게 채취가 끝나고 모여서 잠시 쉰 다음에 해녀 삼촌들이 오셔서 함께 들어갔다. 성게를 잡으면서 잘 안 됐던 점을 여쭤보는 시간이 되었... 어야 하나 성게 잡는 것에 너무 신나서 해녀 삼촌 옆에서 그 지혜를 듣지 못하고, 나의 스팟을 찾아가서 계속 잠수했다. 이건 몇 시간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수면에서 안 보인다고 그냥 지나치면 좋은 스팟을 놓쳐버린다. 이렇게 위에서 보면 안 보이지만 잠수해서 보면 엄청나게 많다!
성게 잡이를 끝내고 뭍으로 올라오니 잡은 성게가 산더미다. 그래도 아직 저 바다엔 성게가 많이 남아있는데! 성게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학생들이 성게를 까는데, 성게는 잡는 것보다 까는 게 더 일이다. 얼마나 허리 아프고, 얼마나 고될까. 해녀 삼촌들은 성게를 잡은 날 다 같이 앉아서 성게를 까신다. 그렇게 깐 성게 주황색 살만 모아서 1kg에 11만 원에 판다고 하니 그 노동의 대가로는 너무 적은 듯하다.. 이런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성게를 잡아서 그 채로 팔고, 다듬는 건 횟집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우리 해녀 삼촌들 힘드시다고ㅠ
잡은 성게를 조금 들고 와서 집에서 까서 먹었다. 까기 위해 편의점에서 3M 장갑도 사고, 집에서 가져온 게살 파먹는 숟가락을 장착하여 발라낸다. 발라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성게 비빔밥을 해먹었는데 매우 맛있다. 그런데 깔 때 대충 깠더니 성게 껍질이 씹혔다. 가게에서 파는 성게 비빔밥을 먹을 때 성게 껍질이 씹혔던 적이 없는데.. 해녀 삼촌들이 정말 깔끔하게 다듬어서 파셨던 거였나 보다. 먹으면서도 해녀 삼촌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 성게잡이다. 성게 비싸다고 여기지말어~ 라는 해녀 삼촌의 말이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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