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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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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l 05. 2021

테왁 만들기 그리고 해녀들의 진통제

제주한수풀해녀학교바다 실기 수업 with 해녀

해녀의 상징이자 해녀의 필수품: 테왁 


13시에 정식 해녀학교 수업이 시작되지만, 오늘은 10시부터이다. 10시부터 12시까지 테왁 만들기가 예정되어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입문반과 직업반을 졸업하신 분께서 테왁 만들기 강사님으로 오셨다. 


테왁의 본질은 스티로폼이다. 플라스틱 끈으로 동여 메고, 잡은 것을 넣을 수 있게 그물망사리를 단다. 많은 물건을 가져올수록 망사리의 크기는 커져야 하고, 그럼 무거워진 무게를 버텨야 하기 때문에 스티로폼의 크기는 커져야 한다. 해녀 삼촌들이 들고 다니는 테왁은 우리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크다. 


10시부터 12시까지 예정이었지만, 실제 완성하고 나니 12시 30분이었다. 줄을 좀 더 예쁘게 하고, 촘촘하게 정성을 들인다면 이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는 작업이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테왁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내었지만,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어 우리 모두 아쉬워했다. 






바다 청소


이후 바다 정화활동을 하였다. 테왁을 들고나가서 잠수하여 성게나 문어 대신 쓰레기를 줍는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미끼들이 많이 있었고, 물에서 보면 이 미끼가 정말 물고기처럼 보인다. 


제주의 장마철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아침에 학교 올 때 비가 좀 오더니 곧 그쳤다. 하지만 바람이 세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계속 쓸려 내려간다. 잠수를 하다 보면 테왁이 어느새 바다 쪽으로 흘러가버린다. 가지러 가는 게 더 일이다. 쓰레기 줍는 게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줍다 보니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너무 멀리까지 쓸려내려 갔다. 조류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12:40가 저조이고, 이후로 물이 계속 해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의 흐름이었다. 해녀학교 운동장은 별로 안 깊어서 좀 멀리까지 가도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해안에서 멀리 갈수록 쓰레기는 더 많다. 



해녀들의 고질병 : 두통과 이통, 그리고 이명


오늘의 해녀 삼촌은 77세시다. 이제 70대라고 들어도 크게 놀라지 않는 건 익숙해져서일까? 18살 때부터 물질을 하셨고, 젊을 때 경북으로 출가물질을 4년 다녀오신 적 있다고 하신다. 


해녀들의 ‘눈’은 일반 다이빙용 마스크와 다르다. 


해녀들의 '왕눈이', 연세 드신 분들은 돋보기가 붙어 있는 왕눈을 쓰신다. 


이것은 단순히 해녀들이 자신들의 상징이라서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가 훨~씬 좋다. 고무로 된 이 ‘왕눈’은 제주 오일장이 설 때 시장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연세 드신 해녀 삼촌들은 앞에 돋보기가 붙어 있는 눈을 쓰신다. 어쨌든, 이 왕눈이는 시야가 매우 매우 좋다. 하지만 문제는 코가 들어가 있어서 압력 평형을 할 수 없다는 점. 압력 평형을 하지 않으면 수압 때문에 고막이 내이 쪽으로 밀려서 통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시며 진통제를 복용하며 참고 물질을 하신다. 오늘 해녀 삼촌도 해녀들의 고질병인 두통과 이통 때문에 진통제를 복용하신 지는 30년 되셨다고. 코가 나오는 마스크를 쓰고 압력 평형만 해도 귀 통증은 없어질 텐데.. 50년 넘게 물질하신 분들께는 감히 드릴 수 없는 말이다. 



해녀 삼촌의 스파르타식 가르침


수면에서 숨 쉬시는 시간보다 물속에 계~속 잠수하시는 해녀 삼촌이시다. 오늘 해녀학교 때문에 물질을 안 나가신 해녀 삼촌. 그냥 우리랑 물에 둥둥 떠있으면서 쉬고 가셔도 되련만, 자꾸자꾸 들어가신다. 


"삼촌. 왜 자꾸 들어가세요? 좀 쉬세요~"

"너네 보라고. 보고 배우라고 내가 들어가는 거야~ 들어가! 들어가서 뭐라고 들고 와~ 계속해야 늘어!"


아마 처음 물질을 배울 때 이렇게 시작하셨겠지. 한두 번 들어가서 천초를 벌써 망사리에 가득 채우셨다. 해녀 삼촌의 느릿느릿하지만 빠릿빠릿한 물질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해녀학교에 다니는 큰 보람이다. 너무 감동적이고 한편 가슴 한편에 아린 물질이다. 



군더더기 하나도 없는 덕 다이브로 들어가셔서 왕 큰 성게를 따다 먹으라고 주시는 해녀 삼촌. 쫠깃쫠깃 짭쪼름한 해삼도 따다 주셔서 먹었다. 삼촌 드시라고 하니 

"우리들은 많이 먹으니까 괜찮아."

하신다.



수업을 끝내고 뭍으로 나가시면 굽은 허리에, 들고 계신 테왁의 무게에, 물기에 미끄러운 바닥에 혹여나 넘어지실까 걱정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때도 걱정되는데, 매번 물질에서 나오실 때 다치지 않기를 마음속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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